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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2025 키아프 서울(Kiaf SEOUL)' 아트페어 전경.2025.09.03. [email protected] |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국내 아트페어 시장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갤러리가 부스를 임대해 작품을 판매하던 기존 구조에서 벗어나 부스비를 없애거나 환불 제도를 도입하는 새로운 시도가 등장하면서 미술품 유통 방식 자체를 재설계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키아프와 프리즈 중심으로 굳어진 아트페어 시장 구조에 균열을 내는 시도로 주목된다. 부스비를 전면 폐지한 ‘하이브 아트페어’와 작품 구매 후 환불을 허용하는 ‘아트서울’이다.
오는 5월 서울 코엑스 마곡에서 열리는 ‘하이브 아트페어 2026(HIVE ART FAIR 2026)’는 아트페어의 핵심 수익원이던 부스비를 전면 폐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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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김정연 하이브 아트페어 디렉터가 부스비 전면 폐지를 선언하고 '하이브아트페어(HIVE ART FAIR)'를 설명하고 있다. ‘하이브(Hive)’는 육각형 벌집 구조에서 착안한 명칭으로, 집단의 유기적 협력과 확장성을 상징한다. 2026.02.26. [email protected] |
김정연 하이브 아트페어 대표는 “기존 아트페어가 공간을 임대하는 구조였다면 우리는 갤러리를 전략적 파트너로 보고 있다”며 “부스비라는 진입 장벽을 없애 갤러리가 전시 콘텐츠에 집중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전통적인 아트페어 모델에서 부스비는 가장 중요한 수익원으로 작동해 왔다. 국내 대형 아트페어의 경우 수천만 원에서 부스 규모에 따라 억대에 이르기도 한다. 이 때문에 갤러리는 판매 가능성이 높은 작품 위주로 부스를 구성하고, 주최 측은 부스 수 확보에 집중하는 구조가 반복돼 왔다.
하이브는 대신 티켓 수익과 기업 협업, 프로그램 운영 등을 통해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온라인 플랫폼 기반 아트페어인 아트서울 ‘20!2026 ART SEOUL’ 역시 미술 유통 구조에 대한 실험을 내놓았다. 아트서울은 30여 년간 이어온 마니프(MANIF) 아트페어가 온라인 플랫폼으로 전환된 형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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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라인으로 펼치는 아트페어 '아트서울' 홈페이지. 작가 작품, 이력 등 ‘아트레조네’ 시스템을 구축했다. *재판매 및 DB 금지 |
작품 구매 후 1년 이내 반환하면 구입가의 80%를 환급하는 ‘80% 개런티 제도’를 도입하고, 개인 소장 작품까지 다시 거래할 수 있는 리마켓(재판매) 구조를 함께 운영한다. 아트서울 온라인 전시는 1000만원 이하 중저가 원화 작품을 소개하는 온라인 군집 개인전 형식으로 운영된다. 작가별 전시 이력과 평론, 작가 노트, 작품 이미지 등을 ‘아트레조네’ 시스템으로 축적해 디지털 카탈로그 레조네 역할을 수행하도록 구성했다.
아트서울 조직위원회 김영석 대표는 “미술시장은 작품을 팔 수는 있지만 다시 팔 수 있는 시장이 거의 없다”며 “작품이 순환되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플랫폼을 운영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술품 시장이 위축되는 가장 큰 요인은 불안정한 가격 체계와 저조한 환금성”이라며 “80% 개런티는 미술 애호가의 입문 문턱을 실질적으로 낮추는 장치”라고 설명했다.
부스비 전면 폐지와 환불 제도 도입과 관련해 미술시장 전문가들은 일정한 성공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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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트페어는 참가 화랑이 부스비를 내고 작품을 판매하는 구조다. 사진은 2024 화랑미술제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
아트페어를 운영하는 한 관계자는 “그동안 아트페어는 메이저 화랑 유치를 위해 부스비를 면제해 주는 방식이 관행처럼 이어져 왔다”며 “‘부스비 0원’은 화랑들에 매력적인 조건”이라고 말했다. 하이브 아트페어의 부스비 전면 폐지는 이러한 구조를 공개적으로 전환한 사례로, “후원과 협찬이 뒷받침될 경우 충분히 지속 가능한 모델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작품 구매 후 환불을 허용하는 방식 역시 미술시장에서 오랫동안 지적돼 온 환금성 문제를 보완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화랑과 작가, 컬렉터 모두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화랑들 역시 작품을 판매한 뒤 되팔기를 원하는 고객 문의를 받는 경우가 많지만, 블루칩 작가 작품이 아닌 경우 재판매 구조가 사실상 작동하기 어려워 환불 제도나 리마켓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약 40여 개의 아트페어가 전국에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키아프와 프리즈 등 대형 아트페어 중심의 시장 구조 속에서 상당수 페어는 차별화된 모델을 찾지 못한 채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부스비 폐지와 환불 제도라는 두 변화가 아트페어를 단순한 판매 장터가 아닌 미술 유통 플랫폼으로 전환시키는 계기가 될지 미술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