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천경자 영문도록 저작권료 1210만원…서울시·재단 '공익성' 충돌

등록 2026-07-13 08:11:00

정부 해외출판 지원사업 선정 도록

서울시 "유상판매" 지적 저작권료 부과

재단 "공익사업" 반발…한국저작권위원회 분쟁조정 예고

associate_pic
[고흥=뉴시스] 박진희 기자 = 천경자 화백의 차녀 수미타 김 예술총감독이 11일 전남 고흥군 분청문화박물관에서 열린 천경자 100주년 기념 특별전 ‘찬란한 전설, 천경자’ 개막식에 참석하여 모친의 작품 '제주도 풍경(섬의 인상)' 앞에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이번 특별전은 미공개 작품을 포함한 채색화 36점과 드로잉 34점, 유품 25점 등 모두 120여 점을 오는 12월 31일까지 분청문화박물관에서 관람할 수 있다. 2024.11.1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고(故) 천경자(1924~2015) 화백의 작품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제작한 영문 도록을 둘러싸고 서울시와 천경자재단이 저작권 사용료를 놓고 맞서고 있다.

천경자재단(Chun Kyung-Ja Foundation)은 해외 출판 지원을 받은 공익사업에 1000만원이 넘는 저작권료를 부과한 것은 부당하다며 한국저작권위원회 분쟁조정을 준비하고 있다. 반면 서울시는 출판사의 유상 판매가 확인된 만큼 관련 규정에 따라 사용료를 부과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논란은 천경자재단이 이탈리아 미술 전문 출판사 스키라(SKIRA)와 함께 제작한 한글·영문 도록에서 비롯됐다.

이 도록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예술경영지원센터의 '2025 해외출판 지원사업'에 선정돼 최고 지원액인 5000만원을 지원받아 제작됐다. 천 화백 작품 160여 점과 수필 7편을 담아 그의 예술 세계를 해외에 소개하기 위해 기획됐다.
associate_pic
천경자 화백의 둘째딸 수미타 김이 미국에서 설립한 천경자재단 홈페이지. *재판매 및 DB 금지



천경자재단은 미국 메릴랜드주 포토맥에 설립된 비영리 재단으로, 천 화백의 차녀 김정희(수미타 김) 이사장이 이끌고 있다. 재단은 당시 "천경자의 예술적 성취가 국제사회에 충분히 알려지지 못했다는 아쉬움에서 영문 도록 출간을 추진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서울시는 최근 도록에 수록된 작품 이미지 사용료로 총 1210만원을 납부하라는 공문을 재단에 보냈다.

천 화백은 1998년 서울시에 작품과 함께 저작권 일체를 양도했다. 당시 그는 "내 그림들이 흩어지지 않고 시민들에게 영원히 남기를 바란다"며 서울시립미술관에 작품과 화구 등을 기증했고, 이후 작품 이미지 저작권은 서울시가 관리하고 있다.

실제로 천경자재단 공식 홈페이지에도 "모든 예술 작품 이미지 저작권은 서울시청에 있습니다"라고 명시돼 있다.

재단은 이번 도록이 정부 지원을 받은 비영리 해외출판 사업인 만큼 공익 목적에 해당해 저작권 사용료를 감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범강 천경자재단 총괄디렉터는 "세계 미술계에 천경자를 알리기 위해 추진한 공익사업"이라며 "도록 상당수는 국내외 미술관과 도서관 등에 기증하거나 관계자들에게 무료 배포했고, 재단이 직접 판매 수익을 얻는 구조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associate_pic
천경자 도록 판매. 사진=서울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반면 서울시는 재단이 저작권 사용 허가를 신청할 당시 '비영리 목적 비매품 2000부'로 신청해 무상 사용을 승인받았지만, 이후 스키라가 1000부를 일반 판매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재단은 저작권 사용 허가 이전인 2024년 7월 스키라와 출판 계약을 체결했으며, 계약서에는 총 2000부 가운데 1000부는 출판사 판매용, 나머지 1000부는 재단 사용분으로 구분돼 있었다.

서울시는 재단이 사용하는 비매품 1000부는 무상 사용을 유지하고, 출판사가 판매하는 1000부에 대해서만 '공공저작물 사용료 징수 규정'에 따라 저작권료를 산정했다고 밝혔다.

또 저작권 사용 허가 당시 '저작자명 및 저작권자(서울특별시)' 표기를 조건으로 허가했지만, 도록에는 '출판물의 모든 내용과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천경자재단에 있다'는 취지의 문구가 기재돼 올해 3월 시정을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고흥군 특별전은 지방자치단체가 주최한 비영리 전시여서 감면 대상이었지만, 이번 도록은 일반 판매가 이뤄지는 출판물인 만큼 같은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번 논란은 저작권 귀속 여부가 아니라 정부가 공익 해외출판 사업으로 지원한 프로젝트에 민간 출판사의 유상 유통이 결합된 경우 저작권 사용료를 어디까지 감면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을 둘러싼 해석 차이로 이어질 전망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