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아트클럽

리움미술관에 웬 노숙자?...누군가 동전을 놓고 갔다

등록 2023-02-01 15:57:16  |  수정 2023-02-09 16:46:55

리움미술관 마우리치오 카텔란 개인전 화제

미술관 입구와 로비에 놓인 노숙자 조각 등 38점 전시

블랙 코미디로 도발한 마우리치오식 조롱 유머 풍자 재미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의 호소력 강렬

작품 보호라인 경보장치 없이 널린 장터처럼 연출도 눈길

관람은 무료...전시는 7월1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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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 1일 리움미술관 로비에 설치된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노숙자 작품(동훈과 준호)앞에 바구니와 동전이 놓여있다. 바구니는 작품이 아니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돈을 줘야 하는 건가?"  

고개를 푹 숙인 채 앉아있는 아저씨 앞에서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거의 '노숙자급' 분위기의 아저씨 옆에는 노란 플라스틱 바구니와 100원짜리 동전 2개가 바닥에 놓여있다. 주변은 "진짜 사람인가, 아닌가"로 '호기심 천국'이 열렸다.

사실 노숙자급 아저씨는 조각 작품이다. 이미 소문을 듣고 온 관람객도 바구니까지 놓인 작품 앞에서 멈칫했다. "동전이 없는데"라며 주머니를 뒤지기도 했다. 배낭을 옆에 붙인 채 후드티 모자를 뒤집어쓰고 기둥에 기댄 아저씨는 분주히 오가는 사람들 발길을 붙잡지만 그 옆의 플라스틱 바구니는 그의 것이 아니다. 미술관 관계자는 "언제 누가 놓고 갔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누군가의 짖궂은 장난이지만 동정심의 발로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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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리움미술관은 2023년 첫 전시로 동시대 미술계의 가장 논쟁적인 작가 마우리치오 카텔란(Maurizio Cattelan) 기획전 'WE' 언론 공개 행사를 30일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에서 하고 있다. 기둥에 기대 앉아있는 노숙자 같은 작품 등 총 38점을 전시한다. 오는 7월 16일까지. 2023.01.30. [email protected]


미술관에 웬 노숙자? 라는 의아함이 드는 것부터 이 작품 감상의 시작이다.  ‘현대미술계 악동’으로 불리는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의도다. 유명한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설치미술가다.  사람의 심리를 교묘히 파고드는 그는 사기꾼, 협잡꾼, 악동이라 불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오히려 어릿광대를 자처한다고 했다

리움 미술관 입구부터 웅크리고 드러누운 노숙자로 출발하는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전시는 문턱 높은 미술관의 환상을 깬다. 철저한 경호로 실제로는 일어나지 않을 상황이지만, 우아하게 드나드는 전시장 입구에서 사회적 제지와 금기에 대한 의식이 작동된다.

한 관람객은 "처음엔 왜?라는 생각이 들다가 왜 미술관에 노숙자가 누워있으면 안되는데? 이 생각이 들고 그러다 이 겨울 노숙자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까지 다양한 생각이 든다"고 했다. '동훈이와 준호'로 명명된 노숙자 한 쌍의 작품 제목도 화제다. 누군가가 연상되지만 의도는 아니다. 작가는 전시 될 때마다 그 나라의 흔한 이름을 붙이고, 이번에도 역시 한국의 평범한 이름을 골랐다고 한다. 굳이 특정하자면 로비에 웅크린 노숙자가 준호, 밖에 누워있는 노숙자가 동훈이로 누가 누구인지 특정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는게 작가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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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리움미술관 전시장 입구에 드러누워 있는 노숙자 작품.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동훈이와 준호'. 전시 될때마다 그 나라의 흔한 이름을 붙이고, 이번에도 역시 한국의 평범한 이름을 골랐다. 굳이 특정하자면 로비가 준호, 외부가 동훈이지만, 항상 둘이 같이 언급/논의 되어야 하고, 누가 누구인지 특정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는게 작가 설명이다. *재판매 및 DB 금지


새해 서울 한남동 리움미술관은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가 사람들을 홀리고 있다. 카텔란 얼굴로 마치 1인극처럼 펼친 전시는 소외된 것들을 다시 보게 하고 권위에 유쾌하게 도발하는 고품격 파격을 보여준다.

 기이하고 천진하게, 또는 기가 막히고 헛헛하게 동시대 정치 사회 미술계를 찌르는 마우리치오는 ‘뒤샹의 후계자’로도 평가 받고 있다. 일상의 이미지를 도용하고 차용하면서 모방과 창조의 경계를 넘나드는 그는 자신을 '미술계의 침입자’로 규정하며 작품이 나올때마다 첨예한 토론을 유발하게 한다. 뭐 그렇다고 도덕적 합리성이나 계몽적 이상을 설파하는 예술가의 역할은 거부한다는게 작가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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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리움미술관은 2023년 첫 전시로 동시대 미술계의 가장 논쟁적인 작가 마우리치오 카텔란(Maurizio Cattelan) 기획전 'WE' 언론 공개 행사를 30일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에서 하고 있다. 카텔란의 이중 자화상을 나타낸 작품 '우리'. 2023.01.30.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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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리움미술관은 2023년 첫 전시로 동시대 미술계의 가장 논쟁적인 작가 마우리치오 카텔란(Maurizio Cattelan) 기획전 'WE' 언론 공개 행사를 30일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에서 하고 있다.  작품 '아홉 번째 시간'은 운석에 맞아 쓰러진 교황 요한 바오르 2세의 모습이다. 권위와 사회적 관행을 대하는 작가의 태도을 보야준다. 2023.01.30. [email protected]


운석에 맞아 쓰러진 교황, 단정한 옷을 입고 공손히 무릎을 꿇은 히틀러, 12만 달러에 팔렸다는 덕테이프로 붙인 바나나 등 카텔란의 대표작 38점이 모두 나와 있어 전시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2011년 미국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회고전 이후 최대규모로,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연 작가의 대형 전시다.

블랙 코미디로 미술계에 도발해온 그는 천진한 아이 같은 모습으로 우리와 마주하고 있다. 그의 모습을 한 조각은 너무나 사실적인 피부와 손가락 발가락이 귀여움으로 무장 사랑스러울 정도다. 카텔란의 조각들을 보다보면 진짜 사람들이 가짜로 보이기도 한다.  전시장 곳곳에 모여있는 비둘기들에도 움찔하지만 진짜가 아니다. 카텔란은 베니스를 찾는 관람객들을 비둘기떼로 비유하며 '투어리스트'로 박제 비둘기들을 만들었고 이번엔 '유령'이라는 이름으로 선보인다. 전시장 난간에서 바닥에서 떼지어 있는 비둘기들은 마치 우리를 관찰하는 것 같은 분위기다. 진짜와 가짜가 혼재하는 전시장 속에서 정신 차리라는 듯 가끔 천장에서 울리는 북치는 소년의 북소리가 신선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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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리움미술관은 2023년 첫 전시로 동시대 미술계의 가장 논쟁적인 작가 마우리치오 카텔란(Maurizio Cattelan) 기획전 'WE' 언론 공개 행사를 30일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에서 하고 있다. 이탈리아 출신 작가 카텔란은 위트와 역설적 유머로 종교, 정치, 사회, 미술계까지 기성 체제를 풍자하며, 인간의 본성을 꿰뚫어 보는 악동 아티스트이다. 그는 2019년 ‘아트바젤 마이애미’에서 바나나를 벽면에 테이프로 붙인 작품 ‘코미디언’을 12만 달러에 판매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는 단순하고 바로 이해할 수 있는 극사실적 조각과 회화 등 작품 38점을 선보인다. 전시는 오는 7월 16일까지. 2023.01.30.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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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리움미술관은 2023년 첫 전시로 동시대 미술계의 가장 논쟁적인 작가 마우리치오 카텔란(Maurizio Cattelan) 기획전 'WE' 언론 공개 행사를 30일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에서 하고 있다. 전시는 오는 7월 16일까지. 2023.01.30. [email protected]


고정관념을 깨고 동시대 정치 사회 이슈를 날카롭게 파고드는 그는 관람객에게는 관대하다. 자신의 작품을 "어떻게 보든 상관 없다"며 열린 자세를 취한 그는 이번 전시에도 아량을 베풀었다.

'작품에 가까이 가지 마시오' 라는 무언의 작품 보호라인이나 경보 센서를 두지 말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그래서 전시장은 널린 좌판처럼 작품이 설치되어 있고,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

해외에 나가지 않아도 서울에서 세계적인 작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전시를 볼 수 있다는 데에 미술인들은  높아진 한국 미술 위상을 실감한다는 분위기다. 특히 무료 전시로 선사하는 리움미술관의 '포용적 미술관' 변신도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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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리움미술관은 2023년 첫 전시로 동시대 미술계의 가장 논쟁적인 작가 마우리치오 카텔란(Maurizio Cattelan) 기획전 'WE' 언론 공개 행사를 30일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에서 하고 있다. 이탈리아 출신 작가 카텔란은 위트와 역설적 유머로 종교, 정치, 사회, 미술계까지 기성 체제를 풍자하며, 인간의 본성을 꿰뚫어 보는 악동 아티스트이다. 그는 2019년 ‘아트바젤 마이애미’에서 바나나를 벽면에 테이프로 붙인 작품 ‘코미디언’을 12만 달러에 판매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는 단순하고 바로 이해할 수 있는 극사실적 조각과 회화 등 작품 38점을 선보인다. 작품 '어머니'는 작가가 어머니를 기리는 방식이다. 2023.01.30. [email protected]


한편 코로나19 사태 등을 이유로 문을 닫았던 삼성미술관 리움은 지난 2021년 10월8일 재개관했다. 2004년 문을 연 리움미술관은 고 이건희 부인인 홍라희(77) 여사가 관장으로 일하다 2017년 3월 갑작스럽게 사퇴했다. 이어 홍 전 관장의 여동생인 홍라영 총괄 부관장도 사퇴해 전시 일정도 차질을 빚은 바 있다.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 된 데 이어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해체되는 등 그룹 위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4년 간 기획전 없이 상설전으로 운영됐다.

현재 리움미술관은 이서현(49)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미술관장 격인 리움미술관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 마우리치오 카텔란 전시는 7월16일까지 열린다. 관람은 무료지만 온라인으로 사전예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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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리움미술관은 2023년 첫 전시로 동시대 미술계의 가장 논쟁적인 작가 마우리치오 카텔란(Maurizio Cattelan) 기획전 'WE' 언론 공개 행사를 30일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에서 하고 있다. 이탈리아 출신 작가 카텔란은 위트와 역설적 유머로 종교, 정치, 사회, 미술계까지 기성 체제를 풍자하며, 인간의 본성을 꿰뚫어 보는 악동 아티스트이다. 전시는 7월 16일까지. 2023.01.30.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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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리움미술관은 2023년 첫 전시로 동시대 미술계의 가장 논쟁적인 작가 마우리치오 카텔란(Maurizio Cattelan) 기획전 'WE' 언론 공개 행사를 30일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에서 하고 있다.  용서와 참회에 대해 생각해 보는 작품 '그, 2001'. 2023.01.30.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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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리움미술관은 2023년 첫 전시로 동시대 미술계의 가장 논쟁적인 작가 마우리치오 카텔란(Maurizio Cattelan) 기획전 'WE' 언론 공개 행사를 30일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에서 하고 있다. 이탈리아 출신 작가 카텔란은 위트와 역설적 유머로 종교, 정치, 사회, 미술계까지 기성 체제를 풍자하며, 인간의 본성을 꿰뚫어 보는 악동 아티스트이다. 작품 '모두'(사진)는 아홉 개의 얼굴 없는 카라라 대리석 조각이다. 익명의 죽음에 대한 기념비로, 보는 이 각자에게 깊이 새겨진 비극을 떠올리게 한다. 2023.01.30.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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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리움미술관은 2023년 첫 전시로 동시대 미술계의 가장 논쟁적인 작가 마우리치오 카텔란(Maurizio Cattelan) 기획전 'WE' 언론 공개 행사를 30일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에서 하고 있다. 이탈리아 출신 작가 카텔란은 위트와 역설적 유머로 종교, 정치, 사회, 미술계까지 기성 체제를 풍자하며, 인간의 본성을 꿰뚫어 보는 악동 아티스트이다.  이번 전시는 단순하고 바로 이해할 수 있는 극사실적 조각과 회화 등 작품 38점을 선보인다. 전시는 오는 7월 16일까지. 2023.01.30.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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