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아트클럽

김택상 "포스트 단색화가? 난 한국적 추상미술 3세대"[박현주 아트클럽]

등록 2024-08-27 01:26:50  |  수정 2024-08-27 08:10:34

리안갤러리 서울서 '타임 오딧세이' 개인전

"내가 쓰는 색은 손에 안 잡히는 구조색"

벽에 띄운 신작 '플로우' 시리즈 발표

4년 만에 '빛 발광하는 캔버스' 개발

"제임스 터렐 빛 작업과 내 빛 작업 기질적으로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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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서울 종로구 리안갤러리 서울에서 열린 김택상 개인전 'Time Odyssey(타임 오딧세이)'에 선보인 신작 'FLOW' 전시 전경. 2024.08.2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나는 '김택상다운 그림'을 그릴 뿐이다."

화가 김택상(65)은 의외였다. 맑고 옅은 조용한 그림과 달리 '반항아 기질'을 보였다. 지독한 탐구주의자였다.

"제일 좋아하는 노래 중에 하나가 렛잇비(Let It Be)에요. 내버려 두면 되거든요. 제 작업에 비밀이 있다고 한다면 '렛잇비'입니다."

26일 서울 통의동 리안갤러리 서울에서 만난 그는 4년 만에 신작 '플로우(FLOW)'시리즈를 선보였다. "감동이 없으면 예술이 아니다"고 강조하는 그는 자신의 작품에 대한 자신감이 넘쳤다.

김택상은 '물 빛 회화 Breathing Light' 연작으로 유명하다. 빛과 색을 물로 담은 '스밈의 미학'으로 국내외 컬렉터를 사로잡았다. 물을 머금은 은은한 색의 작업은 '숨 쉬는 빛의 회화'로 각광받으며 '단색화 후세대 대표 작가'로 꼽혔다.
 
스며드는 물빛의 명상적인 작업과 달리 신작 '플로우'는 '발광의 미학'이다. 머금은 빛을 마치 '폰딧불이'처럼 발현 시킨다.  어둠 속에 연출한 플로우 연작은 핀 조명을 받아 '은은한 빛무리'로 빨아들인다. 보는 순간 시공간에 떠있는 무중력 상태로 느껴지기도 한다.

분명 색을 쓴 그림일 뿐인데, 무슨 현상일까?

'타임 오딧세이(Time Odyssey)'를 전시 주제로 빛과 색의 다차원적 경험을 선사하는 그의 세계관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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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김택상 작가가 26일 서울 종로구 리안갤러리에서 개인전 'Time Odyssey(타임 오딧세이)' 기자간담회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2024.08.26. [email protected]

◆어릴 적 꿈? 천문학자·축구협회장
장래 희망이 천문학자였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미시세계와 거시세계는 연결되어있다는 생각을 했다. 초등학교시절 내 손가락에 피를 내서 광학현미경으로 관찰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완전 신세계였다. 동시에 별빛 가득한 하늘을 보며 천문학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광대한 우주에 흠뻑 빠져서 어린시절을 보냈다.

중학교 2학년까지 수학을 잘했는데 그림이 좋았다. 선생님도 그림을 그려라 하더라. 그러나 화가가 되겠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었다. 중학교 지나서는 축구를 좋아해 축구협회장도 되고 싶었다. 운동을 하게 되면 몰입하게 된다. 그림 그리는 거랑 똑같다. 호기심이 많고 몰입을 잘 한다. 빨리 결과를 얻고 싶어하지 않는다 기질적으로. 기다리는 것을 잘한다. 어렸을 적부터 그렇게 바라는 것이 많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냥 내가 살고 싶은 대로 내 삶을 살고자 하는 욕망이 있었다.

◆관심 있는 것은?
지금, 그리고 현재다. 작업도 미리 계획을 세워 놓기보다 그때 그때 몰입해서 들어간다. 계획 없이 작업 했을 때 날 것들이 나온다. 그 과정에서 이 색을 쓰고 싶다, 이 색이 더 좋겠다, 이렇게 넣는 것이 좋겠다 하는 계속해서 올라오는 무엇이 있으면 그것에 충실한다. 그렇게 계획 없이 했었을 때 새로운 것들이 나온다.

미리 기획해 놓은 것은 결국 머리가 기획하는 것이다. 사실 머리에서 결정을 해서 판단해서 행하는 일들은 전부 다 과거에 입력된 정보를 바탕으로 분석을 통해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뻔한 것일 수밖에 없다. 날 것이 나올 수가 없다.

 주변 예술가들을 관찰했을 때 홍상수 감독도 그렇게 일을 하더라. 미리 대본을 주지 않는다든지, 촬영할 장소를 미리 정해 놓지 않고 하는…이런 전략이 결국 날 것을 뽑아내기 위해서인데, 나도 마찬가지다. 수십 년 간 소묘를 했고 사실적인 그림을 연습해온 사람이다. 똑같은 것을 그리는데 너무나 능숙하다. 다큐멘터리 방법론을 쓰는 감독들을 통해서 나도 이런 맥락에서 작업하고 있구나 하고 알아차린 것이 10년 정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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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리안갤러리 서울에서 열린 김택상 개인인전 'Time Odyssey(타임 오딧세이)' . 2024.08.26. [email protected]


◆개인전 제목 '타임 오딧세이'는?
어릴적 꿈처럼 어느 순간 내가 그림을 통해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우주라는 무한 공간을 탐험하며 미지의 세계(그림)를 발견해 가는 여정을 전시로 풀어내고 싶었다. 내 작품에서 은은한 빛 무리가 나오는 듯한 경험을 하고 작품의 표면을 전자현미경으로 들여다 보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이번 전시 제목 '타임 오딧세이'는 내가 좋아하는 영화 감독인 스탠리큐브릭의 영화 '2001 Space Odyssey'에서 영감을 받아 정했다.

작업 중 새로운 행성이나 성운과 같은 느낌의 작업이 나오면(발견하면) 마치 천문학자가 새로운 행성을 발견해서 그 행성의 이름을 명명하듯이 나도 그림에 마치 새롭게 발견한 행성처럼 PlanetA16(예) 이렇게 이름을 붙였다. 여기서 Planet는 행성을 의미하고, A는 August(8월)의 줄임말 A이고, 16은 발견된 날짜를 의미한다.

화이트 큐브를 벗어나 공간 전체로 확장한 이번 전시는 다양한 은하들에 공존하는 우주의 오로라들을 작품으로 옮긴 듯한 ‘작품을 타고 떠나는 행성 여행’을 보여준다.

◆투명한 스크린 같은 '플로우' 신작의 비밀
물로 작업하는 것은 이전과 동일하다. 평면 캔버스인데 비밀이 있다. 공개하지 못할 영업 비밀은 아니고, 일단 캔버스는 내가 개발했다. 브라켓도 개발을 했다. 내가 원하는 작품을 위해서다. 물론 나 혼자 개발한 것은 아니다.  동료 작가 중에 이진우 작가가 있는데, 그의 절친 중에 섬유 전문가가 있다. 내가 재료를 갖고 고민 고민하는 걸 보고 연결해줬다. 그래서 4년 전에 만나서 상의를 하고 (빛이 발광하는)캔버스 개발을 시작했다. 4년 동안 고생 끝에 만들어냈다.

한국에서는 만들 수 없었다. 대형 작품을 선호해서 폭이 270cm는 나와야 했다. 개발자가 지난 수 년 간 중국을 오가고 내가 또 수 없는 실험 과정을 거쳐 작년에 비로소 만들었다. 돈도 억대가 들었다. 나한텐 R&D예산이다. 지금은 아주 편안하데 가벼운 마음으로 작업하고 있다. 그 캔버스가 나왔기 때문에 이번 신작 작업을 할 수 있었다. 곰팡이 방지 처리까지 했다.

내가 쓰는 천은 사실은 '수채화 용 캔버스'다. 일반적으로 수채화용 캔버스가 있다는 걸 잘 모른다. 왜냐하면 캔버스라고 하는 것은 원래 서양에서 개발된 것이기 때문에 물감이 얹혀지는 데 특화돼 있는 재료로 스미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내가 원하는 작업을 하기 위해서 수많은 실험을 했고 결국 찾아냈다.
 
이번 빛을 내는 캔버스 사용은 내가 국내 최초다. 보다 많은 작가들이 쓰면 좋겠다. 발색이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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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리안갤러리는 26일 서울 종로구 리안갤러리 서울에서 김택상 개인인전 'Time Odyssey(타임 오딧세이)' 기자간담회를 갖고 주요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는 단색을 초월해 컬러플 하면서도 빛을 발현시키는(발광) 작업들로,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 다양한 파장들을 가시화시킴으로써 심해 혹은 태양을 벗어난 우주로 까지 확장된 가능성의 영역을 향한 탐구한 작업의 결과물들이다. 2024.08.26. [email protected]

◆'빛의 발광'…내 색은 구조색과 관련 있다.
이 세상 있는 색은 색소색과 구조색으로 구성되어 있다. 색소색은 나팔꽃을 문지르면 색소가 나온다. 이게 물감이다. 구조색은 구조가 있기 때문에 만들어진 색이다. 나비 날개의 휘황찬란한 색깔, 앵무새의 색, 전복 색 등 아무리 문질러도 색소가 나오지 않는다. 눈에 보이지 않는 나노체 구조가 있다. 투명한 구조들에 빛이 들어가게 되면 그 안에서 빛의 회전 굴절 난반사를 통해서 무지개 빛이 나오는 거다. 원래 거기에 색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구조색을 알게 된 것은 어릴적부터 물색, 하늘색, 우주색, 황혼색에 마음을 뺏겼다. 구조색을 박서보 선생은 '공기 색'이라고 표현했다. 무지개는 물방울 수증기가 하늘에 떠 있다가 빛의 굴절로 만들어진다. 내가 관심 있는 색들은 손에 안 잡힌다.

원래 작가들은 개념이 앞서는 사람이 아니다. 감각적으로 먼저 끌린다. 왜 이렇지? 라고 가슴으로 시작해서 머리로 올라가 분석을 시작하는 게 실험이다. 재료를 찾고 나를 감동시켜서 이미지를 찾고 구체화 되는 것. 그리고 나를 감동 시킬 수 있어야 한다. 내 작업은 그런 프로세스를 통해서 나온다.

◆몰입 속 철저한 전략과 전술
몰입을 해서 특별한 계획 없이 들어간다는 것은 작업 과정에서 몰입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아무런 계획 없이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다. 홍상수 영화를 예를 들면 영화과 교수가 제자한테 만들어온 작품을 같이 보면서 '그냥 놔둔다고 자연스런 작업이 아니야' 라는 이야기를 한다. 생각해 봐라. 서커스 하는 분들이 공을 돌릴 때, 관객에 자연스럽게 보이려면 수많은 연습과 힘든 과정이 없이는 자연스러운 동작이 나오지 않는다. 내 작업도 똑같다. 퀄리티의 문제다. 감동이 있느냐 없느냐 문제다. 당연히 철저한 전략과 철저한 전술로 나온다. 보여지는 전시에서 모든 하나하나의 요소는 철저하게 계획된 거다. 필요 없는 건 다 제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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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김택상 작가가 26일 서울 종로구 리안갤러리에서 개인전 'Time Odyssey(타임 오딧세이)' 기자간담회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2024.08.26. [email protected]

◆후기 단색화가? "관심 없다"
오해가 무진장 많은 것 같다. 나는 스스로를 단색화가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후기 단색화라고 얘기 한 적도 없다. 미술사가들은 당대의 미술 현상을 카테고리화 한다. 시대를 정리하는 차원에서 정리하는 거다. 하지만 나 김택상은 내가 단색화에 속하는지, 담화에 속하는지 관심 없다. 반면 이런 염려와 걱정은 있다. 한국 미술계에 서식하는 작가로서, 더 잘 됐으면 좋겠고 글로벌화되길 바란다.

그 관점에서 바라봤을 때 단색화 사조는 한국미술상 처음으로 국제적으로 브랜딩 된 거다. 우리는 철저한 자본주의 세상에 살고 있다. 작가로서 경쟁하면서 산다. 국제 미술계에서 우리 한국 미술은 단색화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다. 나는 1세대 윤형근 박서보 선생과 완전히 다른 세상에 산 작가다. 시대 정신도 다르다. 치열하게 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다.

내 이전 세대는 우리나라가 후진국일때 열등감과 함께 '나는 누구인지' 질문을 던졌을 거다. 한국성에 천착했을거다. 작가는 원래 독립적이다. 당대에 우리는 무엇이지? 했던 것처러 단색화는 집단적인 행동이다. 나도 그때 있었다면 그렇게 했을 것이다. 나는 후진국을 거쳐 중진국, 선진국까지 경험한 유일한 세대다. 근본적으로 시대를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다. 내가 40대인 2000년 초에 인터넷이 등장했다. 축구로 전 국민이 세계에 '대한국민'을 알렸고 경제발전이 이뤄졌다. 역동성이 생겼다. 원래 한국 문화에 있었다. 역동성이 발현되기 시작한 것이 '케이 컬처'로 발전했다. 우리는 식민지 시대를 거치면서 스스로에 문화적 자긍심이 부족했다. 나는 우리나라의 후진국에서 선진국까지 다 경험한 당사자로서 이제 우리는 경제적으로도 문화적 자긍심을 제대로 찾아내야 하는 시기라고 본다. 예술 분야 종사하는 작가들은 그런 근본적으로 자긍심을 갖고 사는 사람들이라 모든 준비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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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리안갤러리는 26일 서울 종로구 리안갤러리 서울에서 김택상 개인인전 'Time Odyssey(타임 오딧세이)' 기자간담회를 갖고 주요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는 단색을 초월해 컬러플 하면서도 빛을 발현시키는(발광) 작업들로,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 다양한 파장들을 가시화시킴으로써 심해 혹은 태양을 벗어난 우주로 까지 확장된 가능성의 영역을 향한 탐구한 작업의 결과물들이다. 2024.08.26. [email protected]

◆김택상은? "한국적 추상미술 3세대"
나는 한국적 추상미술이라는 틀로 봐야 한다. 근대미술관이 만들어지면 한국적 추상미술 계보를 만들어야 한다. 김환기, 유영국이 1세대, 윤형근, 박서보, 하종현이 2세대, 그리고 내 세대가 3세대다. 포괄적인 정리가 이뤄지면 한국적 추상미술의 1세대, 2세대, 3세대의 계보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담론이 풍성해진다.

추상화를 하는 내 작업만 해도 선배 세대와 관계성이 있다. 김환기, 곽인식 작가를 한번도 만난 적이 없다. 하지만 '나하고 비슷한 감수성을 갖고 있네'를 단박에 안다. 유영국 선생과도 동의하는 부분이 있다. 유영국 선생은 색을 서늘하게 잘 쓴다. 풍토와 연관이 있다. 나도 강원도 출신으로 추운 지역에 살다 보니 색을 서늘하게 쓴다. 어떤 분이 '그 지점을 자꾸 윤형근과 연결시켜서 이야기 하지만 유영국과도 관계가 있다며 그쪽으로 전시나 크리틱을 해보면 재미난 이야기꺼리가 나올거야'라고 말하는데 단박에 동의되더라.

◆한국 근대미술 출발 "겸재 정선 선배 가장 존경"
겸재 정선 선배님을 존경해 마지 않는다. 한국의 근대미술의 출발을 겸재 정선으로 본다. 서구의 근대는 프랑스 시민혁명으로 시작됐다. 왕권 시대에서 시민 개개인이 자기 삶의 주인으로 거듭난 계기였다. 한국의 근대는 혹자는 일본의 의해서 대리 근대화됐다고 하지만 나는 동의할 수가 없다.

근대는 '인라이트먼트(Enlightenment)', 내 안에서 불이 켜지는 것이다. 나는 누군인가하는 내 안의 자각이다. 나는 왕의 백성도 아니고 귀족의 머슴도 아니고 완전한 인격체로서 한 시민으로 인권과 자유를 가진 사람이다. 이런 점에서 미술분야에서 겸재 정선이 실경산수를 그렸다. 이전엔 관념산수였다. 당시 중국은 현재 지금 미국과 같은 존재였다.

관념산수 시절에 겸재는 내 몸뚱아리가 있는 주변, 이 땅을 그렸다. 어떻게 존경하지 않을 수 있나. 그래서 나는 겸재 선배님을 한국의 근대미술의 출발로 보는 거다. 이제 우리도 우리의 역사를 하나씩 써나가야 할 시점이다. 조그마한 성취도 격려하고 칭찬하고 다독거리는 사회 분위기. 그 속에서 서로 힘 받아서 앞으로 치고 나가는 분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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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김택상 작가가 26일 서울 종로구 리안갤러리에서 개인전 '타임 오딧세이(Time Odyssey)' 기자간담회를 마치고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2024.08.26. [email protected]

◆긴 머리를 고수하는 이유
고등학교 졸업하면서 기른 머리를 지금까지 고수하고 있다. 기질과 상관있다. 대학생때 장발 단속을 당했다. 길에서 잡혀 머리를 깎였다. 장발 단속을 당하면서 경찰 서장하고도 많이 싸웠다. 내가 이렇게 살고 싶은데 왜 그러지? 아버지도 남자가 왜, 머리가 그게 뭐냐고 혼을 냈다. 그래서 머리 역사를 공부했다. 짧은 머리는 나폴레옹시대때 나왔다. 전쟁을 치러야 하는데 병사들의 머리가 이가 드글드글했다. 전쟁을 위해 머리를 자른 거다. 

조선은 원래 상투를 틀고 머리를 길렀다. 일본 군국주의에 의해서 단발령 때문에 머리가 짧아졌다. 그게 지금까지 굳어 진거다. 그래서 공부를 해서 갖고 다닌거다. 당신들이 얼마나 무식한가 봐라. 그때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박해와 같은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대단히 의식화됐다. 사회과학, 인류학에 대해 집중적으로 공부하게 됐다. 계속 물고 들어가서 탐구하고 파고 드는 스타일이다 보니 지금의 이런 작업을 하게 됐다.

◆'물 작업 회화' 배경
재미있는 것은 제 사주에 물이 부족하다. 우습게 들었는데 사주는 통계학이다. 10여 년 전 우연히 산을 갔는데 '선생님 물이 부족하세요 물 장사를 해야 된 다'고 하더라. 그런데 내가 '물 장사'를 하고 있더라. 사주가 터무니 없는 것일까? 아니라고 본다. 내가 딸을 좋아한다 물 수가 많다. 하하.
 
◆빛 작업은?
구조 색과 관련된 것인데, 구조 색을 구현할려고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원하는 색을 쫓아가다 보니 방법론적으로 결과 되어진 거다. 작가들은 행동이 먼저 인 사람이다.

플로우 신작은 빛의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 블랑켓을 썼다. 벽에 띄운 이유는 비존재처럼 보이기 위해서다. 이렇게 작업하는 작가가 아니쉬 카푸어다. 핀 조명은 맞는 작업이 따로 있다. 내 작업은 구조색이라 발광하는 느낌을 낼 수 있다. 표면 아래는 입자가 납작해보이지만 대단히 많은 구조가 시간차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미세 공간에 빛이 들어가는거다. 그냥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라 철저하게 전략적으로 고려해서 나온 거다.

바탕에 칠한 건 아크릴 물감이다. 하지만 액상화된 물감을 쓰지 않는다. 물로 희석을 한다. 양동이에 물을 넣고 안료(물감)를 물로 해체한다. 중력에 의해서 입자들(알갱이)이 가라앉은 것을 쓴다. 박서보, 하종현 정창섭 등 단색화가들의 수행적 방법과 같다. 한국문화적 밈이다. 우리가 색을 다루는 방법이다. 고려청자에서 시작됐다. 청자는 내가 색을 다룬 방법과 똑같다. 고려청자의 비색이 나오는데 '아 내가 사용하는 방법이 선조들의 방법과 다르지 않구나'를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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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서울 종로구 리안갤러리 서울에서 김택상 개인전 'Time Odyssey(타임 오딧세이)' 전시 전경. 2024.08.26. [email protected]

◆'빛 작가' 제임스 터렐과 차이는?
빛을 다룬다는 입장에서는 같다. 하지만 터렐과 나는 기질이 다르다. 나는 '최소의 경비로 최대의 효과를 내야 한다'는 게 삶의 지표다.  서양 작가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나는 애초에 안 한다. 차이는? 수련과 공력이 필요하다. 기계를 활용해서 3m를 뛰어넘을 수 있다. 그러나 장인이나 무술가들은 수련을 통해서 일반인은 못하는 경지를 보여준다. 거기에 맞는 근육이 만들어진다. 나는 그 쪽이다.

제임스 터렐은 3차원의 빛을 3차원적 방법으로 보여준다. 나는 3차원의 빛의 문제를 2차원으로 이야기한다. 어떤 원리냐면 고차방정식을 차원을 낮춰 초등생이나 유치원생에 이해시키는 것과 같다. 상당한 공력이 필요하다. 대학생이 고등학생을 이해시키는데는 가능한데, 유치원생을 이해 시키려면 특별한 노하우와 공력이 필요하다. 동북아시아 특징이라고 본다. 1세대는 그걸 '수행'이라고 했다. 내 작업은 빛을 다루긴 하지만 내가 갖고 있는 문화적 유산으로 봤을 때 터렐 같은  작업을 할 수 있는 기질이 아니다. 그 지점에서 터렐과 차별성이 있는데 돈이 덜 든다. 또 쓰레기는 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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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서울 종로구 리안갤러리 서울에서 9월4일 개막하는김택상 개인전 'Time Odyssey(타임 오딧세이)' 전시 전경. 2024.08.26. [email protected]

◆전시 하는 이유?
감동은 아무 때나 오는 것이 아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때 이때까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어떤 상황, 새로운 어떤 무엇을 맛을 봤는데 정말 처음 보는 맛을 봤을 때 우리가 감동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건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모든 인간들이 갖고 있는 매커니즘이다. 감동을 받게 되면 그 다음 프로세스가 그걸 나누고 싶어한다. 이거 먹어 봤어? 거기 가봤어? 그렇게 진행이 된다. 나도 똑같다. 그러니까 내가 실험하고 시도한 일이지만 나에게 감동이 있었을 때 나도 감동을 받는다. 그랬을 때 그것을 나누고 싶어진다. 내가 우연히 발견한 `진짜 세상의 조그만 아름다운 조각`들을 관객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같이 나누면 더욱 행복해지니까.

ㅡ리안갤러리 서울은 김택상 개인전 '타임 오딧세이'전을 세계 미술인들이 집결하는 키아프-프리즈 기간에 맞춰 선보인다. 전시는 오는 9월4일부터 10월19일까지 열린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