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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건용 화백이 부인 승연례 화백과 함께 리안갤러리에서 포즈를 취했다. 2022.8.19.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email protected] |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대기만성', '가화만사성'은 이건용 화백에 딱 맞는 말이다. 올해 나이 80. 하반기에도 국내외에서 개인전이 잇따르고 있다.
2016년 뒤늦게 터진 그의 '신체 드로잉'은 현재까지 미술시장을 휘어잡고 있다. 특히 국내 굴지의 화랑인 현대화랑과 리안갤러리 전속이자, 미국 최고 화랑인 페이스갤러리 전속 작가로 승승장구세다. 국내 내로라 하는 컬렉터들은 모두 소장했다는 그의 작품은 해외 미술관도 수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LA 시립 '라크마 미술관'에 이어 올해 초 프랑스 '루이뷔통 미술관'에서도 100호 3점을 소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1976년부터 활약한 국내 행위 미술 1세대 대표 작가의 환희다.
"30일에 구겐하임 관장이 직접 온다고 했어. 만나서 담판을 지어야지."
19일 리안갤러리에서 만난 이건용 화백은 "구겐하임 관장이 리안갤러리에서 여는 개인전에 오기로 했다"며 "내가 전시 일정을 잡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세계적인 미술관의 러브콜, 그에게 이젠 낯선 일이 아니다.
올해 초 페이스 홍콩 지점 전시 이후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 전시가 이어질 예정이었다. 미국 코로나 사태로 열리지 못했다. 북미 최초의 한국 아방가르드 미술을 조명하는 첫 도약의 무대로 기대가 큰 전시다. 리안갤러리 서울 전시에 이어 9월엔 예술의전당에서 퍼포먼스 전시와 프랑스 파리에서 개인전이 이어진다.
빡빡한 전시 일정에 걱정은 부인 몫이다. "비타민 한 알도 안 드세요. 한 달 전에 코로나 걸렸는데, 약도 안 먹고 식사도 잘 안 하셔서 살이 더 빠졌어요."
이 화백 옆에서 무궁무진한 작업 활동 자랑을 가만히 듣고 있던 부인 승연례 화백은 걱정스러운 표정이면서도 "남편은 평생 이 몸매다. 마른 것은 집안 내력"이라며 "여전히 생각이 기발하고 창조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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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건용 화백과 부인 승연례 화백. |
스승과 제자로 만난 부부는 존경과 사랑이 넘쳤다. 50년간 부인의 변치 않는 내조는 그를 '대기만성형' 작가로 두각을 나타내는데 공헌이 크다. 작업 이야기로 말이 끊이지 않는 옆에서 "화백님 그림이 너무 좋다"며 칭찬을 이어가는 승 화백은 세상은 그를 청개구리 같다고 하지만 "유머가 있어서 좋다"며 잉꼬부부 면모를 보였다.
"저희 아이들도 아빠 그림을 너무 좋아해요. 어쩌다 그림을 그려줄 때면 바로 액자에 끼워 걸어 벽이 다 아빠 그림으로 차 있을 정도"라고 했고 "할아버지의 힘찬 에너지를 받아 손자 손녀들도 그림을 잘 그리고 활발하다"면서 천진난만한 이 화백의 원천인 화목한 가정의 모습을 전했다. 부인의 칭찬 속 남편은 (천사가)승 화백이 9월 개인전을 연다고 귀띔했다.
부인을 '천사'라고 부른다는 이 화백은 의기양양하다. 현재 몸무게가 58kg이라는 그는 건강엔 자신 있다고 했다.
사실 마른 몸매는 '달팽이 걸음' 퍼포먼스를 40년 넘게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구부려 앉아 흰 분필로 움직이는 만큼 가벼운 몸은 긋고 지워나가는 무기다. "몸으로 선을 그리고 몸으로 선을 지우는 행위"로 그의 대표작인 '달팽이 걸음'은 퍼포먼스때마다 감동을 선사하며 여전히 현대미술계에서 신박한 작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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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건용 신체 드로잉 퍼포먼스 |
◆리안갤러리서 세번째 개인전 '재탄생' 25일 개막
서울 통의동 리안갤러리 서울은 25일부터 이건용 작가의 개인전 ‘재탄생(Reborn)’을 개최한다. 신체 드로잉에 변주를 가한 다양한 스케일의 회화 및 설치 작품 20여점을 선보인다.
캔버스 앞에 서서 뒤로 팔을 뻗어 그리고, 옆으로 팔을 휘둘러 나온 하트, 양 팔을 펼쳐 나온 복숭아 엉덩이 같은 하트 등 신작 '바디 스케이프(Bodyscape)' 신작은 모두 부인 천사의 말로 완성됐다. 이 화백이 뒤로, 앞으로 팔을 뻗어 그리다가 "어때?" 라고 물으면 "멋져요"라는 대답이 나오면 멈춘 작업이다.
이번 전시 작품은 동시대 작가라면 피해갈 수 없는 주제 '기후 위기'에 대한 경고를 화폭에 담았다. 쓰레기 더미 사진 배경에 그의 필살기인 '신체 드로잉'을 초록 물감으로 긋는가 하면, 눈이 녹고 있는 빙하에 선 백 곰 두마리 위에 물감이 뚝뚝 흘러내리는 '하트'를 그려내 눈길을 끈다.
리안갤러리는 최근 몇 년간 '이건용 시대'를 구가하며 익숙해진 그림의 변화를 위해 큰 싸리나무를 엮어 전시장을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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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건용 작가가 캔버스 뒤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25일부터 서울 통의동 리안갤러리에서 'Reborn' 개인w전을 연다. 사진=리안갤러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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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리안갤러리 이건용 '재탄생' 개인전 전시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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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건용 '재탄생' 개인전 전시 전경. 사진=리안갤러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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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건용 하트 퍼포먼스 |
46년 전 '그린다는 행위'를 혁신한 그의 '몸 짓'은 세상에 축복을 낳고 있다. 그 어렵다는 실험미술과 개념미술로 대중과 소통한 그는 이제 꿈이 하나 있다.
"하트 뮤지엄을 만들고 싶어요. 이쁘든 안 이쁘든 이상하든 내 팔로 (휘둘러서)그린 하트 100점만 있는 '이건용의 하트 100점 뮤지엄'. 멋질 것 같지 않나요? 하하하."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