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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한국화 대가 박생광·박래현 2인전-위대한 만남, 그대로·우향' 전시가 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개막했다. 사진은 박래현의 1943년 조선미술전람회 총독상 수상작 '단장'(가운데). 2023.03.07. [email protected] |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박생광과 박래현은 매우 평가절하되어 있다."
국내 미술시장 호황 속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각광받는 단색화를 비롯해 서양화 장르가 대세인 시대다. 상대적으로 한국화 장르는 존재감이 미약한 현실이다. 같은 시대를 풍미한 서양화 한국화의 대표 작가 작품의 경제적 가치는 수십 배에서 수백 배의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단지 미술시장 유통 구조 이전에 미술사적 담론의 측면에서도 한국화의 위기로 진단되고 있다.
이런 상황속에서 현대 채색화의 무한한 확장성과 비전을 확인할 수 있는 전시가 마련, 주목된다.
한국화 대가 내고 박생광(1904~1985)과 우향 박래현(1920~1976) 2인전-위대한 만남전이다.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3층 전관에서 7일 개막한 전시는 '위대한 만남' 타이틀처럼 두 화가가 남긴 '위대한 걸작'들을 만나볼 수 있다.
박생광의 작품 181점과 박래현 작품 88점 등 총 269점이 걸렸다. 전시장을 압도한 채 빼곡히 걸린 작품들은 그야말로 '한국화란 이런 것'이라고 증명하는 모습 같다. 한국화의 미래를 위해 40여 년간 개인이 소장해온 작품이라는 점에서 더욱 놀라운 전시다.
전시를 주최한 주영갤러리(조영무 대표)는 "해방 전후 동시대를 함께 한 대표적인 한국화가인 두 작가는 현대 한국화의 새로운 비전’을 일궈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화의 잠재적 역량을 재발견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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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한국채색화 대가 그대로 박생광(1904~1985)과 우향 박래현(1920~1976)의 작품을 한자리에 보여주는 대형 기획전 '한국화 대가 박생광·박래현 2인전-위대한 만남, 그대로·우향' 전시가 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개막했다. 사진은 박생광 작품들. 2023.03.07. [email protect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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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한국채색화 남녀 대가 그대로 박생광(1904~1985)과 우향 박래현(1920~1976)의 작품을 한자리에 보여주는 대형 기획전 '한국화 대가 박생광·박래현 2인전-위대한 만남, 그대로·우향' 전시가 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개막했다. 2023.03.07. [email protected] |
◆'박생광·박래현 위대한 만남' 위대한 걸작 269점 전시
박생광 작품 181점과 박래현 작품 88점 등 총 269점이 선보인 전시는 미술사 교과서 같다. 그간 논문이나 도록 등에서 소개됐지만 실물이 공개된 적은 많지 않았던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방대한 작품 수를 자랑한다. 작가별로 200호(약 가로 240, 세로 180cm)가 넘는 대작부터 대표적인 중소품까지 150여 점의 원화가 나왔다. 특히 쉽게 보기 힘든 박생광의 스케치 100점이 포함되어 있어 작품 특징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전시는 작가별 특성을 고려해 관람 동선을 만들었다. 박생광 작품은 소재별로 구분했고, 박래현은 시대순으로 작품의 변모 과정을 보여준다. 박생광이 1980년대 강렬한 인상의 채색화 작업이 절대적인 중심을 차지했다면, 박래현은 1940년대부터 70년대까지 개별적인 특성을 고르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미술평론가인 아이프미술경영연구소 김윤섭 대표는 "한국적인 색감이 지닌 강렬한 인상을 독창적이고 확고한 조형언어로 재탄생시킨 박생광 화백은 ‘전통적 미감을 기반으로 한 현대채색화의 가능성’을, 수묵과 채색, 구상과 추상, 판화와 태피스트리 등 다양한 재료와 기법을 넘나든 박래현 화백은 ‘현대 한국화의 무한한 확장성과 비전’을 명징하게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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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한국채색화 대가 그대로 박생광(1904~1985)과 우향 박래현(1920~1976)의 작품을 한자리에 보여주는 대형 기획전 '한국화 대가 박생광·박래현 2인전-위대한 만남, 그대로·우향' 전시가 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개막했다. 사진은 박래현의 1970년대 작품들. 2023.03.07. [email protected] |
◆우향 박래현:대표작 '단장'부터 200호 대작 '이른 아침' 등 원화 75점 한자리'
박래현의 작품 세계는 어떻게 한국화의 현대성을 모색했는가를 살펴볼 수 있다. 1943년 조선미술전람회 총독상 수상작인 '단장'과 김기창 화백과 함께 부부전에 출품됐던 '부엉이' 등 박래현의 88점 중 원화가 75점, 스케치 13점이 전시됐다.
특히 수간채색 기법을 활용한 특유의 번짐 효과는 시대를 넘어선 현대적 미감을 자아낸다. 1967년 상파울루비엔날레 참석을 계기로 중남미여행과 1973년까지 뉴욕에 체류하며 익힌 태피스트리(7점)나 판화(23점) 및 콜라주(2점)도 한 자리에서 비교해볼 수 있다.
우향 박래현은 평안남도 진남포의 부유한 집에서 태어났다. 1940년 일본 도쿄여자미술전문학교에 입학했다. 1940년 조선미술전람회 창덕궁상에 이어 1943년 작품 '단장'으로 제22회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총독상을 수상했다. 1974년 제6회 신사임당상, 1956년 제5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 대통령상을 수상했고, 성신여자사범대학교 동양화과 교수(1966~1967)를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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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위대한 만남' 전시는 오는 29일까지 미술관 3층 전관에서 감상할 수 있다. 사진은 박래현의 판화 작품. 2023.03.07. [email protected] |
남편은 '청록산수'로 유명한 운보 김기창이다. 생전 남편과 함께 동양화(한국화)의 전통적 관념을 타파하고, 판화·태피스트리(직물공예) 등 다양한 기법과 매체를 활용해 여성 특유의 감성을 작품으로 승화시켜 주목 받았다. 특히 섬세한 설채(設彩)와 수간채색, 면 분할에 의한 독창적인 화면구성을 통해 끊임없이 조형적 실험에 매진했다.
박래현 화백은 생전 “예술은 본디 마음의 휴식처를 제공하고 주변 환경을 좀 더 아름답게 발전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 것 처럼 작품은 순수미술을 기반으로 장식미술과 생활미술의 경계를 넘나든다. 중남미의 토기, 아메리카 원주민의 편물, 중국 고대 청동기, 우리의 백자, 토기, 소반, 맷방석, 떡살 등에서도 고유의 아름다움을 찾아내 작품의 소재나 부분적 문양 혹은 패턴으로 응용한 부분이 이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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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사진은 그대로 박생광 화백의 '무당'(오른쪽). 2023.03.07. [email protected] |
◆박생광:오방색 화려한 무속시리즈부터 스케치 100여 점까지
박생광 작품 181점은 원화 71점, 스케치 100점, 기타(연하장·도자화·글씨) 10점을 공개했다. 채색화 중심의 작품을 십장생, 불교, 모속, 용과 범, 모란, 단청 등 소재별로 구분해 작품의 이해를 돕는다.
박생광은 한국 채색화의 대가로 손꼽힌다. 경남 진주 출신으로 호는 내고(乃古), '그대로'라른 뜻을 담고 있다. 자신의 색채와 미감이 ‘그 자체로 한국적인 정체성을 대변한다는 믿음’으로 한글 ‘그대로’를 호로 사용했다.
진주보통학교와 진주농업학교를 다녔으며 이 시기에 한국 불교계의 거목 청담스님을 만나 인연을 맺었다. 1920년 일본 교토시립회화전문학교(지금의 교토예술대학)에서 일본 화단의 ‘근대 교토파’라고 불렸던 다케우치 세이호우(竹內炳鳳), 무라카미 가가쿠(村上華岳) 등에게 새로운 감각의 일본화를 배웠다. 해방을 맞아 귀국 후에는 진주에 머물다가 서울의 홍익대에 재직하면서 진채(塡彩)를 사용하여 민속, 불교, 무속 등의 다양한 한국적인 소재를 독창적인 조형어법으로 재해석해 주목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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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위대한 만남' 전시는 오는 29일까지 미술관 3층 전관에서 감상할 수 있다. 사진은 그대로 박생광 화백의 '무당'. 2023.03.07. [email protect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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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사진은 한지에 채색한 박생광의 '모란'. 2023.03.07. [email protected] |
박생광 작품은 크게 수련기(1950년대 후반기), 추상화 시기(1950년대 후반~1974년), 2차 일본시기(1974년~1977년), 한국적 미감의 전성기(1977년 이후) 등으로 구분된다. 1980년대 백상기념관(1981년)과 문예진흥원 미술회관(1984년) 전시 등을 통해 한국화단에 큰 반향과 새로운 채색화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그의 작품에서 색채는 강렬함을 넘어서 신기, 광기 어린 ‘경이로움의 채색화’로 보여진다.
1982년 인도 성지순례를 마친 이후 말년의 작품들은 ‘박생광 스타일을 완성시킨 대표작’으로 꼽힌다. 1985년 파리 그랑팔레미술관 '르 살롱-85' 특별 초대전에 참여해 세계 미술계에 한국 채색화를 드높였다. 한때 '왜색 화가'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으나 투철한 예술가적 창작 의지와 실험정신으로 확고하고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이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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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위대한 만남' 전시는 오는 29일까지 미술관 3층 전관에서 감상할 수 있다. 2023.03.07. [email protect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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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사진은 박래현의 작품 '작품 Work'. 2023.03.07. [email protect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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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사진은 박생광 대표작 '꽃가마'. 2023.03.07. [email protected] |
◆한국화 '위대한 만남' 미술사적 재조명...아카이브존 운영·강연회도
이번 '위대한 만남'전은 소외된 한국 현대미술의 그림자를 밝히고, 미술품의 공공적 가치를 재확인할 수 있다.
한국화의 새로운 비전을 재조명한다는 취지와 함께 전문 필진이 두 화가를 미술사적으로 재조명한 도록도 발간했다. 한국근현대미술사학회 회장을 역임한 조은정 고려대 초빙교수가 박생광 작가와 작품을 분석했고, 송희경 이화여대 초빙교수가 박래현의 작품세계를 시대에 따라 깊이 있게 조명했다. 미술계 현장에서 전시기획자로 왕성하게 활동 중인 이승현 홍익대 외래교수와 한국문화산업연구소 황규성 대표가 각각 두 화백의 작품을 해석한 글도 담았다.
전시 기간 중 이승현과 황규성 필자를 비롯해, 한국화랑협회 회장을 역임한 최웅철 웅갤러리 대표가 특별 강사로 나선 강연회도 열린다.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이 협력한 작가들의 행적을 살펴볼 수 있는 아카이브존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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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박래현 1960년 전후 대표적인 작품과 같은 시대 생산된 앤더슨씨의 빈티지 가구에 앉아 작품을 만나는 그림명상실. 2023.03.07. [email protected] |
그림 명상실도 마련됐다. 박래현의 1960년 전후 대표적인 작품과, 같은 시대 생산된 빈티지 가구에 앉아 그림을 감상할 수 있다. 대한적십자사, 아이프칠드런과 함께 문화소외계층을 초청해 무료 관람을 제공해 문화 향유의 사회적 역할을 실천하는 전시로 열린다.
역대급 한류 흑자 달성으로 K 콘텐츠는 수출 시장의 새로운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K-아트도 K-팝 못잖게 국격을 높이는 K-콘텐츠다. 미술품은 국력이다. 우리 그림, 한국화의 저력을 다시 한번 살펴볼 때다. 전시는 29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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