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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기억의 풍경, 현실과 비현실 사이 - 채지민》 전시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어른들은 누구나 처음엔 어린이였다. 하지만 그것을 기억하는 어른은 별로 없다.”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 왕자 속 문장이 수원시립미술관을 '순수의 세계'로 이끈다. 개관 10주년을 맞은 수원시립미술관이 현대미술전 '네가 4시에 온다면 난 3시부터 행복할 거야'전시다. 수원시립미술관 행궁 본관에서 2026년 2월까지 이어진다.
전시 제목은 '어린 왕자'에 등장하는 여우의 대사다. 기다림 속에서 피어나는 감정, ‘행복’이라는 감각을 채지민(42)과 함미나(35), 두 작가의 회화와 설치 작업으로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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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지민_압도적인 벽, 2023, 캔버스에 유채, 91 x 116.8cm *재판매 및 DB 금지 |
1부 ‘기억의 풍경, 현실과 비현실 사이’는 채지민 작가의 작업을 펼쳤다. 작가는 일상의 오브제들을 낯선 맥락에 끼워 넣어 익숙한 세계를 비틀고,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탐색한다. 디지털 툴로 정교하게 스케치된 구조물은 회화 속에서 불안하게 기울어지거나 붕 떠 있는 듯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압도적인 벽’ 시리즈는 특히 주목할 만하다. 작가의 상상은 평면을 뚫고 공간을 장악한다. 2차원 평면에 3차원의 공간감을 부여해 시각적 괴리감을 만든다. 그중 일부는 실제 전시장 너머까지 확장된다. 오렌지 빛 거대한 벽이 전시실을 가로질러 복도 바깥으로 튀어나온다. 그 아래엔 라바콘이 삼각형 호수에 빠져들고, 그 벽을 지나면 들판 위로 라바콘이 하늘에서 떨어진다.
입구에 설치된 작품 '들어가지 마시오'(2025)는 지름 4m의 구조물이 관람객을 맞는다. 동시에 '들어가시오'이기도 한 이 설치작업은 미완의 문이 트랙 위를 달리는 장애물처럼 놓여 있어 관람객을 ‘능동적 참여자’로 끌어들인다. 전시장 전체가 하나의 놀이판처럼 구성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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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4시에 온다면 난 3시부터 행복할 거야》 전시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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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미나_레몬 숲, 2024, 캔버스에 유채, 116.8 x 91cm *재판매 및 DB 금지 |
2부는 함미나 작가의 회화로 채워졌다. 어린 시절의 기억을 소환했다. 채색된 화면 위로 번지는 감정의 잔상은 무언가 말하지 않고도 깊은 감각을 건넨다.
함미나의 작업은 단순히 과거를 회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며 치유와 성찰의 공간을 만든다.
특히 '숨바꼭질' 시리즈(2024)는 아이들의 놀이 한 장면을 포착했다. 즐겁고 흥분한 모습, 숫자 세기를 끝내고 얼른 잡고 싶은 마음과 숨어있을 때의 초조함, 뛰어다녀서 온몸에 열이 올라 뜨겁다가도 숨어서 기다릴 때 시원한 바람에서 느껴지는 서늘함까지도 머리부터 목까지 이어지는 작가 특유의 붓 터치와 색감으로 화폭에 담아내 신선한 황홀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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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 - 함미나》 전시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
수원시립미술관은 이번 전시에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도 상설 운영한다. 성인과 어린이를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도 분기별로 마련된다. 모든 세대가 ‘행복의 예술’을 경험할 수 있도록 꾸린 기획 전시다.
수원시립미술관 남기민 관장은 “일상의 무게에 지쳐있다면 두 작가들의 작품 앞에 잠시 멈추어 서서 잠재된 보석 같은 순간들을 기억해 보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관람료 1000~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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