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김인겸 묵시공간 Revelational Space 1988, Cast Iron, 45 x 29 x 9cm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조각은 단순한 형체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드러내는 사유의 공간이다.”
현대 조각의 개념을 확장한 고(故) 김인겸(1945~2018)의 작품세계를 조명하는 전시가 열린다.
대구 인당뮤지엄(관장 김정)이 23일 개막한 기획전 ‘김인겸: 공간의 시학(Kim In Kyum: Poetics of Space)’은 조각·드로잉·영상·모형 등 48점을 선보인다. 전시는 로비부터 1~5전시실, 야외 잔디광장까지 전관을 아우른다.
뮤지엄 로비에는 '묵시공간–존재(Revelational Space–Being)'가 설치됐다.
녹슨 철, 청록색 브론즈, 불에 탄 나무, 투명 아크릴 등 서로 다른 물성의 7점이 하나의 철제 테이블을 중심으로 배치돼, 존재와 부재가 공존하는 ‘드러나는 공간’으로 작동한다.
 |
| 김인겸, 묵시공간-공 Revelational Space-Emptiness 1999, Steel, 40 x 300 x 120cm(앞), 120 x 300 x 30cm(뒤) *재판매 및 DB 금지 |
김인겸은 “정신적 영역을 열어가는 조각”을 예술의 본질로 삼았다.
물질을 다루는 조각의 한계를 넘어, 존재하지 않음(부재)을 통해 존재를 드러내는 사유적 조각으로 나아갔다.
그의 조각은 물질의 질량보다 공간의 여운이 더 크다. ‘존재하지 않음으로 존재하는 공간의 시학’이란 제목은 바로 이 철학을 반영한다.
1973년 국전에 입선하며 작가로 데뷔한 그는 ‘환기’(1980~86), ‘묵시공간’(1987~91), ‘프로젝트’(1992~95), ‘빈 공간’(1999~2006), ‘스페이스리스’(2007~2011) 등 40여 년간의 작업을 시리즈로 이어왔다.
이번 전시는 1988년 첫 개인전 '묵시공간'부터 2016년 ‘스페이스리스’ 드로잉까지 생애 전 시기를 아우른다.
 |
| 빈 공간 Emptiness 2004, Stainless Steel Mirror Black, 38.5 x 60 x 60cm (4pcs) *재판매 및 DB 금지 |
특히 1995년 제46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참여작 '프로젝트21-네추럴 네트'의 모형과 설치 영상을 비롯해, 1992년 미술회관(현 아르코미술관)에서 선보인 '프로젝트-사고의 벽'의 모형과 영상이 함께 공개됐다. 두 작품은 조각에서 설치로 전환되는 한국 현대미술사의 중요한 전환점을 보여준다.
또한 작가가 프랑스 퐁피두센터 체류 시절(1996~2004)에 제작한 '드로잉 스컬프처(Dessin de Sculpture)'3점이 이번 전시에서 처음 소개된다.
김정 인당뮤지엄 관장은 “김인겸의 조각은 단순히 형태를 만드는 행위가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인식하게 하고 사유하게 하는 예술”이라며 “그의 예술은 조각의 정의를 해체하고, 공간과 존재의 본질을 다시 묻는다”고 밝혔다.
전시는 2026년 1월 17일까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