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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랑 그라소 개인전 미래의 기억들(Memories of the Future) 포스터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안젤름 키퍼, 레이코 이케무라, 마르쿠스 뤼페르츠에 이어 프랑스 현대미술가 로랑 그라소(Laurent Grasso·53)의 개인전이 대전에서 열린다.
복합문화예술공간 헤레디움(HEREDIUM)의 네 번째 기획 초대전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는 기후 변화와 생태 위기를 주제로 한다. 그라소는 영상, 회화, 조각,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과학적 상상과 예술적 직관이 교차하는 풍경을 펼쳐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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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랑 그라소 개인전 전경. 사진=헤레디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전시장에는 20여 점이 공개됐다. 조각은 공간 곳곳에 놓였고, 벽면에는 네온, 회화, 대형 LED 영상이 설치됐다. 대표작 ‘오키드 섬(Orchid Island)’은 대만 란위섬에서 촬영한 영상에 그래픽을 더해 열대 풍경 위에 떠다니는 검은 사각형을 등장시킨다. 시적인 자연과 불안한 기후 현실 사이의 긴장감을 시각화한 작업이다.
작가는 “‘오키드 섬’은 휴양지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20년 넘게 핵폐기물 저장소가 들어선 사회적 문제의 현장”이라며 “영상 속 검은 사각형은 전쟁·정치·기후 등 이 섬을 둘러싼 위협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람객이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마치 영상 속 세계를 거니는 듯한 몰입감을 느낄 수 있도록 연출했다”고 덧붙였다.
루이비통과 협업한 회화 연작 ‘과거에 대한 고찰(Studies into the Past)’도 전시돼, 예술과 패션을 넘나드는 독창적 미학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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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랑 그라소. 사진=헤레디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그라소는 한국과의 인연도 깊다. 대학에서 사회학과 경제학을 공부했지만 곧 예술가들과 어울리며 작업을 시작했고, 이 시절 만난 한국인 친구가 훗날 백남준아트센터 관장이 된 박만우 큐레이터다. 2004년 부산비엔날레에서 박이 예술감독을 맡으면서 그라소는 한국 무대에 처음 소개됐다. 이후 리움미술관 정면에 설치된 네온사인 작품 ‘미래의 기억들’ 역시 그의 작업이다.
로랑 그라소는 2008년 마르셀 뒤샹 프라이즈를 수상한 뒤 파리 퐁피두 센터, 오르세 미술관 등 국제 무대에서 주목받아왔다. 2015년에는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기사장)’을 받았고, 최근에는 불가리·루이비통과 협업하며 패션계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번 전시는 2026년 2월 22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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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레디움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
한편, 전시 공간 헤레디움은 1922년 지어진 구 동양척식주식회사 건물을 복원해 2022년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유산으로 물려받은 토지’라는 뜻을 지닌 헤레디움은 근대문화유산을 기반으로 현대 예술과 지역 작가들이 공존하는 플랫폼으로 기능한다. 전시 연계 강연·공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문화 생태계 확장에도 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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