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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글래드스톤은 22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BEXCO)에서 열린 ‘아트부산 2026’에 참여하여 우고 론디노네 작가의 신작을 선보이고 있다2026.05.22. [email protected] |
[부산=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뭘 자꾸 넣다 보니까 이제는 빼는 시기가 온 것 같다.”
올해 ‘아트부산 2026’이 유독 달라 보였던 이유다.
부산 벡스코(BEXCO)에서 21일 VIP 프리뷰로 막을 올린 아트부산은 이전보다 넓어진 동선과 여백 있는 부스 구성, 대형 설치와 전시형 공간 연출로 눈길을 끌었다. 작품을 빽빽하게 걸어놓던 기존 아트페어 분위기 대신, 잠시 머물며 공간과 작품을 함께 경험하는 ‘체류형 아트페어’ 분위기가 강해졌다는 평가다.
실제 VIP 프리뷰 첫날 5시간 동안 1580명의 관람객이 현장을 찾았다. 지난해 대비 약 33% 증가한 수치다. 티켓 판매 역시 오픈 한 달 만에 전년 동기 대비 37%를 넘어섰다.
현장에서는 “작품 퀄리티가 좋아졌다”, “전체적으로 훨씬 세련돼졌다”, “미술관 같은 분위기다”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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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뉴시스] 박진희 기자 = '아트부산'이 열리고 있는 22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BEXCO)를 찾은 관람객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올해 15주년 맞는 '아트부산'은 이전보다 한층 넓고 세련된 공간 구성과 동시대적 감각을 강화한 부스 연출로 분위기를 바꿨다. 2026.05.22. [email protected] |
올해로 15회를 맞은 아트부산은 18개국 107개 갤러리가 참여했다. 국제갤러리, 글래드스톤, 탕 컨템포러리, 리안갤러리, 더페이지갤러리 등 국내외 주요 갤러리들이 전시형 부스와 솔로부스를 강화하며 기존 아트페어와 다른 분위기를 만들었다.
특히 도쿄 겐다이(Tokyo Gendai), 아트 센트럴 홍콩(Art Central Hong Kong), 아트 자카르타(Art Jakarta) 등과 협업을 이어오며 단순 교류를 넘어 공동 기획·큐레이션 단계로 협력 구조를 확장했다. 올해는 주빈국으로 대만을 선정해 아트 타이베이(Art Taipei)와 공동 심사 및 큐레이션을 진행하며 콘텐츠 공동 생산 모델도 선보였다.
변화의 중심에는 올해 처음 도입된 예술감독 제도가 있었다. 아트부산은 올해 이장욱 스페이스K 수석큐레이터를 예술감독으로 선임하며 전시 완성도와 공간 연출 강화에 나섰다.
22일 전시장에서 만난 이 감독은 “아트페어가 작품을 거래하는 장터일 수는 있지만 아울렛처럼 보여서는 안 된다”며 “동시대 미술의 흐름과 작품성을 함께 보여주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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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 22일 부산 벡스코(BEXCO) 전시장에서 만난 이장욱 아트부산 2026 예술감독이 뉴시스와 만나 올해 전시 기획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6.05.22. hyun@newsis. *재판매 및 DB 금지 |
실제로 올해 아트부산은 작가 수를 줄이고 부스별 완성도를 높이는 방향에 집중했다.
이 감독은 “갤러리들에도 단순히 많이 걸기보다 컨셉과 전시성을 보여달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했다”며 “부스 자체가 하나의 기획전처럼 보이길 바랐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는 전시장 곳곳에서 드러났다. 국제갤러리는 영국 작가 줄리안 오피(Julian Opie)의 신작 중심 솔로부스를 선보였고, 글래드스톤은 우고 론디노네(Ugo Rondinone)의 신작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더페이지갤러리는 정구호의 ‘백동(白銅)’ 시리즈를 미니멀 설치 전시처럼 구성하며 관람객 체류를 유도했다.
글래드스톤 정지웅 디렉터는 “우고 론디노네와 살보(Salvo), 아침 김조은 작가 신작까지 전반적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젊은 컬렉터들의 움직임과 부산 컬렉터들의 관심을 실감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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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제갤러리는 22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BEXCO)에서 열린 ‘아트부산 2026’에 참여하여 영국 작가 줄리안 오피(Julian Opie)의 솔로 부스를 선보이고 있다. 단순한 윤곽선과 걷는 인물 시리즈 특유의 리듬감이 관람객 흐름과 맞물리며 ‘포토 스폿’처럼 기능했다. 2026.05.22. [email protect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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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트부산 더 페이지갤러리 솔로부스로 펼친 정구호 백동 반닫이 작품.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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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아트부산 2026’에서 에브리데이몬데이(EM)가 무나씨(Moonassi)의 대형 회화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검은 벽면과 여백을 활용한 전시형 부스 연출로 아트페어 현장 안에 미술관 같은 몰입감을 구현하며 관람객의 시선을 끌었다. 2026.05.22. [email protected] |
에브리데이 몬데이(EM)가 선보인 무나씨(Moonassi)의 8m 병풍형 대작 역시 “팔릴 작품이 아니라 미술관급 전시”라는 평가 속에 컬렉터 대기 문의가 이어졌다. 특별전 ‘CONNECT’에 참여한 김은주의 대형 드로잉 작업도 관람객들의 발길을 오래 붙잡았다.
전시장 한복판에 설치된 영국 작가 리암 길릭(Liam Gillick)의 구조물 라운지도 상징적이었다. 관람객들은 실제 작품 안에 앉아 쉬며 공간을 경험했다. 빠르게 소비하고 이동하는 기존 아트페어 문법 대신, ‘머무르는 경험’을 강조한 장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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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아트부산 2026’에서 가나아트가 일본 작가 요시토모 나라(Yoshitomo Nara)의 2000년작 ‘Pale Mounting Dog’를 선보이고 있다. 경매가 약 850만 달러에 달하는 대표 연작 중 하나로, 특유의 냉소적 표정과 고독한 시선이 관람객의 발길을 멈추게 하고 있다. 2026.05.22. [email protect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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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뉴시스] 박진희 기자 = '아트부산'는 22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BEXCO)에서 도시성과 지역성을 조망하는 특별전 'CONNECT'를 선보이고 있다. 2026.05.22. [email protected] |
시장 분위기는 여전히 조심스럽다. 아트페어의 본질이 판매인 만큼 초반 거래 속도는 기대보다 신중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하지만 올해 아트부산 전시장에는 이전과 다른 여유가 흘렀다. 관람객들은 “그림 보는 맛이 난다”며 작품 앞에 오래 머물렀고, 갤러리들 역시 급하게 거래를 재촉하기보다 차분히 손님을 맞이하는 분위기였다.
이장욱 감독은 “좋은 아트페어는 단순히 작품을 많이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지금 동시대 미술이 어떤 흐름으로 가고 있는지를 현실감 있게 보여주는 플랫폼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쟁과 경기침체 같은 어려움 속에서도 아트페어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트페어에서 개념있게 펼치는 특별전 ‘CONNECT’도 눈길을 끌었다. 아트부산은 올해 고원석 라인문화재단 디렉터를 특별전 기획자로 초청해 단순 부스 집합형 아트페어를 넘어 전시성과 큐레이션 기능을 강화했다.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조명받지 못했던 중견 작가들을 새롭게 소개하는 방향으로 확장하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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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 아트부산 2026 특별전 ‘CONNECT’를 기획한 고원석 라인문화재단 디렉터. 진중한 분위기의 미디어·영상 작업과 전시형 공간 연출을 통해 기존 아트페어에서 보기 어려운 큐레이션 중심 특별전을 선보이며 주목받고 있다. 2026.05.2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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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뉴시스]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아트부산 2026’ 특별전 ‘커넥트(CONNECT)’에 참여한 김은주의 ‘그려보다(Toward Drawing): Graphite Ground’ 전시 전경. 연필 선의 반복과 축적을 통해 시간과 노동, 기억의 밀도를 드러낸 대형 드로잉 작업으로 관람객의 시선을 끌고 있다. 2026.05.2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
여기에 올해부터 총괄 기획을 맡은 정선주 디렉터의 연출 감각도 한몫했다. 미디어시티서울 비엔날레와 부산비엔날레 등 동시대 전시 현장에서 경험을 쌓아온 그는 기존 판매 중심 아트페어 문법 대신 ‘전시형 페어’ 분위기를 강화하는 데 집중했다.
정 디렉터는 “작품 감상과 도시 경험, 커뮤니티 프로그램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었다”며 “단순 거래를 넘어 관람객이 오래 머물며 예술을 경험할 수 있는 구조를 고민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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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트부산 2026을 이끈 정선주 총괄 디렉터와 손영희 이사장. 모녀 사이인 두 사람은 올해 아트부산의 전면에 나서 전시형 아트페어로의 변화를 이끌었다. *재판매 및 DB 금지 |
실제로 올해 아트부산은 솔로부스와 특별전, 라운지 공간, 스튜디오 투어, 오프사이트 프로그램 등을 강화하며 단순 판매장이 아닌 하나의 동시대 미술 축제처럼 작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트부산은 키아프(KIAF)와 함께 국내 양대 아트페어로 꼽힌다. 화랑협회가 운영하는 키아프와 달리 민간이 주도해 국제적 아트페어로 성장시킨 사례라는 점에서 한국 미술시장 안에서도 상징성이 크다.
부산에도 마이애미 아트페어 같은 국제 행사를 만들겠다는 포부로 아트부산을 설립해 2012년 첫 행사를 펼친 손영희 이사장은 “처음엔 이렇게까지 커질 줄 몰랐다”며 울컥한 심정을 드러냈다.
그는 “부산이 문화적으로 너무 열악하다는 생각 때문에 시작했다”며 “유럽 산업 박람회를 다니다 보니 결국 도시를 움직이는 힘은 문화와 미술이라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키운다기보다 기여한다는 마음이었다”며 “올해는 작품 거래를 넘어 부산이라는 도시 안에서 예술과 라이프스타일, 교류 경험이 연결되는 플랫폼으로 아트부산을 확장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키아프와 프리즈의 공세 속에서 최근 몇 년간 부산 아트페어의 존재감이 약해졌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올해 아트부산은 15년의 내공으로 새로운 방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행사는 오는 25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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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탕 컨템포러리 아트는 22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BEXCO)에서 열린 ‘아트부산 2026’에 참여하여 작가 아이 웨이웨이(Ai Weiwei)의 레고 기반 신작 ‘Ai Weiwei Quadruplex’(2024) 등을 선보이고 있다. 2026.05.22. [email protect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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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아트부산 2026’ 전시장 전경. 올해 아트부산은 부스 간 간격과 휴게 공간을 대폭 확장해 한층 쾌적한 관람 환경을 조성했다. 특히 리암 길릭(Liam Gillick)의 구조물 작품을 활용한 휴식 공간이 관람객 체류를 유도하며 세련된 분위기를 더했다. 2025.05.2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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