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아트클럽

'이건희컬렉션' 덕분에…"미술품 기증, 모두를 위한 예술"

등록 2024-05-22 12:00:00  |  수정 2024-05-30 22:43:47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기증 작품전 22일 개막

'1960-1970년대 구상회화'전 150점 공개

이건희컬렉션 104점 포함 기증 의미 되새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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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상봉, '백일홍', 1970, 캔버스에 유화 물감, 24.7×33.5cm, 이건희컬렉션. 

목우회 창립(1958년) 회원인 도상봉은 일본 유학 시기에 습득한 사실주의적 화풍을 바탕으로 주로 풍경과 정물을 화면에 담아냈다. 특히 조선백자에 대한 애정을 예술로 수용하여, 백자와 백자가 곁들어진 정물을 주 소재로 다뤘다. 화면의 모든 대상은 한결같이 다소곳하게 정지해 있는 상태이며, 대상을 부단히 어루만지는 조용하고 부드러운 손길이 느껴진다. 캔버스 천의 고운 결을 살려 잔잔한 붓질로 온화한 색조를 입히고, 빛에 의한 정물과 그림자의 명암으로 깊이감과 선명함을 동시에 보여주었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결국 미술품은 '공공의 것'이다. 같이 누려야 더 빛난다. '미래 문화자산'이기 때문이다.

'이건희컬렉션' 104점 등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 된 작품 150점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 김성희 관장은 "예술을 함께 공유하고자 하는 기증자의 뜻이 전시장을 찾은 수많은 국민들에게 향유의 즐거움을 주고 한국 미술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국립현대미술관 기증 미술품은 전체 소장품 1만1560점 가운데 6429점으로 전체 대비 55.6%를 차지한다. 1971년 시작 된 미술품 기증은 2021년 이건희컬렉션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미술품 기증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개인 소장가나 작가 유족 등이 미술품을 기증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22일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MMCA 기증작품전: 1960-1970년대 구상회화'전이 개막했다.

최근 5년 간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작품 가운데 1960~1970년대 구상회화를 선별해 재조명한다. 특히 2021년 이건희컬렉션을 기점으로 늘어난 다수의 기증 작품들로 구성되어 기증의 의미와 가치를 되새기는 자리이기도 하다.

전시는 1부‘한국 구상미술의 토양’, 2부‘새로운 의미의 구상’으로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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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승, 붉은 원피스의 여인, 1965, 캔버스에 유화 물감, 91×74cm, 이건희컬렉션.

김인승(1910-2001)은 개성 출생으로, 일본으로 건너가 가와바타미술학교에서 기초를 닦은 후 도쿄미술학교 서양화과에서 수학(1932-1937년)했다. 제16회 조선미술전람회(1937년)에서 창덕궁상을 수상한 후 1940년까지 4회 연속 특선을 수상하며 추천작가에 올랐다. 1947년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로 부임하여 후학을 양성했고, 목우회 창립(1958년)에 참여했다.

 *재판매 및 DB 금지

◆1부‘한국 구상미술의 토양’
국전을 통해 아카데미즘 미술의 초석을 다진 1세대 유화 작가들을 중심으로 근대 서양화 양식의 사실주의 작품을 다수 소개한다.

자연주의적 발상을 토대로 엄격한 사실성을 보인 이병규, 도상봉, 김인승, 이종무, 김숙진, 김춘식 등의 작가들 작품이 나와있다.

녹색이 주조를 이루며 인상주의적 색채를 구사하여 주변 풍경과 인물을 섬세하게 묘사한 이병규의 '고궁일우(古宮一隅)'(1961)와 '자화상'(1973), 작가의 취향이 스며든 정물을 자연스럽고 안정되게 화면에 채워나간 도상봉의 '국화'(1958), '포도와 항아리'(1970), 어촌 풍경이나 노동하며 살아가는 인물들의 일상을 한국적인 인상주의 화풍으로 담아낸 김춘식의 '포구(浦口)'(1977)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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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중식, 금붕어와 비둘기, 1979, 캔버스에 유화 물감, 61×72.8cm, 유족(윤대경) 기증 .

작가는 일본 유학 시절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의 학풍 속에서 익힌 서구의 야수주의, 표현주의를 바탕으로 대담한 요약과 강렬한 색채의 구사 등 자신만의 독자적 화풍을 만들어갔다. 1950-60년대에는 유년 시절 키운 비둘기, 거위, 오리 등을 작품 소재로 삼아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서정적이고 향토적으로 담아냈다. 1970년대 전후로 사물 재현보다는 화면을 가로지르는 호흡이 크고 굵은 선묘와 노란색, 주홍색 위주의 색 감각이 두드러진다. 풍경, 정물, 인물 등을 두루 그렸으나, 노을 지는 전원풍경을 주로 제작하여 ‘석양의 화가’라는 별칭을 얻었다.  *재판매 및 DB 금지

◆2부 ‘새로운 의미의 구상’
변화하는 미술 조류에 감응하며 구상과 비구상의 완충지대에 속했던 작가들을 망라한다. 자연에 바탕을 둔 조형적 질서를 추구했던 윤중식, 박수근, 황염수를 시작으로 황유엽, 이봉상, 최영림, 박고석, 홍종명 등 1967년 구상전을 발족한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한다.

이들은 종래의 아카데믹한 양식의 틀에서 벗어나 대상에 대한 수동적 태세를 지양하고 내면의 이미지를 독자적으로 표출한 작가들이다.

야수주의와 표현주의 양식을 바탕으로 대담한 요약과 강렬한 색채의 구사를 특징으로 하는 윤중식의 '금붕어와 비둘기'(1979), 모래나 흙을 화면에 첨가하여 독특한 질감을 만들며 민담이나 설화로 해학적인 표현을 보여주는 최영림의 '만상(滿想)'(1975), 특유의 마티에르와 대담하고 거친 화풍으로 전국의 명산을 다뤄 산의 화가로도 불렸던 박고석의 '도봉산'(1970년대) 등이 출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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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구, 어부의 가족, 1975, 캔버스에 유화 물감, 112.5×145cm, 동산박주환컬렉션.
1976년 《제4회 개인전-도불전》에 출품했던 작품으로, 어린 아들과 여인이 해안가에 앉아 있는 모습을 담고 있다. 인물 주변에는 바구니와 버려진 조개껍데기가 놓여있고, 뒤쪽으로 배와 조업 도구들이 보인다. 1970년대에 작가는 지인이 이주한 해안 지역 방문을 계기로 어촌 풍경을 소재로 한 작품을 다수 제작했다.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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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규, 고궁일우(古宮一隅), 1961, 캔버스에 유화 물감, 99×130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유족 기증.

이병규(1901-1974)는 경기도 안성 출생으로, 가와바타미술학교에서 기초를 닦은 후 도쿄미술학교 서양화과에서 수학(1921-1926년)했다. 귀국 후, 1927년부터 양정학교에서 후학을 양성하며 민족적 의식을 표방한 목일회(1934년) 및 목우회(1958년), 한국사실작가회(1969년)의 창립에 참여하며 사실주의 계열의 미술 발전에 기여했으며, 대한민국미술전람회의 초대작가, 추천작가, 심사위원을 역임했다.  *재판매 및 DB 금지


◆‘기증, 모두를 위한 예술’ 의미
전시장 복도에서는 ‘기증, 모두를 위한 예술’을 주제로 기증의 의미와 가치를 되짚어 본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최근 5년 여간(2018년~2023년) 기증받은 작품의 경향을 분석하고, 이에 따른 동시대 회화 등 주요 작가들의 작품이 대량 수집되어 소장품의 양과 질이 상향된 부분을 도식화하여 보여준다.

이건희컬렉션을 기점으로 추가 기증도 이뤄지고 있다. 이병규와 윤중식의 작품은 이건희컬렉션에 포함되어 각 5점, 4점이 기증 된 후, 유족들에 의해 2021년 하반기에 각 13점, 20점 추가 기증으로 이어졌다. 이병규, 윤중식, 김태 유족들의 인터뷰 영상을 통해 기증의 뜻과 공유의 과정을 보여준다.

전시와 연계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도 마련된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해설 및 수어해설, 점자책과 큰 글자 감상 자료가 제공된다. 전시는 9월22일까지. 관람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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