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아트클럽

[박현주 아트클럽]김재욱 대표 "미술품 쪼개기 개척..부자들만의 리그' 깬 보람"

등록 2022-02-19 05:00:00  |  수정 2022-04-07 18:24:00

국내 최초 미술품공동구매 추진...'아트테크' 열풍 이끌어

2018년 온라인 플랫폼 아트앤가이드 설립…200억 대 투자 펀딩까지

MZ세대들에 인기...매월 30억 원대 공동구매 진행

16 억 원서 시작 180억 대로 성장...올해 700억원대 목표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아트펀드 선두주자인 김재욱 열매컴퍼니 대표이사가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열매컴퍼니 전시장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2.02.1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누가 그림을 쪼개 사냐.", "뭘 몰라서 하는 소리"라고 했지만 그 "뭘 몰라서"가 세상을 뒤집었다.

일명 '미술품 쪼개기 투자'로 불리는 미술품 공동구매다. '부자들만의 리그' 벽을 깼다. '나만의 그림'이 아닌, '우리의 그림'으로 판을 넓혔다. '미술품 공동 구매' 방식을 국내 최초로 시도한 김재욱(41)열매컴퍼니 대표다. 공인 회계사에서 미술사업에 뛰어든 '청년 벤처 사업가'다.

미술품 공동구매는 미술시장 대중화와 미술품 투자까지 두마리 토끼를 잡고, 승승장구세다. 1만원으로도 김환기, 이우환, 피카소, 야오이 쿠사마 작품을 살 수 있다. 수억 짜리 그림도 공동구매에 올리면 순식간에 팔린다. 1분에서 7분은 골드타임이다.

'쪼개사는 그림', MZ세대에 핫한 '아트테크'가 됐다. 20~30대의 일석이조 투자처가 된 '그림 투자'는 코로나속에도 뜨거운 미술시장 열풍의 배경이다. '미술품 공동구매'는 화랑과 경매시장의 사이를 비집고 흥행중이다. 현재 국내 미술품공동구매 시장은 열매컴퍼니의 아트앤가이드를 선두로, 후발주자인 아트투게더, 타사 등 3개 업체가 활발하게 운영중이다. 

김재욱 대표는 "매번 공동구매때마다 예상외로 뜨거운 열기를 이루고 있다"며 "미술품은 '큰 손 사모님' 전유물이라는 인식을 벗게 했다"는 자부심이 있다. 블록체인 기반으로 설계된 공동구매 방식은 투명성과 신뢰성이 무기다.

'미술품 공동구매' 시장이 열린지 5년. 2019년 첫 회 16억 원 매출에서 지난해 180억원 규모로 성장한 열매컴퍼니는 올해 최대 700억 원까지 공동구매를 확대한다는 목표다. 한달 평균 4회 공동구매를 진행하며 평균 수익률은 18%를 기록하고 있다. 회원수는 6000명, 매출 성장률은 250%를 기록중이다. "올해 코스닥 상장까지 준비한다"며 분주한 김 대표를 만나 미술품공동구매를 추진하게 된 배경과 성장 비결을 들어봤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아트앤가이드는 미술품 공동구매 작품 매각 진행 상황과 수익률등을 공개해 투자자들에 신뢰성을 높이고 있다.


◆'금융맨'에서 '미술시장 혁신가'로...미술품공동구매 창업 배경은

회계사로 간송미술관에서 근무하면서 사업 준비를 했다. 애초 미술에 관심이 있었다. 2013년 2월, 인사동에서 아무 것도 모르고 산 첫 작품(단순 프린트였다)을 시작으로 10년간 200점이 넘는 작품을 컬렉팅했다. 신진작가부터 유명작가까지, 원작부터 판화, 프린트, 조각에 미디어아트까지, 다양한 작품을 샀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나만의 공간도 만들었었다. 의욕이 넘쳤고 내가 산 작품은 모두 비싼 가격에 되팔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투자를 위한 작품은 정해져 있었고, 배경 지식 없이 좋아서 산 작품들은 공간만 차지하는 애물단지가 됐다. 그렇게 3년쯤 지나다보니 회의감이 들더라. 그때 나같은 월급쟁이들은 투자로 연결되지 않으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미술관에 가서 전문적인 지식과 네트워크를 쌓고 다시 컬렉팅을 시작했다. 그러다 내가 산 작품을 팔았는데 다른 사람들이 줄지어 사가려고 할 때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고 이후 컬렉팅이 더 즐거워졌다.

다만, 투자가치가 높은 유명작가의 작품은 가격이 비싸서 소액으로도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렇게 세상에 나온 것이 바로 미술품공동구매 플랫폼 ‘아트앤가이드’이다.  2018년 10월 30일 론칭했다. 처음 작품을 컬렉팅하는 고객들이 나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전문가들이 분석하는 방식의 가격 정보와 작품 정보를 제공하고, 소유권 분할을 통해 가격 진입장벽을 낮췄다. 하지만 국내에 없는 일이어서 시행착오도 겪고 홀대도 받았다."

◆공동구매 첫 작품은 김환기 '산월'...7분만에 마감 화제

"국내 최초로 블록체인기술을 활용한 온라인 미술품 공동구매를 론칭하자 미술시장 관심이 모아져 더욱 떨렸다.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가득 채우며 선매입을 한 작품으로 공동구매 전날 밤은 정말 잠을 제대로 못 이뤘다. 2018년 10월30일이었다. 4500만원에 공동구매로 내놓은 김환기 ‘산월’(1963)은 오픈 7분만에 마감됐다. 구매자 전원이 30분 내 입금을 완료하고 구매를 확정했다. 30~40대가 전체 63%를 차지했다. 한달만에 작품은 5500만원에 매각됐고 수익률 22%는 바로 참여자들에 배분했다. 이때 미술품 투자시장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기대 이상으로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부자들의 전유물이었던 미술시장을 대중화하는 첫 걸음이 될 수 있다는 내 생각이 적중했다는 것을 확인했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2021년 8월25일 1억5000만원에 공동구매한 아야코 록카쿠 작품을 174일 만에 1억9000만원에 매각, 26.7% 수익률을 기록했다. 수익금은 공동구매 투자자들에 배분된다.


◆MZ세대들에 인기...매월 30억 원대 공동구매 진행

"공동구매는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참여한다. 물론 MZ세대 비율이 60% 정도 차지하고 있다. 남성보다 여성의 비중이 조금 높다. 미술시장 흥행과 함께 그림투자 열풍이 일면서 미술품 공동구매시장도 급증세다. 단골 고객만 2000명 이상이다.

아트앤가이드는 2019년 16억 원, 2020년 31억 원, 2021년 180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2021년 말 월 20억원 정도 공동구매를 진행했다면 2022년 들어 매월 30억원 이상을 공동구매하고 있다. 올해는 최소 500억원에서 최대 700억원까지 공동구매를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빠르면 1분만에 늦어도 10분안에 마감되는 이유는 투자도 하면서 동시에 예술을 공유하고 향유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 NFT와 같은 최신 기술이 적용되면서 전세계적인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장기적인 전망도 긍정적이다."

◆아트앤가이드 공동구매 차별화는

"선매입한 작품을 1만 원에서 많게 100만 원까지 분할 판매한다. 구매수는 작품가격에 따라 10점 안팎으로 제한한다. 많은 이들이 참여하는 소액투자의 원칙을 지키고 있다. 또한 공동구매 시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모든 공동구매 작품에 회사도 5~10%를 함께 투자한다. 공동구매자와 수익과 리스크를 나누어 신뢰성을 높이고 있다는 측면을 강조하는 이유다. 공동구매한 120점 이상의 작품 중 재매각율이 60% 이상이고 평균수익률이 34%(평균보유기간 10개월)에 달한다는 점이 타 업체와 차별화다. 소유권 현황, 매각현황등 모든 정보를 공개하고 공유한다.
특히 후발업체들의 경우 IT나 거래소 등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지만, 아트앤가이드는 본질에 집중한다. 공동구매에 참여하시는 분들이 대부분 한번도 작품을 사보지 않은 분들이고, 재매각에 관심이 높으실 수 밖에 없다보니 유명 작가의 작품을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에 집중했다. 특히 가격 산정 능력이 경쟁력이다 보니 내부에 작품 가격을 합리적으로 산정할 수 있는 가격산정시스템을 구축했고 미술전문분석팀을 운영하여 작품 선매입과 재매각에서 탁월한 실적을 보여주고 있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아트펀드 선두주자인 김재욱 열매컴퍼니 대표이사가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열매컴퍼니 전시장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2.02.19. [email protected]



◆굵직한 기업서 투자 잇따라...200억 규모 펀딩 진행 사업 성장세

"3명에서 시작한 사업은 현재 25명이 근무하는 벤처기업으로 성장했다. 작품 소싱, 재판매, 가격 분석 담당은 물론 약점으로 지적되던 IT팀도 제대로 구축할 수 있게됐다. 투자 작품을 직접 감상할 수 있는 전시장도 운영하고 있다. 회사 성장 비결은 기업투자가 이어진 것도 크게 작용했다. 소프트뱅크벤처스, 베이스인베스트먼트, 산업은행, 산은캐피탈, 이에스인베스터, 위메이드, 이앤벤처파트너스, 한양증권 등이 주주다. 최근 200억원 규모의 추가 펀딩을 진행 중에 있다."

◆블록체인 기반, NF T시대 준비는?

"분명 앞으로 메타버스의 세계로 나아갈 것이다. 당연히 미술품공동구매 시장도 준비를 할 수 밖에 없고 NFT를 비롯한 최신 기술을 충분히 활용할 예정이다. 다만, 법의 테두리안에서 움직이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누구도 피해를 보지않고 안전하게 사업을 영위하는 것이 목표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아트펀드 선두주자인 김재욱 열매컴퍼니 대표이사가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열매컴퍼니 전시장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2.02.19. [email protected]



◆미술시장 전망 미술품 투자 매력은?

"국내 미술시장(4000억 원 규모)은 선진국에 비해 아직은 규모 면에서나 사업 면에서 많이 뒤쳐져 있다. 반대로 말하면 아직 무궁무진한 기회가 있고 크게 성장할 수 있는 분야라는 말과 같다. 국력이 증가하고 세계에서 인지도가 증가하며 국민의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문화가 발전할 것으로 생각한다. 유명작가의 미술품은 희소성을 지닌 자산으로 시간이 지나면 그 가치가 증가하고, 안정적인 수익률과 높은 환금성, 폭넓은 세제혜택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향유라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까지 가지고 있는게 큰 매력이다. 미술품 투자가 부자들의 전유물에서 대중으로 확대될수록 미술시장이 산업화될 가능성은 점점 높아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미술품공동구매 시장을 개척한 열매컴퍼니는 미술애호가의 폭발적 수요 증가에 미술금융 시장에 진출하는 한편 미술품 인테리어 제작을 지원하는 매니지먼트 사업도 추진할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