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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아르코미술관 입구에 신미경의 '비누 조각' 비너스가 설치되어 있다. 야외에 나와있는 조각은 코와 가슴 쇄골에 송글송글 땀이 흐르는 듯 물방울이 맺혀있어 눈길을 끈다. |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어머 웬일이야. 땀이 나나봐~"
30도를 웃도는 무더위속 서울 대학로 아르코미술관 입구가 소란하다. 좌대에 올려진 비너스 조각때문이다. 더위에 지친듯 고개를 떨구고 있는 조각의 콧등과 가슴 쇄골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혀있다.
"진짜 땀이 나는 거야?...이게 왜 이럴까. 대리석 조각 아닌가?"
삼삼오오 조각상을 둘러싼 사람들은 마치 신묘한 현상을 보기라도 한 듯 신기하다는 표정을 감추지 않는다. 그러다 민감해진 후각에 반응한다. "이 냄새는 뭐지?"라며 기다란 전시장 입구를 킁킁거리며 빨려들어간다.
5일 아르코미술관 스페이스필룩스에서 개막한 신미경 '사라지고도 존재하는' 개인전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같다. 토끼를 따라 굴 속으로 뛰어든 앨리스가 이상한 나라에 도착해 겪는 신기한 모험들에 관한 이야기처럼, 현실에서 만나는 과거와 시간의 틈을 경험하게 한다.
향내나는 굴속같은 입구를 따라 들어가면 폐허가 된 유적지 같은 공간이 나타난다. 폼페이의 오래된 신전이 허물어진 것 같은 분위기다. 벽돌처럼 쌓은 구조물들안에는 대리석 기둥과 대리석상들이 여기 저기 흩어져있다. 향기때문일까. 유물이 늘어선 전시장은 무거움보다 풍선같은 진공상태에 가둔 것 같다.
"대리석처럼 보인다고요? 모두 비누로 만든 작품이에요. 러쉬(LUSH)비누에요. 향이 진하죠?"
비너스 조각에서 땀이 나는 것은 '비누'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천연비누는 근본적으로 보습하고, 방부제가 없어요. 그래서 '물먹는 하마'처럼 촉촉해지죠. 화학비누는 땀이 안나요. 그만큼 건조해진다는 거죠. 전시장이 제습이 안되니까 비누 조각품이 온 습기를 빨아들여 마치 땀방울이 나는 것처럼 보이는 거에요. 글리세린이니까요."
신미경(52) 작가는 '비누 조각가'로 유명하다. 유럽에선 흔한 대리석 조각상의 위협적인 존재로, 영국 런던에서 'K-아트 첨병'이다. 비누를 무기로 세계 미술계를 누빈지 벌써 20여년이 넘었다. 그리스와 로마의 조각상을 비롯해 아시아의 도자기 및 불상을 비누로 만들어냈다. 스타작가 답게 비누는 후원받는다. 영국 천연 핸디메이드 화장품 브랜드 '러쉬'에서 대가없이 제공한다. 러쉬는 마돈나가 가장 좋아한다는 비누로 유명하다.
'비누 조각'은 보고도 믿기지 않는다. 담배 파이프를 그려놓고,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1929·Ceci n'est pas une pipe)라고 한 르네 마그리트(1898~1967) 그림같다.
오래된 대리석 조각처럼 견고하고 반들반들하다. 도자기도 마찬가지. 감쪽같은 모습에 깜박 속기 일쑤다. 2007년 영국 대영박물관 한국관에서 달항아리 특별전시때 화제였다. 1999년 대영박물관이 구입한 한국의 달항아리가 다른 곳으로 옮겨지는 동안 유리 진열장에는 '비누 달항아리'를 전시했다. '현대미술 프로젝트'라고 제목을 붙였지만 유럽 관람객들은 백자가 아닌 비누로 만들어진 달항아리라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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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현주 기자 = 신미경 작가가 아르코미술관에서 조각과 건축의 경계에 대한 탐색을 비누 벽돌로 구축한 건축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
이번 전시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2018년 아르코미술관 중진작가 시리즈로 런던에서 활동하는 조각가 신미경을 초청하면서 마련됐다. 작가가 2013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에 선정된 후 5년만에 여는 전시로 국내 공공미술관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대규모 전시다.
신미경의 대표 작업들 중에서 주로 국내 미발표작과 신규 프로젝트로 선보인다. ‘번역시리즈’로 명명되는 도자기와 조각과 건축의 경계에 대한 탐색을 이어왔던 작가의 ‘건축 프로젝트’를 볼수 있다. 더불어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부식된 도자기를 포함한 ‘화석화된 시간 시리즈’가 새롭게 소개된다.
전시의 큰 틀은 ‘폐허 풍경’이다. 발굴 유적지 같은 느낌을 선사한다. 런던에서 오래전에 작업한 것들을 가져왔고, 현장에서 직접 제작한 신작이다.
"제가 비누로 20년간 작업해오면서 가장 근본적인 관심인 '시간성'입니다. 문화적인 맥락에서 시간성을 어떻게 가시화할 것인가가 화두였는데, 그런 관심에서 폐허를 재현하는 신작 프로젝트를 하게됐어요"
망가진 신전 같아 보이는 '비누 건축물'은 공사판 같다. 작가는 "폐허란게 예전에 있었던 오리지널이 있고, 그런 것을 지탱해주기 위한 다른 요소들이 있지 않나"라며 "어떤 신전을 재현한건 아니다"고 했다.
영국에서 유적지를 많이 다니면서 관심을 둔 것은 "남아있는 것과 사라진 것들의 경계들"이었다.
"우리가 페허를 보러 갔을때를 생각해보세요. 남아있는 것을 보면서 사라지는 것을 상상하는 것. 그래서 시간여행을 하게 만들잖아요. 전 그 시간이 고체화 되어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낯설은 표현이겠지만 '시간성을 가시화'하고 싶었어요. 시간이 액체처럼 흐르는 것이랴면, 그것을 고체처럼 만들어서 그 지점을 보여주고자 하는겁니다"
'폐허 풍경'은 어느 순간 초라하게 무너져버린 시간을 암시하지만, '유물이 되어지는 것'에 대한 이야기다.
"문명에서 파생되어 나온게 유물이잖아요. 유물은 처음부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여러가지 경로에 의해서 유물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유물이 되어진 것들을 다른 방식으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건축구조물속에 나온 오브제들은 제가 그동안 했던 작업에서 발생한 오래된 작업들을 모은 겁니다. 유물이 되어진 제 작업들을 보여주는 셈이죠.".
고전미술을 차용해 복제와 모방을 넘나들지만 완벽을 추구하지 않는다. "유물이 되었기 때문에 힘이 있고 가치가 있잖아요. 그건 일부러 만들어진게 아니라 역사를 빨아들여서 스펀지 같은 상태, 가늠할수 없는 시간이 흘러서 되는 것인데, 흘러버린 시간을 가능하게 구현한 재료가 비누였어요."
'비누 조각'의 백미는 '화장실 프로젝트'다.(이번 전시에도 선보인다) 신미경 작가를 세계 미술계에 알린 작업으로 '기획반 풍화반'으로 이뤄진다. 작가가 만든게 50%라면 다른 상황이 더해져서 작품을 완성한다. 물론 '시간'이 최고의 재료다.
'화장실 프로젝트'는 실제로 비너스 조각을 화장실 세면대에 놓고 사용하게 하는 작업이다. 일반인이 비누처럼 쓰는거다. 얼마만큼 사용하다 다시 미술관으로 보내지는 '비너스 조각'은 사람들이 쓴 만큼 마모되거나 닳아있다. 그 자체가 작품으로 완성되어지는 식이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게 흠이지만, 돌아온 '비누 조각'은 100개면 100개가 모두 다 다른 모습으로 모여 풍화된 시간을 보여준다. 작가는 "사라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닌, 또 완벽하게 존재하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어느 부분의 접점이 생기는 간극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이번 전시 '사라지고도 존재하는' 타이틀로 쓴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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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현주 기자 = 아르코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여는 신미경 작가가 비누로 만든 도자기 중에서 토기 형태의 도자기와 부식된 도자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울대학에서 조소를 전공한 신미경은 중국 상하이 학고재갤러리, 영국 런던의 헌치오브베니슨갤러리(Haunch of Venison, London), 벨톤하우스(Belton House), 영국 국립공예디자인미술관(The National Centre for Craft & Design), 브리스톨시박물관(Bristol Museum)에서 개인전과 대영박물관에서 진행한 다수의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2008 난징트리엔날레, 2011 베니스비엔날레 특별전 등의 비엔날레를 비롯하여 2008 바젤아트페어 등 다수의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2013년 국립현대미술관 주최의 ‘올해의 작가상’ 4인에 선정됐고, 2015년 싱가포르 푸르덴셜아이어워즈(Prudential Eye Awards) ‘베스트 신진 조각가상’을 받았다. |
'비누 조각'은 의심과 비틀기로 나왔다.
서울대학에서 조소과를 졸업하고 대학원 석사까지 마친후 1997년 런던 대학 슬레이드 스쿨(Slade School)로 유학을 가면서다. 한국에서 작업할때 쓰던 레진은 런던 대학에서는 사용금지였다.
무슨 재료를 써야하나 고민하다 대영박물관에서 본 서양조각상들이 눈에 들어왔다. "서양미술사책에서 보던 것들인데 한국 대리석과 달리 비누같은 조밀함과 색을 갖고 있더라." 알고보니 손톱으로도 자국이 날만큼 부드러운 백묵같은 흙이었다. 이유는 또 있었다.
런던에 유학 와서야 깨달았다. 서양미술을 늘 공부했고 서양인만큼 안다고 생각했지만 동양인은 서양과는 다르다는 것을. "내가 동양사람인데 서양미술에 왜 이렇게 관심이 많고 그렇까지 공부를 했어야 했나" 후회도 했다. 초기 상태로 돌려야했다. 그럼에도 서양 조각을 똑같이 만드는 건 자신 있었다. 서울에선 그 능력에 따라 대학을 갔다 .고전 미술을 똑같이 만드는 건 작가의 오래된 과거가 아니었다. 복잡한 번뇌사이에서 그 손기술은 런던에서 에너지로 작용했다. 그렇게 비누로 고전 조각을 깎기 시작했다.
런던 대학의 교육방식 덕도 있다. 수업시간에 프리젠테이션을 해야 하는데 "할수 없다"고 했다. "알고있는 모든 정보에 대해 의심하고 있어서 아무 얘기도 할수 없다"고 말한 결과는 뜻밖이었다. 교수는 "너무 흥미롭다. 네가 뭘 의심하는지 너무 듣고싶다"며 반색했다. 새로운 땅에 와서 의심하는건 당연한 거고 흥미롭다며 생각을 부추겼다.
작가는 "한국에서는 그럴싸한 이야기를 했었어야 됐는데, 이런 것도 주제가 될수 있구나를 새삼 깨달으며 작업을 과감하게 하고 싶은 포인트가 생겼다"고 회상했다. 당시 매일 매일 번역하면서, 서양 조각을 훈련시켰던 한국의 교육시스템을 생각했다.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사상을 배우는게 아니라, 따라해서 습득할수 밖에 없다. 왜도 없고 질문이 있을수 없다. 우리는 그런 방식으로 서양미술을 상대하고 있었던 것 아닌가"
동양사람으로서 서양미술을 배워야 했던, 혼란스러운 상황들속에서 번역처럼 내뱉은 작업은 결국 '번역시리즈'로 탄생햤다. "동양작가로서 서양미술이 그렇게 훌륭한거냐며 비틀고 싶은 마음이었고, 비누로 똑같이 만들어 보여주면서 서양인들을 혼란시키고 싶었죠."
2006년 대학에서 벌인 '6개월간 퍼포먼스'는 동양 여학생에서 작가로 변신시켰다. 학교 건물에 있던 조각품 아프로디테를 복원하는 것을 보며 그 시대를 현대미술로 가져오고 싶었다. 조각옆에서 그 조각 그대로를 비누로 조각했다. 그렇게 공개 작업이 된 퍼포먼스는 화제가 됐다. "동양애가 서양 조각을 똑같이 만드니까 학교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어요." 수백년의 세월을 담은 유물같은 조각이, 6개월만에 그대로 복제되어 나오자 대학은 물론 지역 미술관이 들썩였다. 졸업전에는 영국 유명갤러리 헤이워드 갤러리에서 참관할 정도로 유명세를 탔다.
"영국에서 제일 중요한게 창의성입니다. 한번도 보지 않은걸 하는거죠. 본 듯한 것은 아웃입니다"
작가는 "한국은 본 듯한데 세련된 걸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누구걸 따라하는 걸 관대한 것 같다"면서 "런던에서는 큰일날일이다. 비슷하다 연상을 시켜도 안되는 구조"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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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 기자= 화석화된 시간 시리즈로 새롭게 선보이는 부식된 도자기는 진짜 오래된 도자처럼 감쪽같아 더 눈길을 끈다. |
조소과를 택한 건 제일 힘들어서였다. "예고때 서양화 한국화 조각등을 해보니 조소가 제일 힘들더라고요. 여자도 힘든 것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마음도 있었지요" 그래서 지금도 친구들은 "고생해도 싸다"고 말한다.
'비누 조각 작업'은 중노동이다.. 이번 전시에는 석수장이들이 한 것처럼 원시적인 방식을 써서 나온 건축물 오브제도 있다. 비누를 끓여서 돌덩이같은 거대한 비누를 만들었다. 기둥이나 대들보로 쓰기에는 아까워서 오브제를 드릴로 깎아냈다. 이전에 기마상 작품때는 비누 2톤을 끓일수 있는 탱크를 만들기도 했다.
화석화된 시간 시리즈로 새롭게 선보인 부식된 도자들은 실패한 도자기들을 모아서 순은박이나 동박을 씌워 부식되는 과정을 거친 작업이다.. 캐스팅한게 200점이 넘는다.
도자기는 몰드가 까다롭다. 끓인 우유처럼 된 비눗물을 쓴다. 묽은 재료로 캐스팅하는 조각은 없다. 식어야 경화가 되기때문에 시간도 오래 걸린다. 캐스팅은 물한방울 안통하게 해야한다. 초기 5-6년은 비누로 고생했다. 끓여서 부을수 있는 비누를 몰랐기 때문이다. 보통 세수비누를 치즈 가는데다 갈아서 가루를 얻어 흙처럼 만들어서 붙였다. 그래서 초기에 만든 조각상은 금이 가 있다. 찰흙으로 만들면 쫙쫙 금이 가는 것처럼.
또한 당시에는 점토처럼 만들었기 때문에 똑같은 2개가 나오는것도 불가능했다.
2003년부터 끓여 붓는 비누를 알게 되면서 작업이 변화됐다. '화장실 프로젝트'가 나온 이유다. 캐스팅을 10개를 똑같이 하면서 여러장소에 보낼수 있게 된 것. 작가는 "청동기에서 철기로 넘어가면서 변하는 것 처럼 캐스팅 타입이 변했다"고 했다. 도자기에 칠한 채색은 동양물감으로 선들을 상감했다. 이전 서양물감을 쓸때 애써도 안 나온 색이 동양물감에서는 한번에 나왔다.
이번 전시에 선보인 갈색으로 변한 '청구병' 도자기는 비누 도자 초기 작품으로 12년 세월이 담겼다. "과거 장인들의 수공적인 노력을 현대미술속에서 이루어보고 싶은 생각이었다." 철가루로 그린 도자기는 자연스럽게 부식이 돼 진짜 오래된 유물처럼 보인다.
도자를 만들면서 세번째 석사과정을 밟았다. 아들이 대학에 들어가면서 해방감에 덩달아 들어간 대학원에서 글라스앤 세라믹을 전공했다. 지난 2~3년간 한국에 못들어오기도 했고, 2년간 비누작업에 손을 대지 않게 했다. 비누 작업은 혼자 갖은 노력끝에 이뤄졌지만 다시 들어간 학교에서 기술적인 서포트가 응축된 공부를 하면서 세라믹과 비누가 연결된 작업을 점차적으로 시도해볼 예정이다.
고통과 희열을 넘나드는 작업을 하면서 작가 외에 다른 직업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 "100% 작업만 하고 그 소스를 통해서 살아가고 있어요. 작가로서 유지를 할 수 있으면 제일 베스트조. 한치 앞을 모르기 때문에 항상 불안하지만 계속 작업을 할 겁니다. 욕심이라면 좀 더 좋은 작업을 하고, 전시를 많이 했으면 좋겠다는 것뿐입니다."
이번에 아르코미술관과 작업하면서 "자유로움을 느꼈다"는 작가는 "그동안 비누, 재료에만 집중됐던 시선을 이번 전시에서 비누 작품 의도와 컨셉이 심층적으로 드러나게 할수 았었고 미발표작도 나올수가 있었다.특히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을 정확하게 보여줄수 있어서 좋은 기회가 됐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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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현주 기자 = 아르코미술관 화장실에 설치되어 있는 비누 조각. 진짜 비누처럼 사용할수 있다. |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는 그림처럼 이것은 도자기가 아니고, 대리석 조각이 아닌 '비누 조각'의 위대함은 철학적이다.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 '왜 이것이 전시장에 놓여졌는지', '왜 나는 이런 생각을 못했는지'를 생각하고 성찰하게 한다는 점에서다. 유물로 재현 시간성을 담보했지만, 흔한 비누로 만든 반전의 재료로 다시 , 자세하게 보게 만드는 것도 작품의 미덕이다.
진짜와 가짜 사이에서 감상자와 상호작용하는 '비누 조각'의 차별화는 또 있다.
바로 미술관을 호기롭게 물들인 비누향이다. "향도 의도한 겁니다. 와보지 않으면 못느끼는거죠. 해외 여행지를 사진으로만 보면서 이렇구나하고 생각했던 것과, 실제로 갔을때의 그 냄새, 공기는 다르잖아요. 사진으로 보는 사람과 와서 보는 사람의 차이를 두고 싶었어요." 본 자와 안 본자의 간극을 극명하게 가르는 땀나고 향기나는 전시는 9월9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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