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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군은 '숨결의 지구'…박우량·올라퍼 엘리아슨 '예술로 통한 뚝심'

등록 2024-11-15 17:06:01  |  수정 2024-11-18 10:16:26

'1섬 1뮤지엄' 신안군 예술섬 프로젝트 첫 결실

수국 섬으로 유명한 도초면 언덕 대지 미술관 탄생

세계적 설치미술가 올라퍼 엘리아슨 '숨결의 지구' 공개

천장 뚫린 돔 형에 색색 다면체 용암석 타일 환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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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현주미술전문기자] 15일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난 올라퍼 엘리아슨과 박우량 신안군수가 기념 사진을 찍으며 활짝 웃고 있다. 2024.11.1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와서 보면 꼭 사진관에서 조명을 켠 것 같은 느낌이 나요. 정말 환상적인 공간입니다. 하늘이 뚫려서 비가 오고 눈이 오면 어떻게 하나 했는데…천재적인 작가는 다르구나 느꼈어요."(박우량 신안군수 )

"천재는 아닙니다. 하하~ 첨언을 하자면 천장이 뚫려있는 것에 대해 군수님이 말씀하셨는데,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나를 여쭤보고 싶습니다. 변화는 예측 가능한 것에서 예측 불가능한 것으로 이동하는 것입니다. 다행스럽게도 함께 했던 팀원, 강형기 예술감독도 예술의 힘을 믿어주셨습니다. 예술은 보이지 않는 것을 시각적으로 가시적으로 만드는 것입니다."(올라퍼 엘리아슨)

"작가의 말은 너무 철학적이어서 아직도 이해를 못하겠다"는 시골 군수와 "예측불가능성의 예술의 힘"을 진지하게'설파하는 세계적인 설치작가의 사고의 차이는 컸지만 '공동체 의식'을 함께 한 열정은 예측된 세상을 바꾸고 있다.

15일 '1섬 1뮤지엄'을 추진하고 있는 신안군 박우량 군수가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서울 미술기자단과 만나 예술섬 프로젝트의 첫 완공 작품인 올라퍼 엘리아슨의 '숨결의 지구' 작품 설명회를 열었다. 박 군수는 신안군청 직원들과 보라색 자켓을 함께 입고 와 서울에 '움직이는 퍼플섬' 인지도를 강화했다.

지난 13일 수국의 섬으로 유명한 신안군 도초도에 개관한 올라퍼 엘리아슨의 '숨결의 지구'는 도초도의 생태와 자연환경이 어우러진 '대지의 미술관'으로 탄생됐다. 4년간 총 사업비 47억 원이 투입되어 가장 먼저 완성된 이 작품은 세계적인 예술가들이 참여한 신안군 '예술섬 프로젝트'의 실체를 드러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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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현주미술전문기자] 신안군이 서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도초면에 설치된 올라퍼 엘리아슨의 '숨결의 지구' 영상을 공개했다.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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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 올라퍼 엘리아슨의 '숨결의 지구' 영상 *재판매 및 DB 금지

◆올라퍼 엘리아슨 '숨결의 지구'
"지구를 위해 새로운 방식을 만들어야 한다."

올라퍼 엘리아슨은 "대지를 위한 박물관을 건립한다는 건 진보적인 방법"이라며 "이번 작업을 하면서 무감각하고 둔해져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민감해지려고 노력했고 도초도를 방문하면서 주민들의 열정과 행복해 하고 자부심을 느끼는 것을 보면서 예술의 의미와 공동체 의식을 많이 느꼈다"고 했다. 주민들은 엘리아슨의 작품을 알리기 위해 팔목에 이름을 적고 외우며 지인들에 엘리아슨을 알리고 작품에 기대를 했다고 한다.

엘리아슨은 1997년부터 설치, 회화, 조각, 사진, 영상 등 다양한 매체로 전 세계 주요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2003년 제50회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덴마크관 대표작가로 참여했고, 같은 해 런던 테이트 모던 터빈 홀에 '날씨 프로젝트'를 설치하여 20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을 끌어왔다. 2022년에는 카타르 도하 외곽 사막의 섬세한 생태계에 주목한 거울 파빌리온의 군집 '한낮의 바다를 유영하는 그림자들'을 공개했다. 2023년에는 일본 황실로부터 프리미엄 임페리얼 상을 수상했다. UNDP 굿윌 기후 행동 친선대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PKM갤러리(대표 박경미)가 전속으로 엘리아슨을 지원 홍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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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afur Eliasson 숨결의 지구 (Breathing earth sphere) 2024 Installation view: Docho Island, Shinan County, South Jeolla, South Korea, 2024. Photo: Kyungsub Shin Commissioned by Shinan County 
© 2024 Olafur Eliasson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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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미술전문기자] 올라퍼 엘리아슨이 신안군 도초면에 개관한 '숨결의 지구'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2024.11.1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도초도에 설치한 '숨결의 지구'는 과거 화산 활동으로 인해 형성된 도초도의 독특한 지형에 영감을 받아 완성했다. 자연의 흐름과 에너지를 시각적으로 재현한 작품으로 자연의 생명력과 자연의 에너지를 직접 느끼고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직경 8m의 공모양 구조물로 입구는 어두운 동굴처럼 시작된다. 이어 안으로 들어서면 이탈리아산 용암석 타일로 붉은 색과 녹색이 정교하게 구성되어 찬란한 햇빛을 반사하며 입체감을 연출한다.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과 공간에 있는 자신의 모습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구의 내부에 서 있으면, 단순히, 지금 이 순간 여기에 존재함을 느끼게 된다. 하단의 붉은색에서 상단의 녹색으로 변하는 타일은 대지와 토양, 식물의 푸르름과 직관적으로 맞닿아 있으며, 주변의 다면체 형상들은 흙 속의 결정체와 생명을 불어넣는 미세한 양분을 떠오르게 한다.”(올라퍼 엘리아슨)
엘리아슨은 "지구상에 발을 딛고  서 있는 인간으로서 지구를 존중하려고 했다"며 "보는 방법을 배우는 명상적인 효과로 성찰하는 순간 지구와 연결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정치는 예측가능성의 아트지만 아트는 예측불가능성의 정치"라는 독일의 비스마르크의 말을 인용하며 "지금 현재 기후와 관련해서 매우 불안정한 시대에 살고 있다. 현실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면서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것 그것이 예술"이라고 강조했다. "자연도 인간도 모두 ‘내가 어떻게 보느냐’에 달린 ‘상대적인 것’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구 안에 들어가면 바닥도 천정도, 지평선도 없다. 지구의 자궁 안에 있다고 생각하며 지구의 숨결을 느끼면 된다."

신안군 예술섬 프로젝트 강형기 총감독은 "연꽃잎이 대지에 떠 있는 형상인 '숨결의 지구'는 자연의 에너지를 급속충전할 수 있는 곳"이라며 "340만평 땅에 설치되어 주민들의 경작 작물을 심는 삶과 일상이 뮤지엄을 형성하는, 지구에서 가장 아름다운 에코 뮤지엄"이라고 자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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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박우량 신안군수가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신안군 예술섬 프로젝트를 설명하고 있다. 2024.11.1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1섬 1뮤지엄" 진짜 실천하고 있는 박우량 신안군수
"예술섬 프로젝트는 살아 남기 위한 유일한 방법입니다."

전국 민선자치단체에서 보기 힘든 '1섬 1뮤지엄' 문화관광정책을 펼치고 있는 신안군 박우량 군수의 열정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신안군을 살리고 알리기 위해서는 물불 안 가리고 뛰어드는 돈키호테형 스타일이다. 서울의 22배 크기 지만 인구 소멸 지역 1위이자 전국 재정자립도 최하위권인 신안군을 '살고 싶은 섬' 만들기에 주력하고 있다.

"마늘, 대파, 양파 농사 짓는 게 다가 아니다"라며 "문화예술이 꽃 피는 섬으로 만든다는 '1섬 1뮤지엄' 정책은 '생존 경쟁'에서 시작됐다. 특히 올해 보라색으로 물든 반월·박지도의 '퍼플섬'은 전 국민의 관심을 끌었다.

이런 가운데 '꼭 올 수 밖에 없는 곳으로 만들려면 세계적인 유명한 작가들의 뮤지엄을 만드는게 중요하다'는 목표로 세계적 예술가가 참여하는 미술관을 짓고 있다.

박 군수는 27개 사업 계획 중 현재 17개를 완성하고 11개를 만들어가고 있다. 김환기 화백의 고향인 안좌도에는  일본의 야나기 유키노리가 참여한 물 위에 떠 있는 미술관을 건립 중이다. 자은도에는 2026년 상반기 준공을 목표로 이탈리아에서 활동하는 박은선 조각가와 건축의 거장 마리오 보타가 공동으로 설계한 인피니또 미술관을 짓고 있다. 비금도에는 영국 출신 조각가 안토니 곰리가 바다의 미술관을 조성, 내년 완공할 예정이다.

박 군수는 "시골에서 추진하는 일로 영어도 안되고 직원들도 굉장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고 최고의 퀄리티를 요구하는 세계적인 작가와 팀들의 생각에 대해 편차가 커 어려움이 많다"면서도 "이번 올라퍼 엘리아슨의 작품 설치로 한 단계를 넘어섰다는 안도감과 행복감에 뿌듯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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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 15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 호텔에서 박우량 신안군수가 신안군 예술섬 프로젝트를 설명하고 있다. *재판매 및 DB 금지


"하늘이 뚫려서 유리나 천막을 씌울지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작가님이 지구의 숨결을 느끼려면 비를 맞게 하고 눈을 맞아야 한다고 이야기하길래 어떻게 하나, 비가 고일 텐 데, 걱정했는데 배수로가 있더라고요, 비도 눈도 녹아서 빠져 나가요. 하하하"

박 군수는 "숨결의 지구에 들어가면 사진관에서 나한테만 조명을 켠 것 같은 느낌"이라며 "화사한 타일과 어울려 공간안에서 정말 환상이어서 정말 감탄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한 음악 선생님이 그곳에서 첼로 연주를 했는데 스피커가 없는데도 공명이 울리는 게 더욱 환상적이어서 개막식에 공연을 해볼까 기획했었다는 박 군수는 "'지구의 숨결인데 조용하게 들어야지 무슨 첼로냐'는 주변의 지적에 공연 예약도 취소하고 여전히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날 박 군수는 "드디어 '숨결의 지구'가 지난 6년 간 준비를 마치고 그제 준공을 마치고 서울 기자들에게 설명회를 하고 있다"며 "전국에서 제일 열악하게 살아가고 있는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국제적인 아티스트를 모셔 노력하고 있는 점 이해해주시고 성원해 주시기를 바란다"며 예술섬 프로젝트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음을 강조했다.

"천사의 섬 신안군은 신재생 에너지가 되면서 전 바다가 중동의 기름보다 황금의 바다로 변하고 있다"는 박 군수의 열정과 자부심은 성공적인 '1섬 1뮤지엄'의 자신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

올라퍼 엘리아슨의 '숨결의 지구'는 신안군 예술섬의 '숨통'이 되고 있다.  덴마크 출신의 세계적인 미술가의 작품 설치로 신안군 도초도의 이름을 전 세계에 알리고 있다. 세계적인 작가들의 잇단 작품 설치 기획으로 '1004섬 신안군'이 '예술섬'으로 '꼭 가볼 수 밖에 없는 미술 여행지'이자 동아시아 예술 중심 도시로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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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빨강 다면체의 용암석 타일로 제작된 올라퍼 엘리아슨 '숨결의 지구' 내부. 신안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한편 도초도에 설치된 올라퍼 엘리아슨의 '숨결의 지구'는 오는 25일부터 관람이 가능하다. 신안군은 예약을 받아 한 명씩 입장해 5분 간 감상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도초도는 2300명이 살고 있는 섬으로 목포에서도 배를 타고 1시간 정도 들어가야 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