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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희환, 월인천강지곡, 1980, 188x550cm, 종이에 먹, 세종대왕기념사업회 소장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대통령상을 받은 최초의 한글 서예가, 평보 서희환(1934~1995)의 서거 30주기를 기념하는 대규모 회고전이 열린다.
예술의전당 서울서예박물관은 오는 11일부터 10월 12일까지 '평보 서희환: 보통의 걸음' 전시를 선보인다. 작가의 초기작부터 말년 대표작까지 약 120여 점의 작품과 아카이브를 선보인다.
‘보통의 걸음’이라는 전시 제목은 서희환의 아호(雅號) ‘평보(平步)’에서 따온 것으로, 평생 한글 서예에 천착한 그의 예술 여정을 상징한다.
특히 1968년 제17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에서 '애국시'로 서예 부문 최초 대통령상을 수상하며, 한문 중심이던 서단에 신선한 반향을 일으킨 작가의 삶과 예술세계를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서희환은 조선 전기의 한글 판본인 '훈민정음', '용비어천가', '월인석보' 등을 연구하며 한글의 원형을 탐색했고, 민체와 궁체의 유려한 붓 흐름을 기반으로 독자적인 '평보체'를 완성했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으면서도 기품 있는 이 서체는, 그가 걸어온 ‘보통의 걸음’을 그대로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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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희환, 서화동원, 1990, 36.5x67.5cm, 종이에 먹, 개인소장 *재판매 및 DB 금지 |
전시는 총 6부로 구성된다. ▲초기작을 중심으로 한 ‘봄이 오는 소리’, ▲고전 문헌과의 조우를 다룬 ‘뿌리 깊은 나무는’, ▲문인화와의 접점을 보여주는 ‘서화동원書畫同源’, ▲완성된 평보체의 정수를 조명한 ‘꽃씨 뿌리는 마음’, ▲비문과 현판 등 실용 서예를 다룬 ‘푸른 동해 하얀 민족’, ▲대작 중심의 ‘작가가 작품을 탄생시키지만, 작품이 작가를 존재시킨다’로 이어지며, 평보의 예술과 철학을 다층적으로 풀어낸다.
전시 하이라이트는 1980년작 '월인천강지곡'(세종대왕기념사업회 소장) 병풍이다. 작가가 직접 약 1만 자의 한글을 좌우 5.5m 길이에 써내려간 이 작품은 활자에 생명력을 부여한 평보체의 정수를 보여주는 대표작으로 꼽힌다.
이외에도 아웅산 테러 사건 추모비문, 충무공 동상문, 주시경·방정환 비문 등 작가가 남긴 전국 각지의 글씨 현판과 비문이 원본으로 공개된다.
이번 전시는 예술의전당 소장품 외에도 수집가 고창진 씨의 개인 컬렉션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평보의 예술 세계에 깊이 매료된 고 씨는 약 30년간 200여 점의 작품과 방대한 자료를 수집해왔으며, 이번 전시는 그의 헌신적 수집과 기록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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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희환,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연도미상, 47.5x388.5cm, 목판에 새김,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소장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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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희환, 삶의 꽃밭, 1969, 62x29cm, 종이에 먹, 개인소장 *재판매 및 DB 금지 |
전시 기간 동안 다양한 교육·체험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5세 이상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꽃씨서당’은 12일부터 매주 주말 열린다. 매월 마지막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에는 성인 대상 서예 체험 프로그램 ‘보통의 하루, 특별한 여백’이 진행된다. 도슨트 해설은 1일 3회 상시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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