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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억 투입한 허스트 전시…국립현대미술관은 무엇을 보여주나

등록 2026-03-18 14:50:29  |  수정 2026-03-30 18:54:14

아시아 첫 대규모 개인전…20일 개막

다이아몬드 해골·상어 등 50여 점 총망라

한글 ‘대한민국 사랑해요' 남긴 최신 작업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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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영국 시각미술가 데이미언 허스트(Damien Hirst)가 18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아시아 최초 대규모 개인전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 전시 작품중  자연사 연작중 '살아있는 자의 마음 속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03.1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지난해 연말부터 국립현대미술관을 달군 이름이 서울에 도착했다. 죽음을 진열해온 작가, 데이미언 허스트(61)다.

미술관 최초로 정부 예산 33억 원이 투입된 이번 전시는 관람료를 8000원으로 인상하며 시작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한물 갔다고 말하기엔 여전히 시끄럽다. 논쟁적 작가 데이미언 허스트(62)는 지금 무엇을 팔고 있는가.

국립현대미술관이 내건 전시 제목은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다. 이 문장은 그의 현재를 가장 정확하게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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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18일 국립현대미술관 기자 간담회에 참석한 데이미언 허스트가 질의 응답없이 포토타임을 갖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재판매 및 DB 금지


18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데이미언 허스트 개인전 기자간담회는 그의 작품처럼 화려하지만 허무하게 끝났다.

그의 이름값에 몰린 100여 명의 취재진은 포토타임만 지켜봐야 했다. 이날 허스트는 질문을 받지 않겠다며 약 3분간 인사말을 한 뒤 5분간 촬영을 진행하고 자리를 떠났다. 미술관 측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미국으로 급히 출국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허스트는 짧게 말했다. “작품 자체에 메시지가 담겨 있다.” 설명 대신 전시장에 놓인 작품과 노트를 보라고 했다.

영국에서 방한한 그는 짧은 일정 속에서도 ‘현대미술계 악동’다운 행보를 보였다. 별다른 발언 대신, 강한 인상을 남기는 장면으로 존재를 각인시켰다.

급히 간담회장을 빠져나온 그는 작품 앞에서 몸을 던졌다. 혀를 내밀고, 바닥에 눕고, 기괴한 표정을 지었다. 예상치 못한 행동에 사진기자들은 얼떨떨한 얼굴로 셔터를 눌렀다고 한다. 그는 그렇게, 하나의 퍼포먼스를 남긴 채 한국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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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영국 시각미술가 데이미언 허스트(Damien Hirst)가 18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아시아 최초 대규모 개인전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에 선보인 작품 '신화'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03.18.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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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영국 시각미술가 데이미언 허스트(Damien Hirst)가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성희 관장에게 기대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03.18. [email protected]


허스트의 책을 출간하며 개인적 인연 속에서 이번 전시를 적극 추진한 김성희 관장은 그를 “현대미술사에서 지워질 수 없는 이름”이라 규정했다.

영국 ‘YBA(Young British Artists)’의 중심 인물이자 죽음과 욕망을 다뤄온 작가라는 설명과 함께, 이번 전시가 회고전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40년에 걸친 작업 세계를 총체적으로 조망하는 아시아 최초 대규모 개인전”이라는 점도 덧붙였다.

허스트는 이미 미술사에 등록된 작가다. 1988년 ‘프리즈’ 전시를 통해 YBA의 흐름을 이끌며 등장했고, 포름알데히드 속 상어와 다이아몬드 해골로 ‘죽음’을 하나의 이미지로 구축했다. 그 충격은 곧 브랜드가 됐다.

문제는 작품이 아니라 시점이다. 이미 세계 곳곳에서 반복 소비된 이미지들이 뒤늦게 서울에 도착했다는 인식이 따라붙는다. 한때 미술계를 뒤흔들었던 그의 작업이 이제는 ‘신선함’보다 ‘익숙함’으로 읽힌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이번 전시는 허스트의 대표작을 집약적으로 선보인다. 상어와 동물 사체를 활용한 ‘내추럴 히스토리’, 다이아몬드 해골 ‘신의 사랑을 위하여’, 약과 의학을 모티프로 한 ‘메디슨 캐비닛’ 시리즈 등 50여 점이 소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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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영국 시각미술가 데이미언 허스트(Damien Hirst)의 아시아 최초 대규모 개인전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에 출품된 작품. 자연사 연작 중 하나인 ‘살아있는 자의 마음 속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 2026.03.18. [email protected]


전시는 익숙한 그의 이미지를 충실히 재현한다. 그러나 이 작품들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충격은 반복되며 스타일이 됐고, 이미지는 소비 가능한 기호로 자리 잡았다.

전시장에는 수족관 속 상어, 파리가 날아앉는 잘린 소머리, 다이아몬드 해골, 형형색색 알약과 점화 시리즈 등 대표작 50여 점이 소개된다. 하나의 브랜드처럼 굳어진 작업들은 죽음, 신념, 과학, 자본을 둘러싼 인간의 욕망과 믿음을 드러낸다. 그러나 이 설명은 이제 하나의 관용구처럼 반복된다.

또 실제 운영됐던 레스토랑 ‘약국’을 옮긴 공간과 런던 작업실을 재현한 스튜디오도 함께 구성돼, 미완의 회화와 작업 도구까지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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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영국 시각미술가 데이미언 허스트(Damien Hirst)가 18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아시아 최초 대규모 개인전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에 출품한 ‘신의 사랑을 위하여’. 백금 두개골에 8,601개의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작품이다. 2026.03.18. [email protected]



상어와 다이아몬드 해골은 미국 뉴욕 컬렉터로부터 대여된 작품이다. 1991년 초기작인 상어는 빛바랜 부패의 흔적을 그대로 드러낸다. 푸른 포름알데히드도 끝내 봉인하지 못한 죽음의 형상이다.

반면 다이아몬드 해골은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실제 치아를 남긴 두개골 위에 수천 개의 다이아몬드를 뒤덮은 작품은 여전히 찬란한 허무를 발산한다. ‘신의 사랑을 위하여’(2007)는 8601개의 다이아몬드로 장식된 작품으로, 약 1000억 원에 거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비 날개로 구성된 푸른빛 삼면화도 눈길을 끈다.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를 연상시키는 이 작업은 잔인함과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이미지를 만들어내며, 관람객의 시선을 붙든다.

전시장 내부에는 1998년 런던에서 운영됐던 레스토랑 ‘약국’을 재현한 공간도 마련됐다. 실제 약국으로 오해될 만큼 정교하게 구성된 이 프로젝트는 의학에 대한 신뢰가 어떻게 시각적 체계로 구축되는지를 보여준다.

마지막 섹션에서는 런던 작업실이 그대로 옮겨졌다. 미완의 회화와 작업 도구가 뒤섞인 공간은 작가가 여전히 ‘현재 진행형’임을 드러낸다. 그는 최근 분홍색 벚꽃 시리즈를 통해 회화에 몰두하고 있다.

이번 전시를 직접 연출한 그는 이 공간의 거울 위에 한글로 “대한민국 사랑해요”라는 문구를 남겼다. 어쩌면 이것이 그의 가장 최근 작업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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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영국 시각미술가 데이미언 허스트(Damien Hirst)가 18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개인전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에 선보인 ‘신의 사랑을 위하여’(앞)와 ‘신의 무한한 권능과 영광을 묵상하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03.18.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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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영국 시각미술가 데이미언 허스트(Damien Hirst)가 18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개인전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 전시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03.18. [email protected]


허스트는 1965년 영국 브리스톨에서 태어나 리즈에서 성장했다. 골드스미스 대학교 재학 시절인 1988년 직접 기획한 전시 ‘프리즈’를 통해 주목받았다. 낡은 부두 창고를 전시장으로 활용하고, 작가들이 공간을 직접 연출하며 기업 후원을 이끌어낸 이 전시는 이후 YBA의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그는 곧 강렬한 작업으로 이름을 각인시켰다. 죽은 소의 머리와 파리 유충을 이용한 ‘천년’(1990), 포름알데히드 속 상어를 통해 죽음을 시각화한 ‘살아있는 자의 마음 속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1991)은 현대미술계에 강한 충격을 남겼다.

허스트의 관심은 죽음 자체보다, 죽음을 둘러싼 인간의 태도와 믿음에 있다. 인간은 죽음을 두려워하면서도 영생을 꿈꾸고, 종교와 과학, 의학과 자본에 의지한다. 그는 이러한 믿음의 구조를 드러내며, 우리가 절대적이라 여겨온 가치들이 서로 닮아 있음을 질문해왔다. 이 지점이 허스트를 하나의 브랜드로 만든 철학적 위치다.

허스트는 창작에 머물지 않고 유통과 전시 시스템에도 개입해왔다. 작가가 경매사와 직접 거래한 사례, 레스토랑 ‘약국’ 운영, ‘뉴포트 스트리트 갤러리’ 설립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행보는 미술 생태계의 구조를 실험한 시도로 평가되는 동시에, 그를 ‘장사꾼’으로 바라보는 시선 또한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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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영국 시각미술가 데이미언 허스트(Damien Hirst)의 개인전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에 출품된 작품 ‘더 섹스 피스톨즈(The Sex Pistols)’. 2026.03.18.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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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18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영국 시각미술가 데이미언 허스트(Damien Hirst) 개인전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에 선보인 잘린 소머리 설치 작품 ‘천 년’. 2026.03.18.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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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영국 시각미술가 데이미언 허스트(Damien Hirst)의 개인전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에 재현된 ‘약국’ 공간. 2026.03.18. [email protected]


허스트의 대표작을 한자리에 모은 블록버스터급 전시지만, 미리 공개된 구성은 새로운 제안이라기보다 기존 ‘허스트 브랜드’를 재배치한 방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작품 대부분이 글로벌 미술관과 미디어를 통해 반복적으로 노출된 대표작이기 때문이다.

특히 허스트가 10년의 공백을 깨고 2017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화제를 모은 ‘믿을 수 없는 난파선에서 건진 보물’ 등 최근 주요 작업은 이번 전시에서 제외됐다. 미술관은 “전시의 결이 맞지 않아 포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술관에 따르면 이번 전시는 약 5년 전부터 추진됐다. 이전과 달리 작가 측의 적극적인 협조로 작품 선정이 비교적 수월했으며, K-콘텐츠 확산과 함께 달라진 한국의 위상을 체감했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지금 왜 허스트인가.
미술관은 “이미 미술사의 아이콘이 된 작가를 조망하는 것이 공공적 역할”이라며 “지금이 가장 적절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미 평가가 축적된 대표작 중심의 전시가 동시대적 문제의식보다는 기존 명성을 재확인하는 데 머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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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영국 시각미술가 데이미언 허스트(Damien Hirst)가 18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개인전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 전시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03.18. [email protected]


논쟁 속에서도 이번 전시는 대중적 관심 속에 흥행이 예상된다. 지난해 ‘론 뮤익’ 전시(58만 명)에 이어 데이미언 허스트라는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운 기획이라는 점에서다.

유행은 돌고 돈다. 20년 전 국내 미술관이 샤갈, 피카소 등 해외 명작전을 선보였다면, 최근에는 동시대 글로벌 작가 전시가 이어지고 있다. 해외에 나가지 않고도 서울에서도 세계적 거장의 작품을 경험할 수 있다는 논리는 여전히 유효하다.

미술관은 ‘원본 경험’의 가치를 강조한다. 학예사는 “이미지로 소비된 작품이라도 실물을 직접 마주하는 경험은 다르다”고 말했다. 허스트의 작업이 예술과 자본, 진실과 허구의 경계를 다뤄온 만큼, 이를 몸으로 체감하는 전시라는 설명이다.

“모든 질문에는 의심이 따른다”는 허스트의 말처럼, 이번 전시를 둘러싼 논의 역시 이어질 전망이다. 공공 미술관의 역할과 전시 기획 방향이 그 중심에 놓인다.

흥행과 담론 사이, 국립현대미술관이 어떤 균형을 선택할 것인지는 여전히 남아 있는 질문이다.

전시는 6월 28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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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영국 시각미술가 데이미언 허스트(Damien Hirst)가 18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개인전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에 재현된 작업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03.18. [email protected]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