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Pick

무더위 속 피난처, 미술관에서 만나는 예술영화 9편

등록 2025-07-04 08:47:43  |  수정 2025-07-04 10:24:23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MMCA 영상관

'2025 막간: 경계에 머무는 시선'

세계적인 여성 감독 3인 영화

associate_pic
루크레시아 마르텔_자마, 2017, 115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무더위 속, 국립현대미술관의 영상관이 내면의 피난처가 된다.

세계적인 여성 감독 3인이 연출한 예술영화 9편이 서울관 영상관에서 상영된다. 말보다 감각, 서사보다 여백의 익숙한 틀을 비껴간 영화들이 관객을 조용히 끌어당긴다.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김성희)은 오는 11일부터 9월 13일까지 서울관 MMCA 영상관에서 필름앤비디오 프로그램 '2025 막간: 경계에 머무는 시선'을 선보인다.

사회의 주변부를 살아가는 인물들의 감정과 풍경을 세심하게 포착해온 세계적인 여성 감독 3인 켈리 라이카트(Kelly Reichardt), 알리체 로르바케르(Alice Rohrwacher), 루크레시아 마르텔(Lucrecia Martel)의 영화 9편을 소개한다.

이들의 작품은 전통적인 서사 구조나 시각적 스펙타클 대신, 리듬과 정적, 소리와 환경의 긴장감을 통해 인물의 내면을 감각적으로 드러낸다. 고요하고 섬세한 연출은 관객으로 하여금 ‘해석’이 아닌 ‘경험’으로 영화를 받아들이게 한다.

associate_pic
켈리 라이카트_퍼스트 카우, 2019, 122분 *재판매 및 DB 금지

◆켈리 라이카트 – 조용한 저항, 일상의 균열
미국 독립영화의 대표적 거장 켈리 라이카트는 섬세하고도 미니멀한 연출을 통해 '들리지 않는 목소리들'을 조명해왔다.

예술가로서의 삶과 사적인 관계 속 균형을 탐색하는 여성 조각가의 내밀한 초상 '쇼잉 업'(2022) , 서부극의 전형을 벗어나, 연대와 우정을 중심에 둔 따뜻한 이야기 '퍼스트 카우'(2019), '개척 서사 뒤편에 감춰진 불확실성과 두려움을 건조한 풍경 위에 펼쳐낸 '믹의 지름길' (2010)을 상영한다.

◆알리체 로르바케르 – 신화와 현실의 경계, 환상적 리얼리즘
이탈리아 출신의 로르바케르는 신화적 상상력과 공동체적 사유로 유럽 영화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최신작 '키메라'(2023)는 에트루리아 시대의 유물을 불법 도굴하는 아르투의 여정을 통해 인간의 욕망을 시적으로 그려냈다. 제 71회 칸 영화제 각본상 수상작인 '행복한 라짜로'(2018)는 계급 착취 구조 속에서도 순수함을 간직한 인물 ‘라짜로’를 통해 사회적 부조리를 들춰낸다. '알레고리'(2024)는 플라톤의 ‘동굴 우화’를 현대 도시에서 살아가는 한 소년의 시선으로 재구성한 단편영화로, 인식과 해방의 문제를 환기한다.

associate_pic
루크레시아 마르텔_북부 터미널, 2021, 37분 *재판매 및 DB 금지

◆루크레시아 마르텔 – 남미의 역사와 몸의 기억
아르헨티나 출신 마르텔은 계급, 젠더, 권력을 촉각적 이미지와 소리의 깊이로 탐구한다.

식민지 시대 남미 변방에서 자신의 존재에 대한 불안을 견디는 주인공 치안판사의 내면을 다룬 감독의 대표작 '자마'(2017)를 소개한다. 그 외에도 부르주아 가족이 해체되는 과정을 불편한 감각과 침묵으로 묘사한 데뷔작 '늪'(2001)과 팬데믹 기간 고향 살타에서 촬영한 음악 다큐멘터리 '북부 터미널'(2021)을 공개한다.

국립현대미술관 김성희 관장은 “이번 상영작들은 영화의 내러티브를 따라가기보다, 그 틈 사이에서 감각하고 해석하는 경험을 열어준다”며 “화려한 중심이 아니라 조용한 변방에서 세계를 응시하는 자리에 관객을 초대한다”고 전했다. 관람은 무료.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