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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서보의 묘법(Écriture No.030707)이 1억 500만원에 낙찰됐다. 추정가는 6000만원이었다. 2000년대 근작 10호 중 처음으로 1억원 돌파다. |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코로나19 시대 미술품 경매시장은 최대 호황을 맞고 있다. 올해 첫 경매인 2월부터 케이옥션 서울옥션 국내 양대 경매사는 역대 최고 실적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지난 17일 케이옥션 3월 경매는 낙찰률 74%, 낙찰총액 135억8030만원 기록했다. '물방울 하나에 8200'만원이라는 새 기록을 세운 이 경매는 2017년 4월 경매 이후 약 4년만의 최대치로 코로나속에도 달궈진 미술시장을 증명했다.
경매시장 '깜짝 반등세'는 아니었다.
23일 열린 서울옥션 봄 경매도 낙찰률 95%, 낙찰총액 104억원을 기록했다.
서울옥션에 따르면 이번 경매 낙찰율은 역대 경매 중 최고 낙찰율이다. 지난 2월 경매에 이어 연속으로 90% 이상의 낙찰률을 기록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코로나 사태 이전 홍콩에서 열렸던 '홍콩 경매'를 대신해 서울에서 열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 전화, 서면은 물론 온라인 실시간 응찰이 활발했다.
이날 경매는 특히, 가격이 부담스러운 마스터급의 원화보다는 유명 작가의 에디션(판화)에 많은 응찰을 보였다.
데이비드 호크니의 'going round(polyptych)'(1993)는 시작가의 4배를 넘는 6600만원. 마르크 샤갈의 'maternité rouge;(1980)은 4900만원, 이우환의 'Dialogue 2019 B'(2019) 에디션은 4000만원에 낙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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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창열'물방울'. 4000만원에 시작해 치열한 경합 끝에 8900만원에 낙찰됐다. 사진=서울옥션 제공. 2021.3.24 |
김창열 '물방울' 강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주춤하던 박서보·정상화등 단색화가들도 치고 올라왔다.
김창열 물방울 출품작 8점은 모두 낙찰됐다. 이 가운데 1993년도에 그린 '물방울'은 4000만원에 시작해 치열한 경합 끝에 89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박서보의 2003년작 묘법(Écriture No.030707)은 2000년대 근작 10호 중 처음으로 1억원 돌파하며 1억 500만원에 낙찰됐다.
또 이우환의 'Correspondance' 80호 크기의 (1995)가 4억원, 2억 7000만원에 시작한 정상화의 작품도 경합끝에 3억 6000만원에 낙찰되었다. 정상화의 '無題 2009-7-20'(2009)은 짙은 파란색의 60호 작품으로, 캔버스에 물감을 덮고 떼어내기를 반복하며 완성한 전면 회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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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추정가 13억원의 야요이 쿠사마Infinity Nets (GKSG)는 23억원에 낙찰됐다. |
이번 경매에서는 다양한 해외 거장들의 작품이 경합을 벌여 눈길을 끌었다.
이번 경매 최고가 출품작인 야요이 쿠사마의 2010년도 작품 'infinitynets (gksg)'는 13억원에 시작해 추정가를 넘어서며 23억원에 새주인을 찾았다.
이외에도 인상파의 대표적인 화가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정물화 가 2억 2000만원, 화사한 톤의 캔버스 위에 형형색색의 나비들을 고정해 ‘삶’과 ‘죽음’을 한 공간에 담은 데미안 허스트의 'happy, harvest (triptych)'(2006)가 4억원에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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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데이비드 호크니Going Round (Polyptych)에디션 150만원에 시작해 6600만원에 낙찰됐다. |
미술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경매시장 열기에 대해 지난 2007년의 호황을 다시 보는 듯 하다며 부동산도 막히고 주식이 불안하니 보유세 없는 그림 시장으로 돈의 흐름이 이동하고 있는 것 같다는 분석이다.
최근 주식시장의 호황 분위기가 미술시장에도 직접적인 큰 호재로 작용했다고 본다. 특히 NFT(블록체인 미술품) 열풍의 조짐과 '재테크' 수단을 찾는 일반 애호가의 합류까지 겹쳐 미술품 수요가 확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
특히 큰 손 컬렉터들이 안정적으로 그림에 투자하고 있는 것과 달리 젊은층의 공격적인 투기같은 컬렉션이 일고 있다는 것. 김환기 이우환등 블루칩 작가외에 김창열 물방울이 강세를 보이는 것도 단색조 회화에 밀려 저평가 되어 있다 별세하면서 작품 수요가 늘어나 상승세가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서울옥션 이옥경 대표이사 부회장은 "이번 경매는 젊은 층인 MZ 세대 컬렉터가 눈에 띄게 증가하여 눈길을 끌었다"고 밝혔다. 이 대표이사는 "MZ 세대는 마스터급의 원화보다는 유명 작가의 에디션과 합리적인 가격의 현대 미술 작품에 많은 응찰을 보였다"며 "이러한 현상은 미술품이 투자재로서 젊은층과 대중들의 많은 관심을 끌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전했다.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김영석 이사장은 "올해 들어 보이는 경매시장 호황이 지난 2007년 전후의 현상과 비슷한 측면이 있지만, 제도적으로나 대중적 인식의 확산으로 볼 때 이번엔 쉽게 거품으로 꺼지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이사장은 "경매 시장 열기는 미술계의 종사자뿐만 아니라 정부도 힘을 합쳐 건강한 미술유통시장의 생태계를 만들 호기로 삼기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며 "한국 미술의 규모를 키우고 국제적인 경쟁력을 살려나갈 좋은 기회"라고 설명했다.
한편 경매사들은 매주 온라인 경매를 열며 판을 넓히고 있다. 온라인 경매는 미술품 초보 컬렉터의 '입문 경매'로 좋은 작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소장 할 수 있는 기회이자 안목을 키울수 있어 인기다.
서울옥션은 오는 31일 7명의 작가를 미술 시장에 처음 소개하는 '제로베이스' 온라인 경매를 연다. 작품값을 0원에 시작하는 경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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