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아트클럽

“달항아리는 이제 블루칩이다” [박현주 아트클럽]

등록 2026-03-30 11:11:00  |  수정 2026-03-30 12:24:24

세계적 경매사 크리스티, 조선 달항아리 발굴 경매

뉴욕서 42.5cm 달항아리 318만 달러 낙찰

2023년 45cm 60억 최고가…“BTS RM이 사랑한 도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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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318만 달러에 팔린 조선백자 달항아리. 높이: 42.5cm, 지름: 42.5cm. 추정가는 100만 ~200만 미국 달러(한화 약 14.5 억~ 29 억 원)이었다. CHRISTIE'S IMAGES LTD. 2026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완벽하지 않아서 더 완벽하다.
기울어진 균형, 미세한 흔들림, 그리고 비어 있는 중심.

18세기 조선 백자 달항아리가 뉴욕에서 다시 한 번 가격의 궤도를 밀어 올렸다. 세계적인 미술품 경매사 크리스티가 24일(현지시간) 진행한 ‘아시아 위크 세일’에서 높이와 지름이 각각 42.5cm에 이르는 대형 달항아리가 318만 달러(한화 약 43억원)에 낙찰됐다. 당초 추정가(100만~200만 달러)를 크게 웃돈 결과다.

달항아리는 원래 완벽할 수 없는 그릇이다. 위아래 반구를 이어 붙이는 제작 방식 탓에 중심은 미묘하게 어긋나고, 표면은 균일하지 않다. 그러나 바로 그 틈, 그 어긋남이 이 도자기를 특별하게 만든다. 결핍처럼 보이는 요소가 오히려 형태를 지탱하는 힘이 된다.

이 비대칭의 조형은 동양의 미학적 전통, 특히 와비사비와 맞닿아 있다. 완전함이 아니라 불완전함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감각. 달항아리는 그 철학을 가장 간결한 형태로 구현한 오브제다.

시장도 이를 읽고 있다. 크리스티는 2007년 127만 달러, 2023년 456만 달러(한화 60억원), 지난해 283만 달러, 그리고 올해 318만 달러까지 이어지는 흐름을 보였다. 이는 일시적 상승이 아니라 가격대의 재편이다. 고점 이후 급락이 아닌, 일정 구간을 형성하며 다시 상승을 시도하는 전형적인 ‘블루칩’ 자산의 궤적이다.

이번 작품은 일본을 거쳐 출품된 대형 기물로, 안정적인 비례와 뛰어난 발색을 갖춘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글로벌 컬렉터 시장에서 검증된 이력과 희소성이 더해지며 경쟁을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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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한화 60억원에 낙찰된 달항아리.  *재판매 및 DB 금지



조선의 달항아리는 중국이나 일본에서 찾아볼 수 없는 한국만의 독창적 도자기다. 문화유산보호법으로 인해 국내 백자의 해외 반출은 제한적이지만, 해외에 남아 있던 작품들이 글로벌 경매를 통해 다시 조명되며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달항아리가 더 이상 ‘전통 공예’의 범주에 머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단색의 백자, 단순한 구형, 절제된 표면. 이 형식은 동시대 미술의 언어로도 충분히 읽힌다. 미니멀리즘 조각과 나란히 놓여도 이질감이 없다. 오히려 더 많은 여백과 긴장을 만들어낸다.

꾸밈 없이도 힘이 느껴지는 달항아리는 소박하고 담백한 절제미의 결정체다. 특히 지름 45cm 이상 대형 기물은 극히 드물다. 국보·보물로 지정된 작품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20여 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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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RM이 권대섭 작가의 달항아리를 껴안고 있는 모습.(방탄소년단 공식 SNS 캡처)


중국 도자가 완벽한 기술을, 일본 도자가 장식과 의식을 향해 나아갔다면, 조선의 달항아리는 느슨한 균형과 비어 있는 중심을 택했다. 그 선택이 지금, 글로벌 시장에서 하나의 기준으로 작동하고 있다. BTS RM이 사랑한 달항아리로 대중적 인지도 역시 높아졌다.

달항아리는 이제 단순한 고미술이 아니다. 형태의 철학이자, 감각의 언어이며, 동시에 가격을 견디는 자산이다.

그리고 시장은 이미 알고 있다. 이 완벽하지 않은 그릇이, 가장 완전한 가치를 지닌다는 사실을.

다만 그 가치는 이제, 우리나라가 쉽게 가질 수 없는 '가격의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어쩌면 우리는 그 거리를 뒤늦게 실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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