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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뉴시스] 한이재 기자 = 22일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 '대한민국관'에서 갓일(입자) 박창영 보유자가 갓 제작을 시연하고 있다. 2026.07.22. [email protected] |
[부산=뉴시스]한이재 기자 = 80대 장인이 양잿물에 삶은 살굿빛의 대나무를 이빨로 쪼개 실(竹絲)을 뽑는다. 먼발치에서 이 손놀림을 바라보던 관란객이 "가까이 가도 돼요?"라고 하자 장인의 얼굴에 인자한 웃음이 번진다. 그러자 사람들이 몰려들며 "이건 뭐예요?" "만져봐도 되나요"라고 질문을 쏟아냈다.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를 맞아 부산 벡스코 '대한민국관'에서 열린 국가무형유산 전통기술 합동공개행사장. 세계 각국에서 모인 회의 관계자들과 시민들이 박창영(83) 갓일(입자장) 보유자의 시연장 앞에 오래 머물렀다.
1964년 지정된 국가무형유산 '갓일'은 갓을 만드는 총모자장, 양태장, 입자장을 일컫는다.
총모자는 말총을 이용해 머리 윗부분(대우)을 엮고, 양태는 차양 부분을 레코드판처럼 둥글게 얽는다. 입자는 총모자와 양태를 조립하고 명주를 입힌 뒤 옻칠해 갓을 완성하는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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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뉴시스] 한이재 기자 = 22일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 '대한민국관'에서 갓일(입자) 박창영 보유자가 관람객에게 갓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6.07.22. [email protected] |
갓마을 경북 예천 돌티마을에서 태어난 박 보유자는 증조부부터 대를 이어 16세부터 갓을 만들기 시작했다. 65년 넘게 한길을 걸어온 그는 2000년 국가지정 국가무형유산 '갓일' 보유자로 지정됐다.
"갓은 만드는 데 손이 많이 가 네 명이 둘러 앉아서 만들어요. 지금은 다 돌아가셔서 혼자서 모든 과정을 하는데 좀처럼 능률이 오르지 않아요."
시연장 맞은편 체험 부스도 종일 북적였다. 아이들은 손바닥만한 갓의 윗부분을 붙일 때마다 시선이 한곳으로 모였다. 부모들은 휴대전화로 아이들의 이런 모습을 담기에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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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뉴시스] 한이재 기자 = 22일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 '대한민국관' 내에서 '2026년 국가무형유산 전통기술 보유자 합동공개행사' 부스가 보인다. 2026.07.22. [email protected] |
대한민국관이 문을 열자마자 참가 신청이 마감됐다. 체험에 참여하지 못한 관람객들은 멀찍이 서서 한참동안 장인의 손놀림을 바라봤다.
"오 마이 갓!"
선착순에 들지 못하자 한 관람객은 아쉬운 듯 탄성을 내뱉었다.
딸 김리원(4)양과 함께 찾은 손은희(40)씨는 "이렇게 실까지 만들어서 갓을 만드는 줄은 몰랐다. 따로 직조하는 기계가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과 달라서 놀랍다"며 "딸이 '케데헌'에 나온 갓을 실제로 보게 돼서 좋다"고 말했다.
어머니 노성영(34)씨와 함께 온 김시원(8)군은 "말꼬리라는 게 신기하다"며 "너무 재밌다"고 했다.
학교에서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서지선(11)군은 "무형유산 보유자분들이 존경스럽다"며 "만든 갓은 집에 있는 곰돌이 인형에게 씌워 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황루아(12)양도 "갓에 대해 자세히 몰랐는데 체험해 보면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조금 알게 됐다"며 "인두로 다듬어지니까 기분이 좋았다. 집에 제일 아끼는 고양이 인형에 씌워 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루아양의 어머니 김초희(47)씨는 "전통에 대한 존경심을 느낀 것 같다"며 "나중에 커서도 문화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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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뉴시스] 한이재 기자 = 22일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 '대한민국관' 내에서 갓일(입자) 박형박 이수자가 작은갓을 만드는 체험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2026.07.22. [email protected] |
체험은 박 보유자의 아들이자 5대째 갓일을 전승하고 있는 박형박 이수자가 맡았다. 이를 지켜보던 박 보유자의 얼굴에도 미소가 피어올랐다.
박 보유자는 "아들이 작은 갓 만드는 체험을 진행하는 걸 보고 있으면 흐뭇하다"라며 "아들도 이제 25년 정도 갓을 만들었는데, 나도 나이가 있으니까 빨리 물려받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갓을 "우리 조상들의 최고 상품"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도포에 갓을 써야만 양반 행세를 할 정도로 한국의 미를 대표한다"고 덧붙였다.
세계유산위원회가 열리는 가운데 외국인과 세계유산 관계자들이 한국의 갓을 보고 감탄하는 모습도 큰 보람으로 남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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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뉴시스] 한이재 기자 = 22일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 '대한민국관'에서 옥산서원 관계자들이 갓일(입자) 박창영 보유자의 시연을 지켜보고 있다. 2026.07.22. [email protected] |
박 이수자는 패션디자인을 전공한 뒤 주변으로부터 "네가 아니면 누가 이 일을 하겠느냐"는 말을 듣고 본격적으로 가업을 잇게 됐다.
그는 "진짜 갓은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모조품과 다르다"며 "완만한 곡선과 직선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언젠가는 지금은 사라진 기술을 되살려 '마미두면(왕들이 쓰던 갓)'을 다시 재현해 보고 싶다"며 "소중한 우리 문화가 꼭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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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뉴시스] 조선 중기 인물 단구 황창술이 쓰던 갓의 복원품이다. 죽사로 한 올 한 올 엮어 섬세하게 제작했다. 크기 50×15㎝, 끈 90㎝. (사진=국가유산진흥원 누리집 갈무리) 2026.07.2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
국가무형유산의 가치를 알아보는 이들도 있었다.
두루마기를 입고 행사장을 찾은 이석호 옥산서원 운영위원은 "갓을 고정하는 탕건을 하나 구해볼까 하는 마음에 지나가다가 들렀다"며 "갓이나 도포에서 풍기는 은근한 맛이 한국의 멋"이라고 말했다.
이영환 옥산서원 운영위원장도 "요즘은 전통 옷을 입고 갓을 쓰면 우리 옷인데 이상하게 생각한다"며 경기 광명에 있는 박 보유자의 작업장에 헌 갓을 고치러 가겠다고 했다.
국립민속박물관 수석학예연구관을 지낸 김영재 한산연구소장은 "박창영 보유자는 기물부터 제작 과정과 그 기능을 전부 보여주시고 있다"며 "충분한 공간에 관람객도 많으니 보유자 선생님들도 신나 보이신다"고 했다.
이어 "마침 세계무형유산을 다루는 외국인들도 관심을 가지고 많이 찾고 있다"며 "29일까지 공개되는 11종목은 하나씩 두고 강조해도 모자라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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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뉴시스] 갓일(입자) 박창영 보유자 (사진=뉴시스DB) 2026.07.2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
국가무형유산 전통기술 합동공개행사는 세계유산위원회 기간동안 이어진다.
오는 24~26일은 소목장 박명배, 나전장 장철영, 망건장 강전향·전영인, 탕건장 김혜정 보유자가 제작 시연에 나서고, 27~29일에는 각자장 김각한, 조각장 곽홍찬, 궁시장(시장) 박호준, 궁시장(궁장) 김윤경, 목조각장 전기만 보유자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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