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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건축가 조병수 설계, 롯데뮤지엄 내부 |
【서울=뉴시스】 박현주 기자 = 삼성 미술관 리움이 지난해부터 개점 휴업 사태속 재벌그룹 미술관이 다시 등장했다.
롯데그룹 롯데문화재단이 롯데월드타워 7층에 26일 개관한 롯데뮤지엄이다. 세계에서 5번째로 높은 롯데월드타워(555m, 123층)에 있다는 자부심이 있다. (이미 국내에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미술관'을 내세우는 곳이 있다. 한화그룹이 63빌딩 60층에 운영하는 63아트미술관이다.)
롯데월드타워 7층 1320㎡(약 400평)을 미술관으로 꾸몄다. 전시공간은 심플한 자연미가 특징인 건축가 조병수(60)가 설계했다. 초고층 미술관인 모리미술관과 협업해 기존 3m였던 층간 높이를 5m까지 올려 시공하는 등 1년여 간 심혈을 기울여 세계적 수준의 현대 미술 전시공간으로 완성했다.타 워 내부 공간을 최대한 기능적으로 해석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예술작품들이 자유롭게 숨쉴 수 있는 새로운 예술공간으로 변모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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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하나되어 함께하는 롯데월드타워 불꽃축제’에서 다양한 불꽃들이 서울 밤하늘을 수놓고 있다. (사진=뉴시스 DB) [email protected] |
이태원 부자들 저택속에 위치한 삼성 리움이 럭셔리한 이미지를 과시하는 반면 롯데뮤지엄은 백화점안에 있어 부담감의 거리는 좁혔다. 롯데측도 "상업시설과 오락시설이 집중되어 있는 잠실지역에서 대한민국의 예술적 위상을 보여주는 새로운 문화 랜드마크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전 세계 시각문화의 흐름을 보여주는 수준 높은 기획 전시를 매년 3~4회 개최하겠다는 의지다.
국내 최고 미술관 리움의 휴업 상태로 국내에 세계 유명 작가의 굵직한 전시가 뚝 끊긴 가운데, 롯데뮤지엄의 개관전은 미술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새해, 롯데월드타워 '카운트다운 불꽃쇼'로 '라이트 아트'의 팡파레를 울린 롯데는 '빛'에 꽂했다.
◇롯데뮤지엄 개관...라이트 아트 댄 플래빈 국내 첫 전시
개관전도 ‘빛 예술’이다. 미국 '라이트 아트' 거장 댄 플라빈(1933~1996)의 대규모 기획전을 펼친다. ‘빛’을 통해 변화되는 시공간을 창조한 댄 플래빈의 혁신적 예술세계를 소개한다.
미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뉴욕 디아 아트파운데이션(Dia Art Foundation)의 협력으로 이루어진 이번 전시는 댄 플래빈이 창조한 ‘위대한 빛’을 타이틀로 달았다. 플래빈은 ‘형광등’을 미술에 도입하여 ‘빛’의 시공간을 창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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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Untitled (to you, Heiner, with admiration and affection)무제 (당신, 하이너에게 사랑과 존경을 담아)_1973_Fluorescent light and metal fixtures_121.9 x 121.9 x 7.6 cm each of 58 |
이번 전시는 댄 플래빈의 초기 작품 14점을 한국에 소개하는 첫 번째 대형 전시다.
플래빈의 독창성은 쉽게 구할 수 있는 형광등을 공간에 설치해 관람자가 그 공간을 직접 경험하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그는 1963년부터 벽면에 2.4m 형광등을 설치해 형광등의 무한한 가능성을 살려냈다. 하나의 오브제이자 회화적 효과를 내는 색채로서 형광등의 존재감을 발견해냈다. 이후 여러 개의 형광등을 반복적으로 배치하여 빛에 의해 공간이 생성되고 소멸되는 환영을 만들어넀다.
이 전시에는 그의 대표작 40m길이의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Green Barrier'가 한국에서 최초로 선보인다. 거대한 녹색의 빛은 전혀 다른 공간을 경험하게 한다.
전시 마지막길에 348개의 형광등으로 만들어진 초록색 장벽이 압권이다. 초록빛을 따라가다 보면 실제 공간에 대한 감각은 제거되고 원근법이 파괴된 새로운 공간의 유희를 경험할 수 있다.
그의 초록색 관심은 피에트 몬드리안 덕분이다. 플래빈은 빨강,파랑,노란색을 사용한 기하학적 추상회화의 선구자 피에트 몬드리안이 빠뜨린 녹색을 사용했다. 몬드리안이 제외한 기본 색의 하나인 초록색을 기분 좋은 색이고 밝으면서 부드러운 색으로 보고 거대한 장벽 작품의 주 색채로 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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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The Diagonal of May 25, 1963 (to Constantin Brancusi) 1963년 5월 25일의 사선 (콘스탄틴 브랑쿠시에게) 1963_Fluorescent light and metal fixtures_180.3 x 177.8 x 11.4 cm |
◇'형광등 빛 예술' 댄 플래빈
1933년 뉴욕에서 태어났다. 미 공군으로 복무했고 1954년 한국 오산의 제5공군본부에 주둔하면서 기상정보를 수집하는 기상병으로 근무했다.
1956년 뉴욕으로 돌아간 플래빈은 뉴욕 콜롬비아 대학에서 미술사를 수학했다. 1961년 뉴욕의 저드슨 갤러리에서 첫 번째 개인전을 열고 ‘아이콘icons’라는 전자적인 빛으로 된 콜라주 형태의 부조 시리즈 작품들을 선보였다. 이 작품을 시작으로 이후에는 오직 형광등만을 사용한 작품이 등장하는데 이 들 중 하나가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1963년 5월 25일의 사선 (콘스탄틴 브랑쿠시에게)'라는 작품이다.
제목이 가리키는 '1963년 5월 25일'은 플래빈이 이 작품을 완성한 날 일 뿐만 아니라 이후 그의 빛 작업에 있어 새로운 출발점을 의미하고 있다.
이후 댄 플래빈은 1976년 시카고 현대미술관, 오타와에 있는 캐나다 내셔날 갤러리, 1989년 독일 바덴바덴의카를스루에 주립미술관에서 전시했다. 2004년 디아 아트 파운데이션은 워싱턴 D.C.의 내셔널 갤러리와 공동으로 댄 플래빈 순회전을 개최했고 1982년 댄 플래빈 인스티튜트를 설립하고 댄 플래빈이 디자인한 공간에 작품을 영구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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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Untitled (to Shirley and Jason)무제_1969_Pink and blue fluorescent light_243.8 x 10.2 x 25.4 cm (우)Untitled_무제_1969_Pink fluorescent light_243.8 x 10.2 x 25 |
물질이 내뿜는 빛에 의해 유기적으로 변화하는 공간의 경험은 새로운 예술의 시작을 알리는 댄 플래빈만의 독창적인 예술세계다. 그는 집안을 밝히는 형광등을 ‘미니멀리즘 설치예술'로 승화시켰다. 산업사회의 재료, 기성품을 대변하는 형광등을 예술에 도입해 자본주의에 대항한 포스트모더니즘을 완성했다고 평가받는 댄 플래빈은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의 레디메이드 개념을 넘어선 20세기 미술문화를 대변한다.
댄 플래빈은 “나는 조명기구를 주의 깊고 면밀하게 구성한다면 전시장의 공간이 분리되고 조정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생전 이렇게 말했다.
"예를 들어 2.4m 길이의 형광등을 모퉁이에 수직으로 설치하면 모서리 공간을 물리적인 구조와 빛, 이중으로 생긴 그림자 등으로 완전히 사라지게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그가 형광등으로 만든 '빛 예술'은 단순하지만 예기치 못한 세계를 경험하게 한다. 공간과 시각적 경험의 간극속에 빛이 주는 신성함, 초월성 등 공간에 퍼져나가는 댄 플래빈의 빛은 황홀한 순간을 선사한다. 결국 예술은 마술이다. 관람료 7000~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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