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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세에 요절한 조각가 전국광…‘쌓는 친구, 허무는 친구’

등록 2025-09-19 16:35:03  |  수정 2025-09-19 16:36:46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미술관 24일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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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광, 적. 화강석, 1979.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45세에 요절한 추상 조각가 전국광(1945~1990)의 전시가 열린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오는 24일부터 남서울미술관 2층 전시실과 1층 야외에서 ‘전국광: 쌓는 친구, 허무는 친구’를 개최한다. 전시는 ‘쌓다’와 ‘허물다’라는 상반된 조형 개념에 집중해 대표 연작 ‘적(積)’과 ‘매스의 내면’을 중심으로 석·목·금속조각, 드로잉, 마케트 등 100여 점을 선보인다.

1945년 서울에서 태어난 전국광은 아버지의 부재 속에서 성장했다. 할아버지의 주선으로 기념조각을 제작하던 먼 친척 박재소를 만나 일찍이 조각을 접했고, 대학에 가기 전부터 제작 기술을 익혔다. 이후 한국 추상조각의 선구자인 박석원, 1세대 여성 조각가 윤영자(1924~2016)의 작업 보조로 활동하며 조각가의 길을 굳혔다.

1967년 홍익대 조각과에 입학했을 때 이미 높은 기술적 완성도와 강렬한 열정을 갖춘 인물로 평가받았으며, 국전과 공간미술대전 등에서 수차례 수상했다. 그는 생전 다섯 차례 개인전과 30여 회 그룹전에 참여하며 한국 조각사에 족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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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광, 자유 일백팔개의 치성탑, 1989. *재판매 및 DB 금지


 전국광의 조각은 돌과 브론즈가 지닌 물성과 부피를 넘어선다. 그는 조각의 무게감을 덜어내고, 전통 매체의 중압감을 드로잉에 가까운 선적이자 유기적·기하학적 구조로 치환해 새로운 조형성을 만들어냈다.

전시는 네 개 섹션으로 구성된다. ▲‘쌓는 친구: 적(積)’에서는 형태를 쌓아올리며 변주를 꾀한 1970년대 대표작, ▲‘매스를 기리며: 매스의 비(碑)’에서는 제30회 국전 비구상부문 대상을 받은 작품을 통해 작업의 변곡점을, ▲‘허무는 친구: 적(積)의 적(敵)’에서는 매스의 제약을 허무며 전개한 ‘매스의 내면’ 연작을, ▲‘예술가의 목소리’에서는 글쓰기를 통한 또 다른 창작세계를 조명한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작업실에 고요히 남아 있던 실험의 결과물을 꺼내어 한 예술가의 열정을 조명하는 이번 전시가 전국광에 대한 후속 연구를 촉발해 한국 현대조각사의 층위를 확장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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