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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갤러리현대에서 이건용 개인전이 8일 개막했다. |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화가는 모름지기 자기 앞에 현전해 있는 평면에 무언가를 그리지만, 저는 화면을 제 앞에다 놓고 제 신체가 허용하는 것만큼만, 화면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선을 그리는 겁니다. 그것은 제가 평면을 보고 그 위에 무언가를 의식이 지시하는 대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제 팔이 움직여서 그어진 선을 통해서, 내 신체가 평면을 지각해 나아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지요."
일명 '뒤로 그림', 퍼포먼스 작가 이건용의 개인전이 서울 삼청동 갤러리현대에서 8일 개막했다.
'Bodyscape(바디스케이프)' 주제로 열린 전시는 신작 회화 34점과 판화 작품을 함께 선보인다. 퍼포먼스 작가가 아닌 ‘화가’로서 이건용의 회화 세계를 조망하는 전시다.
이건용이 1976년 첫 발표한 'bodyscape' 연작은 작가가 신체를 제한한 상황에서 간단한 선 긋기 동작을 수행하며 화면에 흔적을 남기는 방식으로 완성된다.
제작 과정을 담은 절제된 흑백 기록 사진과 전시장의 관람객 앞에서 공연되는 등 '이벤트로서의 드로잉'이라는 속성 때문에 이 연작은 주로 '퍼포먼스'의 맥락에서 해석 및 평가되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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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건용 'Bodyscape' 작업. 영상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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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갤러리현대 이건용 - Bodyscape 전시 전경 |
이번 전시는 'Bodyscape' 연작이 회화로서 지닌 매력과 회화사적 의미를 살펴볼수 있다. 'bodyscape'의 아홉 연작이 모두 신작으로 제작되어 한 장소에서 공개되는 건 이번 전시가 처음이다.
갤러리현대 두가헌에서는 아크릴 물감, 연필, 색연필 등 다양한 재료로 완성한 종이 드로잉 작품과 판화 작품을 함께 선보인다. 전시는 온라인 사전 예약제로 운영된다. 10월 3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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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건용 작가 Bodyscape 퍼포먼스. 사진=갤러리현대 제공. [email protected] |
이건용 작가는 누구?
이건용은 1942년 황해도 사리원에서 태어났다. 목사였던 아버지의 서재에 있던 만 여 권의 장서를 읽으며 문학, 종교, 철학, 인문학에 일찍이 관심을 가졌다. 배재고등학교에 재학하던 시절 듣게 된 논리학 수업을 통해 현대철학을 접했다. 이를 통해 실존주의, 현상학, 언어분석철학에 눈떴고 메를로-퐁티(Maurice Merleau-Ponty)의 현상학에 많은 부분을 공감했다.
비트겐슈타인의 초기 저서 '논리철학논고(Tractatus Logico-Philosophicus)'에 실린 문장인 “세계는 일어나는 모든 것으로 이루어져 있고”, “세계는 사실들의 총체이지, 사물들의 총체가 아니다.”에 대해 골몰하며 논리와 언어학의 중요성에 대해 깨달았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한 후 1969년 S.T(Space and Time 조형학회)를 조직해 현대미술에 관한 글을 번역해 토론하고 공개 세미나를 개최했으며, A.G(한국아방가르드 협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전위적 미술 활동을 전개했다. 1970년대 초반에는 '신체항'을 중심으로 입체(설치) 작업을 선보였고, 1975년 '실내측정'과 '동일면적'을 시작으로 '달팽이걸음', '장소의 논리' 등 획기적이고 독창적인 퍼포먼스를 행했다. 1976년부터 현재까지 <bodyscape>라 불리는 신체 드로잉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이건용은 갤러리현대(2016, 2021), 부산시립미술관(2019), 4A아시아현대미술센터(2018), 국립현대미술관(2014) 등 국내외 주요 미술 기관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삼성미술관 리움 등 국내 기관과 미국 라초프스키컬렉션, 영국 런던 테이트 등 해외 유수의 기관에 소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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