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아트클럽

천경자 집안싸움, 장남 "누나가 어머니 서울 재산 몰래 정리"

등록 2015-10-27 17:19:48  |  수정 2016-12-28 15:48:46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김동민 기자 = 27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고 천경자 화백의 유족 기자회견에서 유가족인 장남 이남훈 회장이 머리를 만지며 생각에 잠겨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고 천경자 화백의 장남 이남훈 팀-쓰리 엔지니어링 건축사사무소 회장, 차녀 김정희 미국 메릴란드주 몽고메리 칼리지 미술과 교수, 둘째 사위 문범감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 차남 고 김종우의 처 서재란씨가 참석해 별세한 천 화백의 추모식행사를 서울시가 적극 나서달라고 밝혔다. 2015.10.2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 "54만원인가 남아있는 것 같아요. 해지 동의요? 안 해줬어요."  

 지난 8월 91세를 일기로 별세한 화가 천경자의 장남 이남훈(65·팀쓰리엔지니어링 건축사사무소 회장)씨는 27일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누나 이혜선(장녀)씨에 강한 불만감을 드러냈다. 이씨 홀로 치른 어머니의 장례 때문이다.

 이씨는 어머니의 사망 사실을 은행 때문에 알았다. 19일 S은행으로부터 어머니의 통장과 관련한 전화를 받았다. "담당직원이 전화로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고, "무슨 내용인지 몰라서 어리둥절하고 있는데 그때 누나(이혜선)가 전화를 낚아챘다"는 것이다. 이혜선씨는 미국이 아닌 한국의 은행에 있었던 것이다.

 이혜선씨는 "상속관계에 있어 법적으로 네가 동의 안 하면 찾을 수 없다"고 다그쳤지만 장남인 이씨는 무슨 소리인지 몰라 동의를 안 해줬다고 한다. 그 통장의 잔액은 54만원 정도인 것으로 알고 있다.

 "어머니가 8월6일에 돌아가셨다는 걸 그때 알았다"는 이씨는 누나에게 "연락을 해야지!"라고 펄쩍 뛰었지만 "대화가 안 됐다"고 했다.

 어쨌든 이씨는 확인을 해야 했다. 서울 압구정동 주민센터에서 가족관계 증명서를 떼었다. 8월6일에 어머니가 사망했다고 기록돼 있는 것을 확인했다. 천경자 소유였던 압구정 한양아파트는 누나 이혜선씨의 친구 소유로 돼있다. 이혜선씨가 미국에서 장례를 치르고 와 서울에 있는 어머니의 재산을 모두 정리한 것 같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어머니, 누나와 수 년 간 연락이 없었다는 이씨는 기자회견 내내 침묵을 지키다가 "이런 말 하는게 추접스럽다"고 토로했다.

  그동안 장녀 이혜선씨는 천 화백과 미국으로 떠날때 천화백의 금융자산과 작품관리등 모든 전권을 독점해 운영했다고 유족은 밝혔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김동민 기자 = 27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고 천경자 화백의 유족 기자회견에 앞서 유족들이 인사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고 천경자 화백의 장남 이남훈 팀-쓰리 엔지니어링 건축사사무소 회장, 차녀 김정희 미국 메릴란드주 몽고메리 칼리지 미술과 교수, 둘째 사위 문범감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 차남 고 김종우의 처 서재란씨이다. 2015.10.27.  [email protected]  
 이날 미술관에 모인 장남 이씨와 차녀 김정희씨, 사위 문범강씨, 며느리 서재란씨는 천경자 화백 추모와 관련한 유족의 입장도 밝혔다. 장녀 이혜선씨는 불참했다. 이미 뉴욕으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장녀를 뺀 4명의 유족은 서울시와 문화체육관광부에 2가지를 요구했다.

 첫째, 천 화백의 평생 업적에 서울시가 무심한 이유가 무척 궁금하다며, 서울시가 지금이라도 천 화백의 공적을 감안해 추모식에 적극적인 성의를 표해주길 바란다는 것이다. 천경자가 93점의 대표작을 선뜻 서울시에 기증한만큼 서울시가 적극 나서서 격식을 갖춘 예우를 해달라는 주문이다. 유족들은 일단 서울시립미술관에 청원, 30일 오전 10시 추모식을 미술관에서 올린다.

 둘째, 금관문화훈장을 취소한 이유가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문체부 결정의 재고를 요청했다. '수년간 작품활동이 없었다', '사망에 얽힌 미스터리가 밝혀지지 않았다'는 취소 이유에도 반박했다. 천경자가 노년에 건강 악화로 작품활동을 상당기간 못했다는 이유로 수십년 간의 업적과 공로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은 문화국가가 취할 작가에 대한 예우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어머니의 사망과 관련한 의문은 유족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장녀 이혜선씨기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수년간 지속해 유족들이 고통을 당했지만 감수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어머니의 명예에 누가 되는 것을 누구도 원치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유족들은 이혜선씨가 유족 대표가 아니라고 분명하게 선도 그었다. 유골이 어디에 묻혔는지를 묻자 유족들은 "우리도 어머니가 어디에 모셔졌는지 알고 싶다"고 반문했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