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아트클럽

'화가의 방' 남경민 작가, 덜어내고 '내면의 풍경으로'

등록 2024-12-05 16:56:26  |  수정 2024-12-06 10:07:57

희림건축 갤러리 라루나에서 신작 개인전

13년 만에 '고흐의 방' 등 다시 재구성 눈길

라루나, VR 온라인 가상 전시관도 운영…현장감 강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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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티스의 여인들,초대받은 N 2024 Oil on canvas 97x 130c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가급적 덜어내고 빼면서 조금은 가벼워지는 작업을 시도했다."

지난 2022년 이화익갤러리에서 7년 만에 개인전을 열고 스타 작가의 열정을 다시 보여준 화가 남경민(55)이 평화로워졌다.

2년 만에 발표한 '화가의 방' 신작은 비움의 미학으로 깊어진 면모를 보인다. 특히 '미티스의 연주하는 여인들' 작품은 밝은 색으로 화려하던 이전과 달리 갈색톤의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사유의 세계로 이끈다.

"이 작품은 작품의 중앙에 보이는 마티스의 작품 속 '연주하는 여인들'을 마티스가 초대해 향연을 하는 장면이다. 마티스의 많은 작품에는 수많은 여인들이 등장한다. 이 그림에도 음악 연주를 하는 두 연인이 등장하고 있다. 이 어두운 공간에 여인들이 연주하는 음악이 공간을 고요히 감싸고 테이블 위로 떨어지는 빛으로 승화되는 느낌을 표현하였다."(화가 남경민)
이전 그림 화면의 공간에 가득 찬 구성이 단순화됐다. 작가를 상징하는 중요 오브제인 해골, 날개, 투명병 등의 물체들도 단순하게 배치됐다. 작가는 "내면의 흐름을 상징하는 나비도 적은 수로 공간의 적막감과 고요하고 차분하면서도 평화로운 느낌을 강조하고 싶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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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의 방 4  2024, Oil on linen, 117x91cm(50F) *재판매 및 DB 금지

이전엔 화면에 가득하던 오브제와 사물들도 빠져 고즈넉하고 차분한 분위기가 강조되고 있는 신작 전시가 서울 청담동 갤러리 라루나에서 열리고 있다. '초대받은 N – 내면의 풍경으로' 타이틀로 구작을 포함해 22점을 선보인다. 

'마티스의 여인들'을 비롯해  반 고흐 '고흐의 방'과 '아를르 침실'도 눈길을 끈다.  '고흐의 방'은 남경민 작가의 '내 영원한 화가의 작업실' 시리즈 중 가장 애착과 애정이 많이 가는 작품이다.

"이번 전시를 위해 13년 만에 해바라기가 있는 '고흐의 방4'를 그리게 되었다"는 작가는 "고흐의 방 시리즈를 십 수년 만에 다시 그리게 된 것은 세월이 흘러도 내 안에 있는 간직되어있는 고흐의 영적인 에너지를 다시 꺼내어 교감하고 소통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전했다.

적막했던 이전 침실과 달리 평온한 분위기가 감돈다. 어두운 문과 대비되는 환한 방안에 활짝 핀 노란 해바라기 꽃을 중앙에 배치했다. 고흐를 추앙하는 작가의 마음이 전해진다.

"한 없이 쓸쓸하면서도 한 없이 초라하게만 느껴졌을 적막하기만한 그의 낡은 작업실. 그의 작은 숨소리가 나는 듯한 생명감이 살아있는 고흐의 영혼이 살아 숨쉬는 공간으로 이 공간을 그려내고 싶었다. 그가 죽어서 되찾은 명성에 가장 날개를 달아 준 해바라기그림은 고흐가 가장 많이 병적일 만큼이나 반복적으로 그렸다.

레이저로 살펴본 고흐의 해바라기작품은 어찌나 빠른 터치로 순식간에 그렸는지 그의 깊은 몰입이 광적일만큼 빠르게 표현된 그림이여서 걸작으로 꼽힌다 하던가. 정신병이 집 안 내력이어서 맑은 정신이 늘 아니였기에 언제 정신착란을 일킬줄 몰랐던 스스로를 인지했던 고흐.

정신이 맑은 상태일 때 그 순간을 놓치지않기 위해 캔버스위에 해바라기를 빠른 붓터치로 그리는 그의 모습이 상상이 되면서 더 애닳은 마음으로 이 그림을 그렸다.

나는 몰입과 집중력이 떨어질 때 고흐의 해바라기 그림을 들여다보곤한다. 고흐에 대한 시공을 초월한 서양의 선대의 선배화가의 쓸쓸함과 나의 애잔한 마음을 이 그림에 담아내고 싶었다. 고흐의 순수한 영혼이 나비로 승화되고 있다."(화가 남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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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의 아를르침실 2024, Oil on linen, 97x130cm(60F) *재판매 및 DB 금지

'고흐의 아를르 침실'을 2017년 이후 두 번째로 그려낸 작가는 고흐 내면의 담담한 의지를 느껴 먹먹해졌다고 했다.
"18년 전의 이 방을 그리면서 잘 알지 못했거나 이해가 부족했던 감성이 되살아나며 오래 전에는 내 자신에 대한 충만한 만족감이 컸고 고흐의 쓸쓸하고 처절했던 삶이 클로즈업 되었던 반면 이번에 다시 시도한 그림에서는 예술가 고흐이면서 한 인간 고흐의 선하고 착했던 심성과 그가 얼마나 인간과 자연을 사랑하고 작품으로많이 그려냈음에 주목하게 되었다."(화가 남경민)
'아를르의 침실'은 고흐가 고갱을 아를르 자신의 작업실로 초대하여 창작 생활을 같이 하기로 하고 꾸민 방이다. 남경민 작가는 이 그림 방 안의 창 밖에 '겨울 풍경'을 그려 넣었다. 고갱과 다툼 후 귀를 자르고 처절하게 고통스럽고 외로웠던 그의 심경이 자연 속에서 고요한 평화를 얻기를 바라는 마음과 붕대를 감은 고흐의 자화상을 형형한 눈빛으로 담아 전설적인 화가의 자존심을 살렸다. 부드럽게 조우하는 파스텔톤 분위기로 방안은 평온한 에너지가 감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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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의 풍경을 거닐다 2024, Oil on linen, 110x162cm(100P)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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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개의 풍경_ 내면의 풍경을 거닐다 2024, Oil on linen, 112x145cm(80F)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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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라루나 VR 전시관 *재판매 및 DB 금지


한편 갤러리 라루나는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가 2022년 설립된 갤러리로 웹사이트의 온라인 가상 전시관과 서울 청담동 갤러리에서 온오프라인 전시를 동시에 개최하고 있다. 갤러리는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까지 각기 다른 공간 분위기를 연출한다.

가상전시는 희림이 보유한 VR 기술로 만들어져 마치 실제 전시장에 설치된 것과 같은 현장감을 준다. 스마트폰, 노트북 등 기기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전시에 접속할 수 있다. VR 전시관은 도슨트의 해설과 작가 정보를 제공한다.
 
이번 남경민 개인전 VR 전시관은 작품에 등장하는 정원을 모티브로, 총 5개의 전시실과 1개의 미디어실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전시실에서는 남경민 작가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나비를 조명한다. 관람객이 작품을 자신의 공간에 배치해볼 수 있는 재미도 선사한다. 전시는 2025년 1월24일까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