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아트클럽

[박현주 아트클럽]오른손으로 유화, 왼손으로 드로잉 그리는 윤상윤

등록 2018-06-01 17:52:05  |  수정 2018-06-01 18:54:53

북촌로 갤러리조선에서 개인전 'Sine cera' 13일까지

화가가 앞에 서 있는 듯한 느낌 위해 연극적 포즈담아

'진실된 그림'이란 무엇인가 '글레이징' 기법'으로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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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현주 기자 = 1일 갤러리조선에서 만난 윤상윤 작가는 "제가 오른손 왼손 그림을 구별하기 시작한건, 제가 원래 왼손잡이로 태어났는데 어렸을때 그렇듯이 부모님게 혼나고, 오른손으로 바꿔서 숙련을 한 결과"라고 설명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제가 오른손 왼손 그림을 구별하기 시작한건, 원래 왼손잡이로 태어났는데 어렸을때 그렇듯이 부모님게 혼나고, 오른손으로 바꿔서 숙련을 한 결과에요. 당연히 기계적이고 숙련된 손이 되었는데, 왼손은 그에 반해 좀 더 직관적이고 즉흥적인 그림이 나오더라구요."

 '오른손으로는 유화를, 왼손으로는 드로잉’을 하는 작가' 윤상윤 개인전이 서울 북촌로 갤러리조선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 타이틀  'Sine cera'로 2016년 이후 발표하는 신작전이다. 이전 작품과 달리 색이 바랜듯한, 그리다 만듯한 분위기다. 회색조로 밑바탕을 완성한 뒤 색채를 한 겹 한 겹 쌓아올리는 방식인 ‘글레이징(glazing)’ 기법을 썼다. 작가 특유의 바닥에서 일렁이는 물을 표현한건 여전하지만, 색채는 차분해졌다.

 "재작년부터 인상파 이전의 글레이징이라는 기법을 사용하게 되었어요. 튜브물감이 발견되기 전에는 안료가 비쌌거든요. 고가였기 때문에 안료를 조금만 쓰려고 흑백으로 밑작업을하고, 그 위에 얇게 색의 레이어를 스무번 삼십번 쌓는, 2-3년에 걸쳐서 완성되는 그런 기법을 오른손 그림에 써야겠다는 생각에 글레이징 기법으로 그리게 되었죠."

 아카데믹한 분위기가 강한 그림의 배경이다. 전시 제목 'Sine cera'도 같은 맥락이다. 옛날 로마시대 사람들이 도자기나 작품을 속여서 팔 때 금간 부분에 왁스를 메꿔서 한 번에 구워낸. 한 번에 조각된 완벽한 물성인것처럼 속여서 파는 일이 많았다.

 이에 반대되는 진실한 도공들은 ‘왁스를 사용하지 않았다’라는 뜻의 ‘Sine cera’라는 문구를 사용하여 완성도에 대한 진실성을 보증하고자 했다. 현대에 이르러 이 용어는 sincerely 의 어원이 되어 ‘꾸며내지 않은’, ‘(눈속임 없이) 진실된’의 의미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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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윤상윤, into the trance3, 162x130cm, oil on canvas, 2018


 작가는 개념미술과는 다른 ‘진실된 회화 세계’를 보여주고 싶은 욕망이다. 고전적 이미지를 차용하는 것도 그 이유다.
  
  "램브란트와 터너를 좋아한다. 내가 문제가 있지 않을까할 정도로 현대미술에 감동적이지 않았다."

 "고전적 이미지를 차용하는 것은, 당시 미술 수업 광경이 재미있었기 때문이에요. 실제 모델을 둘러싸고 그림을 그리는 것이 인상적이어서. 롤모델이라는 것을 강요받고, 남들과 똑같이 그려야 한다는 우리나라 미술과는 다른 모습이라고 생각해요."2004년 추계예술대학교, 2007~2009 영국 첼시예술대학교를 졸업했다.

  그는 '현시대에는 사진을 찍고 찰나를 그리니까 포즈가 자연스러워 보여도 사진처럼 보이는데, 옛날 그림들은 화가가 그림앞에 서있구나를 느껴진다"며 "그림앞에 화가가 서 있는 느낌을 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화면에 옮기기전 모델들에 연극적인 자세와 포즈를 취하게 한다.
 
 그림속 인물들은 작가의 주변에 살고 있는 지인들이다.  "아주 모르는 타자를 그리는데에 거부감이 들더라구요. 예를 들면 아프리카 난민이 불쌍하니까 그에 감정 이입은 되지만, 대화를 나눠본적도 없잖아요. 나와 실제적인 관계를 맺는 사람들을 그리면, 그 사람과의 경험과 감정이 드러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실제 사람, 아는 작가, 학생들, 친구들을 그리기 시작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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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윤상윤, Four little words, oil on canvas, 2018
작가의 오른손 그림은 물과 인물, 그 위의 구조물로 이루어져 한 화면 안에 세개의 세계가 공존한다. 그림의 밑에서부터 무의식의 세계를 대변하는 이드(Id), 무의식과 의식의 사이에서 이를 조정하는 에고(Ego) 그리고 우리가 매일 수행하는 의식적 자아로서의 슈퍼에고(Superego)다.

 우리의 일상속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의식과 무의식의 충돌과 합의 지점을 보여주며 작가의 생활이 반영된 스토리텔링이다.

 "제 작업은 3층 구조를 만드는게 제일 중요한데요, 맨 윗층에서부터 초자아, 자아, 무의식 입니다. 프로이트가 말하는 슈퍼에고, 에고, 이드 이런 단계로 구분해서 생각을 하는데요. 옛날 종교화들이 이런 방식을 많이 택하고요. 동양사상에서는, '나무 땅 속 나무 뿌리에서부터 줄기가 자라나 하늘을 향해 이파리를 펼친다' 라는 비슷한 비유적 구조도 있고요. 맨 꼭대기의 초자아는 프로이트가 말하는 철학적 의미보다는, 제 경험이 반영되어 있어요. "

  화면에 많은 책걸상이 표현된 것도 고등학교때 교실 책상에 무릎꿇고 앉는 벌을 받았던 경험에서 나왔다.

  "신체적으로 매를 맞거나 가학적인 행동이 아니라 단지 그룹에서 떨어트려서 소외감, 고립감을 주면서 벌을 주는 거거든요. 그때 바라봤던 풍경이 이렇게 작업을 하는 원인이 되었어요. 영국 유학갔을때도 완전히 그룹에 속하지는 못하고, 동양인으로서 그들을 관찰했어요. 완전히 그 그룹에 속하는게 아니라, 그 그룹에서 벗어나서 바라보는 풍경. 이런 것들이 재미있었죠. 그래서 이런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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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윤상윤 작가가 왼손으로 그린 드로잉.

 

작가의 '왼손 드로잉'에는 얼굴 없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오른손으로 그린 그림들이 구체적인 얼굴을 드러내며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프로이트적 세계관의 도식이라면, 왼손으로 그려낸 드로잉들은 꿈 속 장면같은 환영처럼 보인다.

   "선을 처음 긋거나 뭔가 붓이 지나갔을 때 우연히 발견되는 형태를 연결한달까. 그때 그때 제 경험이나 감정들이 그대로 배설되는 느낌. 뭘 먹으면 뭔가가 나오는 것처럼. 우리는 눈으로도 먹고,귀로도 먹고, 촉감으로도 먹잖아요. 그런 것들에 대한 더 즉각적인 반응으로 나온 그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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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윤상윤, ade, 259x193cm, oil on canvas, 2018

 오른손, 왼손으로 나눠 작업하는 작가는 "사람이 우뇌, 좌뇌를 다르게 쓴다고 하잖아요. 직관적인 걸 쓸때는 우뇌를 쓰고,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것을 쓸 때는 좌뇌를 쓴다고 하는데, 내 그림은 동서양이 나눈 것 같은 이분법적"이라며 "오른손은 과거의 전통 기법으로 쌓아올려서 완성하고, 왼손 드로잉은 동양화처럼 경험과 기억에 집중했다가 한 번에 끝내는 작업"이라고 했다.

 그림은 묘하다. 분명 현실의 사람들과 현재의 풍경을 담았지만 정체불명의 분위기를 불러일으키며 기이한 느낌을 전한다.

 이미지로 넘쳐나는 매트릭스같은 세상. “그래서 우리는 결국 영역 안에서 평생 빠져나올 수 없다"며 작가는 이렇게 작가 노트에 썼다. "영역 안에서 수정당하고 길들여져 자신의본질을 잃고 그것이 현실이라는 착각에서 사는 것이다(사실 이것이 현실이다)." 전시는 1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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