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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서보 묘법(연필) 20호 중 2010년 최고가.(사진 왼쪽) 박서보, 묘법 4-76, 1976, 캔버스에 유채, 연필, 60.6×72.7cm, 낙찰가 1700만원, K옥션 2010.07.21. 2018 최고가, 묘법 No.65-81, 1981, 마포에 유채, 연필,60.6×72.7cm, 낙찰가: 2억원, K옥션 온라인 2018.08.29. 사진=(사)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제공. 2020.4.20 [email protected] |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코로나 사태'로 미술시장도 '언택트 뮤지엄(Untact Museum)’ 시대를 맞고 있다. 미술관과 갤러리는 360도 VR 전시를 선보이는가 하면 '온라인 전시'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3월 아트바젤 홍콩이 취소된 행사를 대체한 ‘온라인 전시’가 예상외로 견조한 매출을 올리면서다. 오프라인 행사와 마찬가지로 100만달러 넘는 작품들이 연달아 팔려나갔다. '코로나 시대'에도 기죽지 않는 미술작품의 진가를 증명한 셈이다.
미술품이 '하이엔드 사치품'이라는 측면에서 미술 투자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상품이다. 주식이나 부동산보다 위험 부담이 크기 때문. 하지만 인기 유명화가 작품은 투자 위험이 적다. '좋은 그림을 가지고 있으면 돈이 된다'는 말이 그래서 나왔다. 미술품 컬렉터는 대개 장기 투자자지만, 내적 고민은 계속된다. 아트테크 시대 이 작품, 소장하기에 적절할까?, 가격은 얼마나 될까?,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작가는 누구일까?
뉴시스 작품가격 사이트인 K-Artprice는 (사)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이사장 김영석)와 함께 2019년 국내 미술품 경매사 낙찰총액 기준 상위 5순위 작가의 작품가격 변동 추이를 살펴봤다. ▲1위 김환기(250억원), ▲2위 이우환(134억원), ▲3위 박수근(60억원), ▲4위박서보( 45억8000만원), ▲5위 김창열(28억3000만원)순이다.
작품가격 지수는 국내 경매시장이 활성화된 지난 2005년부터 2019년까지 15년간 낙찰가를 분석했다. 국내 8개 경매회사에서 거래된 작품 가격을 종합했다.
여기에 'KYS미술품가격지수'를 적용한 결과, 낙찰총액 순위와 달리 작품가격지수는 뒤집어졌다.
박서보가 작품가격지수 712.34를 기록해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김환기(268.27), 3위는 김창열(264.25), 4위는 이우환(263.06), 5위는 박수근(85.3) 순으로 집계됐다.
'KYS 미술품가격지수'는 비교 기간의 시작점(2005년) 기준을 100으로 정해, 2019년 현재 시점과 비교한 작품가격의 변동 폭을 분석한다. 712.24인 박서보의 가격지수는 지난 15년간 7.12배 올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같은 가격지수는 동일한 재료로 비슷한 주제를 그린 10호 크기 작품을 기준으로 호가(미술품 거래 최소 단위)를 산정한 것이다. 경매시장에서 가장 선호 받은 ‘주제-바탕재료-크기’ 등 작품의 특성까지 고려한 작품 가격 평균지수라는 점에서 시장 경쟁력까지 가늠해볼 수 있다.
미술품의 투명한 유통 거래를 위해 5순위의 각 작가별 최고가 작품을, 같은 크기와 시리즈별로 비교 분석해 작품가격을 매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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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서보 ‘같은 크기 판매가격’ 기준 시리즈별 가격 그래프.(묘법(이랑) 10호, 묘법(빗살무늬) 100호, 묘법(연필) 20호)비교. 2020.4.20. [email protected] |
◆1위 박서보: 작품가격 7.12배 상승
박서보(89)의 작품은 1970년부터 시도한 ‘묘법(描法)' 시리즈에 뿌리를 두고 있다. '묘법'은 특히 2012년 '단색화'로 재정립되면서 단색화 대표 작품이 됐다.
박서보의 '묘법' 시리즈는 2006년 100호가 2900만원에 팔린게 시작이었다. 2019년 가격지수는 712.34로 2006년 가격보다 7.12배 상승됐다. '이랑' 묘법 시리즈 10호는 약 2.14배 정도, '빗살무늬' 묘법시리즈 100호는 8.06배, '연필' 묘법 시리즈 20호는 11.18배 뛰며 가격 상승을 주도했다.
'묘법' 시리즈는 1970년대 연필을 이용해 반복적으로 긋는 작업에 이어, 80~90년대에 바닥에 수평으로 캔버스 화면을 놓고 한지 죽을 이용해 마치 밭이랑 형태를 만들어내는 ‘이랑’ 시리즈 작업을 시도하며 박서보만의 독자적인 화법을 만들어 냈다.
2007년 5월 경기도미술관의 ‘박서보의 오늘, 색을 쓰다’ 전시에 이어 아라리오그룹 김창일 회장이 운영하는 아라리오갤러리와 전속을 맺으며 해외로 진출했다. 베이징, 뉴욕전 등 잇단 해외 전시로 잠시 주목을 받았지만 크게 부각 되지 못하다 2012년부터 시작된 단색화 열풍의 주역이 되며 미술시장의 블루칩 작가로 떠올랐다.
가파른 가격 상승의 원인은 2013년 국제갤러리의 마케팅력이 한몫했다. 영국 런던의 프리즈 아트페어에서 솔드아웃을 기록하면서 단색화 붐을 이끌었다. 그해 10월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 아트페어, 12월 미국 마이애미 바젤 아트페어 등에서 '단색화' 선두주자로 부상, 런던 화이트 큐브등 세계 굴지의 화랑에서 잇단 초대전으로 화가로서 영예를 누렸다.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개최, 원로 작가의 파워를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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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서보 ‘같은 크기 판매가격’ 기준 시리즈별 가격추이. 2020.4.20. [email protected] |
◆'묘법' 가격도 편차...이랑·빗살무늬 보다 연필 시리즈 11배 껑충
박서보의 작품가격도 주제에 따라 심한 편차를 나타낸다.
같은 '묘법'시리즈 중에서도 ‘이랑→빗살무늬→연필’의 표현기법 순으로 가격이 다르게 형성되어있다.
가격 차이는 2014년을 기점으로 가속화되었다. 2014년 8월 국제갤러리 전관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단색화전과 프랑스 파리의 페로탱 갤러리에서의 초대 개인전 이후, 빗살무늬 묘법 시리즈와 연필 묘법 시리즈의 가격이 급상승했다.
10호 같은 크기 ▲이랑 묘법 시리즈는 2007년 1700만원에 거래되었지만 2019년에 3600만원으로 2.13배 뛰었다.
100호 크기 ▲빗살무늬 묘법 시리즈 2006년 2900만원에 팔렸지만, 2015년 2억3400만원에 거래됐다. 8배 이상 가격이 급상승했다.
20호 크기 ▲묘법 연필시리즈는 2010년 1700만원이었는데, 2016년 2억3000만원에 낙찰됐다. 이후 2018년 1억9000만원으로 하향 조정됐지만 평균 11.17배의 가격이 오른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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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사진 왼쪽) 박서보, 묘법(이랑)2007년 최고가, 묘법NO.040317, 2004, 캔버스에 혼합재료, 한지, 52.7×45.5cm, 낙찰가 1750만원, 디오리지날옥션 2007.09.04.(5사진 오른쪽) 2019년 최고가박서보, 묘법 No.060815, 2006, 캔버스 위 한지에 혼합재료, 40.9×53cm, 낙찰가 4000만원, K옥션 2019.03.20. 사진=(사)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제공. 2020.4.20. [email protected] |
같은 10호 크기지만 작가의 유명세와 시장선호도에 따라 작품가격은 큰 차이를 보였다.
▶2007년 최고가로 낙찰된 2004년작 '묘법 NO.040317'(10호)은 1750만원에 팔렸지만, 2019년에는 2006년 작품 'no.060815'가 4000만원에 낙찰되어 급등한 가격세를 나타냈다. 작품성에는 큰 차이가 없는 두 작품이지만 시대적 환경이 가격차를 나타낸 사례라 할 수 있다.
▶'빗살무늬' 묘법 시리즈는 100호 크기의 변동폭이 크다. 2006년 서울 옥션에서 최고가인 2900만원에 거래되었지만, 2015년에는 '묘법 No.910614' 작품이 서울옥션 홍콩 경매에서 2억5600만원에 거래되며 9배 가까운 가격 상승을 기록했다.
▶연필 시리즈인 20호의 경우 1976년작 '묘법 4-76'이 2010년 K옥션에서 1700만원에 최고가 거래되었지만, 같은 크기 1981년작 '묘법 No.65-81'작품은 2018년 K옥션 온라인 경매에서 2억원에 낙찰, 11.76배의 가격 상승을 알렸다.
박서보는 '단색화' 유명세로 2019년 호당 가격은 약 372만원을 기록해 국내 '비싼 작가' 4위에 올라있다. (뉴시스 9월 30일자 [박서보 작품가격 TOP10]단색화 밀리언 달러 작가...347억 낙찰총액 4위 참고)
박서보의 가장 비싼 작품은 지난 2016년 서울옥션 9월 경매에서 11억원에 팔린 1981년 작, 연필 '묘법' No.1~81 1981(227.5×182cm)이다.
이같은 내용은 뉴시스가 지난해 국내 언론 최초로 개발한 작품가격 사이트인 'K-Artprice(
k-artprice.newsis.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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