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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서울 삼청동 PKM 갤러리는 '윤형근의 기록'전을 22일 개막했다. 윤형근(1928~2007)은 '한국 단색화의 거장'으로 이번 전시는 생전에 화첩, 메모첩, 서신 등에 남긴 소박한 기록들을 엮은 최초의 단행본 '윤형근의 기록'(PKMBOOKS)의 발간을 기념하는 자리다. 전시는 1월14일까지. 사진=PKM 갤러리 제공. 2021.10.22. [email protected] |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인간적인 척도가 곧 예술의 척도다."
故 윤형근 화백(1928~2007)은 생전 '선비 같다'는 평판이 자자했다. ‘청색(Ultramarine)’과 흙의 빛깔인 ‘다색(Umber)’의 안료를 혼합하여 깊은 농도로 화폭에 풀어내 작업했다. 표백 처리를 하지 않은 마포나 면천 위에 스미게 한 물감의 자연스러운 번짐 효과가 윤형근 작업의 특징으로, 군더더기 없는 단순함이 극치다.
일체의 작위와 기교가 배제된 그의 작업은 서화를 고매한 인격의 자연스러운 발현으로 여겼던 옛 선비정신과도 맞닿아 있다. 윤형근은 자신의 그림은 조선 말기 추사 김정희의 쓰기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생전 '침묵의 화가'로 유명했지만, 사후에 작품은 떠들썩해졌다. 미술컬렉터들에 없어서는 안 될 '블루칩 작품'으로 등극했다.
묵직하고 둔탁한 그림이지만 MZ세대에게도 통한다. 방탄소년단 RM이 좋아하는 작품으로도 더 알려졌다. RM은 2018년 윤형근 베니스 전시때 비행기를 타고 날아와 관람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작가 사후에도 꾸준하게 작가와 작품이 부각되는 건 이유가 있다. 윤형근 작품을 관리하는 갤러리의 역할이 크다.
故 윤형근 화백이 부활한 건 PKM 갤러리 박경미 대표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업화랑으로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일이 주된 일이지만 화랑의 역할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숨은 작가를 발굴하고 지원하며 '미래 자산'으로 키운다. 작가들도 어느 화랑과 손잡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물론 콧대높은 화랑은 아무 작가와 손을 잡지 않는다. 화랑도 생존 퀘스트 같은 머니게임판이다.다만 장사인 듯 장사같지 않은 문화 사회적 기업이라는 차이가 있다)
윤형근도 사후 관리가 안된 채 작품이 경매 시장에서 거래되기만 했다면, 국내외에서 '단색화 거장'이라는 위상을 굳히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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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윤형근, 드로잉 1981, 한지에 오일. 52×83 cm. PKM갤러리 제공. 2021.10.22. [email protected] |
누렇고 까만 심심하기까지 한 그림은 국내 손꼽히는 기획 화랑인 PKM 갤러리가 손 대면서 고품격 마케팅 효과가 발휘됐다. '김환기 사위'에서 '단색화 거장'으로 업그레이드 되며 국내외에서 유명세를 올린 배경이다.
국내 미술시장에 '단색화 붐'이 일면서 함께 떠오른 윤형근은 경매시장에서 낙찰가가 고공행진했다. '잘 팔리는 작가'에서 박서보 하종현 이우환과 함께 '단색화 거장'으로 불리며 국내외 미술계를 평정했다. 2018년 여느 단색화 거장보다 먼저 사후 11년만에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첫 회고전을 열었다. 이어 2019년 베니스비엔날레 기간 윤형근 열풍이 일었다. 베니스 시립 포르투니 미술관에서 연 순회전은 해외 언론의 찬사가 이어지며 세계 미술계에서 화제가 됐다. 한국 현대미술의 국제적 인지도를 높이는데 괄목할 만한 성과의 시작이었다.
작품 판매보다 작가 위상에 초점을 맞춘 PKM 갤러리의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으로, 작가와 윈윈(win-win)하며 진정한 화랑의 역할을 보여준 결실이기도 했다.
故 윤형근 화백이 코로나 시대에도 부활해 다시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해 윤형근 개인전을 열고 윤형근 작품을 노래한 김오키의 재즈 음반을 한정판으로 발매한 PKM 갤러리는 올해는 단행본을 출간해 윤형근의 면모와 위상을 강화했다.
'윤형근의 기록' 출간을 기념하는 특별전을 마련했다.
22일 개막한 전시는 단행본과 연관된 미공개 드로잉 수십여 점과 초기작을 포함한 주요 회화, 편지·수첩·사진 등 엄선된 아카이브 자료들이 일반에 최초로 공개됐다.
(개막일 방탄소년단 RM이 전시장을 방문, 윤형근을 좋아하는 마음을 고스란히 내비쳤다. 그는 공식 트위터에 그림옆에 선 사진을 공개하며 예술을 사랑하는 '인간적인 척도'를 인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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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윤형근, 드로잉 1971,32×23.3 cm. PKM갤러리 제공. 2021.10.22. [email protected] |
단행본 '윤형근의 기록'은 생전에 화첩, 메모첩, 서신 등에 남긴 소박한 기록들을 엮었다. 윤 화백의 평소 생각과 생활 속의 감정들이 솔직담백하게 드러난다.
1977 년에 선포된 ‘천지문千字文: BLUE 는 하늘이요, UMBER 는 땅의 빛깔이다. 그래서 천지(天地)라 했고 구도는 문(門)이다'라는 개념에서부터 작업 중간 중간에 남긴 고뇌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겼다.
말이 없던 화가의 속내도 엿볼수 있다. 동료 예술가들과의 외국 여행담, 아버지라고 불렀던 장인 김환기 화백과의 추억, 아내와 아들에게 쓴 정다운 편지까지, 잔존하는 그의 기록들이 단행본에 수록됐다.
책에는 아들 윤성열과 윤 화백의 오랜 벗이었던 최종태 조각가, 국립현대미술관 윤범모 관장의 에세이도 함께 실려 윤형근 고유의 서사와 작업 세계관을 다양한 각도에서 살펴볼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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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단행본, '윤형근의 기록' |
PKM갤러리 박경미 대표는 "지난 2년 여간 윤형근의 서교동 작업실에서 수집하고 판독해 온 글 300 여 점을 중심으로 심혈을 기울여 단행본을 제작했다"며 "'윤형근의 기록'이 더욱 울림 있게 대중에게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마치 '윤형근 갤러리'처럼 매년 펼치는 '윤형근 알리기'는 PKM 갤러리의 '예술의 척도'로 보여진다.
한편, 단행본 '윤형근의 기록' 은 PKM 갤러리에서 새롭게 출범한 PKM BOOKS에서 발간하는 첫 번째 책이다. 출간에 맞춰 '아트 패키지' 198개의 한정판 에디션도 선보인다.
아트 패키지는 '윤형근의 기록' 1권과 윤 화백이 생전에 남긴 메모첩 중 3점을 재현한 실물 복각판, 회화 작업 이미지로 제작된 최고급 아트 프린트 1 종으로 구성됐다. 이 견본은 특별전에도 전시됐다.
박경미 대표는 "''윤형근의 기록'은 디자인부터 구성까지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최고의 책과 아트패키지"라며 "아트컬렉션으로서의 소장 가치를 높였다"고 자신했다. 전시는 11월1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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