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BTS RM 소장품까지…유영국 ‘산’ 170점, 서울시립미술관 무료 회고전

등록 2026-05-18 15:38:54  |  수정 2026-05-18 17:58:25

서울시립 ‘한국 근대 거장’ 시리즈 첫선

탄생 110주년 맞아 역대 최대 규모

'미공개 ‘푸른 바다’ 첫 공개 눈길

심상추상으로 읽는 유영국 후기 세계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서울시립미술관은 18일 서울 중구 서울시립미술관 본관에서 한국 추상 미술의 선구자 유영국(19162002) 탄생 110주년을 기념하여 유영국미술문화재단과 조선일보사와 함께 회고전 '유영국: 산은 내 안에 있다' 기자간담회를 갖고 작가의 60여 년 화업을 선보이고 있다.  2026.05.1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삼각형의 수행'…산이 이렇게 많을 수 있을까.

서울시립미술관에 들어선 순간, 벽마다 산이 걸려 있다. 붉은 산, 푸른 산, 보라빛 산, 거의 추상으로 무너진 산들까지. 어느 한 점의 명작을 감상한다기보다, 한 화가가 평생 반복해온 색과 리듬 속으로 들어가는 경험에 가깝다.

서울시립미술관이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유영국(1916~2002) 탄생 110주년을 맞아 역대 최대 규모 회고전 ‘유영국: 산은 내 안에 있다’를 18일 서소문본관에서 개막했다.

이번 전시는 유화 115점을 비롯해 드로잉, 부조, 사진, 아카이브 등 총 170여 점으로 구성됐다. 무료 전시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특히 그동안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았던 ‘푸른 바다’ 등 일부 미공개작이 포함돼 유영국 예술 세계의 공백을 메우는 드문 기회가 될 전망이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서울시립미술관은 18일 서울 중구 서울시립미술관 본관에서 한국 추상 미술의 선구자 유영국(19162002) 탄생 110주년을 기념하여 유영국미술문화재단과 조선일보사와 함께 회고전 '유영국: 산은 내 안에 있다' 기자간담회를 갖고 작가의 60여 년 화업을 선보이고 있다. 2026.05.18. [email protected]

associate_pic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 서울시립미술관 '유영국: 산은 내 안에 있다' 전시 전경. 공간 디자이너 양태오씨가 기획했다. 2026.05.1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associate_pic
창처럼 열린 색면 사이로 유영국의 ‘내면의 산’이 펼쳐진 서울시립미술관 전시 전경. © 김영민  2026.05.1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이 새롭게 시작하는 ‘한국 근대 거장’ 시리즈의 첫 프로젝트다. 단순한 연대기 회고전이 아니다. 유영국 예술의 핵심 변곡점인 1964년을 출발점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갔다가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독특한 구조를 택했다.

1964년은 유영국이 49세에 생애 첫 개인전을 연 해다. 신사실파, 모던아트협회, 신상회 등 한국 아방가르드 미술 운동의 중심에 있었던 그는 이 전시를 기점으로 그룹 활동 대신 오직 개인 작업에 몰두하겠다고 선언한다.

김환기가 뉴욕으로, 한묵과 문신이 프랑스로 떠난 시기였지만 유영국은 한국에 남았다. 작업실과 집을 오가는 단순한 일상 속에서 자신만의 추상 언어를 끝까지 밀어붙였다.

associate_pic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유영국 전시 동영상 *재판매 및 DB 금지


전시의 중심에는 ‘산’이 있다. 그러나 유영국의 산은 실제 풍경의 재현이라기보다 자연의 본질과 내면의 리듬을 압축한 심상에 가깝다. 반복되는 삼각형 구조와 선명한 원색의 충돌은 어느 순간 산의 형상을 넘어 색과 리듬의 감각으로 읽힌다.

전시장 입구에는 유영국의 문장이 적혀 있다.

“산은 추상의 빈 그릇일 수도 있다.”

실제로 그의 산은 현실의 풍경이라기보다 마음의 구조에 가깝다. 빨강·파랑·초록·보라 등 강렬한 원색은 서로 충돌하면서도 묘한 균형을 이루고, 단순화된 선과 면은 화면 안에서 긴장과 평온을 동시에 만들어낸다.

associate_pic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 붉은 색으로 시작하는 유영국 전시 입구. 202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유진 유영국미술문화재단 이사장이 18일 서울 중구 서울시립미술관 본관에서 한국 추상 미술의 선구자 유영국(19162002) 탄생 110주년을 기념 회고전 '유영국: 산은 내 안에 있다'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유 이사장은 유영국 작가의 장남이다. 2026.05.18. [email protected]


유영국미술문화재단 유진 이사장은 1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유영국의 산은 실제 풍경이 아니라 자연의 본질과 내면의 운율을 추상 언어로 압축한 결과”라며 “강렬한 원색과 기하학적 구조 안에는 자연의 생명감과 긴장감이 함께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영국이 그린 산은 눈에 보이는 실제 산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에 투영된 산”이라며 “진리는 밖이 아니라 안에서 찾는다는 자기 성찰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정보가 너무 많은 AI 시대에는 무엇이 진실인지 알기 어렵다”며 “이럴 때일수록 자기 내면을 성찰하는 태도가 더욱 중요해지고, 유영국의 내면 탐구는 앞으로 더 빛을 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전시는 유영국의 대표 연작들을 중심으로 산·바다·석양 등 자연을 기하학적 추상과 강렬한 색면으로 풀어낸 작품 세계를 조명한다. 보라·붉은색·파랑·초록 등 원색의 대비와 단순화된 선과 면은 자연의 재현이 아니라 내면의 리듬과 구조를 드러낸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서울시립미술관은 18일 서울 중구 서울시립미술관 본관에서 한국 추상 미술의 선구자 유영국(19162002) 탄생 110주년을 기념하여 유영국미술문화재단과 조선일보사와 함께 회고전 '유영국: 산은 내 안에 있다' 기자간담회를 갖고 작가의 60여 년 화업을 선보이고 있다. 2026.05.18. [email protected]


후기 작업을 새롭게 조명한 점도 특징이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이를 ‘심상(心象) 추상’으로 해석한다. 1980년 이후 유영국의 화면은 초기의 강렬한 기하학적 긴장감에서 점차 평온과 절제의 세계로 이동한다. 자연을 바라보는 산이 아니라, 자연과 자신이 하나가 된 내면의 산에 가까워진다.

유영국의 삶 자체도 한국 근현대사의 시간과 맞닿아 있다. 일제강점기 일본 도쿄 문화학원에서 추상을 공부했고, 해방과 전쟁 이후에는 어선을 타고 양조장을 운영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약 10년의 공백기를 거친 뒤에도 그는 다시 작업실로 돌아와 평생 약 800점의 유화를 남겼다.

시장 평가도 견고하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유영국은 생전에 작품 판매보다 작업 자체에 몰두했던 작가여서 시장에 나오는 작품 수가 많지 않다”며 “최근 국내외 주요 컬렉터와 미술관들의 관심 속에 다시 재조명되고 있다”고 말했다.

associate_pic
방탄소년단 RM이 소정한 유영국의 주황색 산 작품도 이번 전시에 소개된다. *재판매 및 DB 금지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서울시립미술관 '유영국: 산은 내 안에 있다'전시에 (오른쪽)BTS RM의 소장 작품도 공개됐다. 2026.05.18. [email protected]


최근에는 방탄소년단(BTS) RM의 소장작으로 알려진 유영국 작품이 화제를 모으며 젊은 세대 사이에서도 관심이 높아졌다. 해당 작품 역시 이번 전시에 소개된다.

전시는 유영국의 작품 세계를 동시대 감각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도 담았다. 피아니스트 손열음과 방송인 피터 빈트가 오디오 가이드에 참여했다.

프리즈×서울아트위크 기간에는 서울디자인재단과 협업한 ‘서울라이트 DDP’ 프로젝트도 진행된다. 유영국의 색채 세계가 DDP 외벽 미디어 프로젝션으로 구현될 예정이다.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장은 “기술이 창작의 개념을 흔드는 오늘날, 인간의 직관과 회화 행위의 본질적 가치가 무엇인지 성찰하게 하는 전시”라고 말했다.

전시는 사전 예약(yeyak.seoul.go.kr) 및 현장 방문을 통해 무료로 관람 가능하다. 관람객을 위한 100여 종의 감각적인 아트 굿즈와 작가의 고향 울진에서 영감을 받은 특별 음료를 선보이는 팝업 카페도 운영될 예정이다.

전시는 10월 25일까지 열린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서울시립미술관은 18일 서울 중구 서울시립미술관 본관에서 한국 추상 미술의 선구자 유영국(19162002) 탄생 110주년을 기념하여 유영국미술문화재단과 조선일보사와 함께 회고전 '유영국: 산은 내 안에 있다' 기자간담회를 갖고 작가의 60여 년 화업을 선보이고 있다.  2026.05.18. [email protected]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서울시립미술관은 18일 서울 중구 서울시립미술관 본관에서 한국 추상 미술의 선구자 유영국(19162002) 탄생 110주년을 기념하여 유영국미술문화재단과 조선일보사와 함께 회고전 '유영국: 산은 내 안에 있다' 기자간담회를 갖고 작가의 60여 년 화업을 선보이고 있다. 2026.05.18. [email protected]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서울시립미술관은 18일 서울 중구 서울시립미술관 본관에서 한국 추상 미술의 선구자 유영국(19162002) 탄생 110주년을 기념하여 유영국미술문화재단과 조선일보사와 함께 회고전 '유영국: 산은 내 안에 있다' 기자간담회를 갖고 작가의 60여 년 화업을 선보이고 있다.  푸른 바다 작품은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하는 작품이다. 2026.05.18. [email protected]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서울시립미술관은 18일 서울 중구 서울시립미술관 본관에서 한국 추상 미술의 선구자 유영국(19162002) 탄생 110주년을 기념하여 유영국미술문화재단과 조선일보사와 함께 회고전 '유영국: 산은 내 안에 있다' 기자간담회를 갖고 작가의 60여 년 화업을 선보이고 있다. 2026.05.18. [email protected]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서울시립미술관은 18일 서울 중구 서울시립미술관 본관에서 한국 추상 미술의 선구자 유영국(19162002) 탄생 110주년을 기념하여 유영국미술문화재단과 조선일보사와 함께 회고전 '유영국: 산은 내 안에 있다' 기자간담회를 갖고 작가의 60여 년 화업을 선보이고 있다. 2026.05.18. [email protected]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