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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피도(虎皮圖), 19세기, 종이에 수묵, 222 × 435 cm. 갤러리현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설 연휴는 이동과 만남의 시간이다.
북적이는 명절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싶다면, 전통의 상징에서 몸의 실험, 도시의 문법, 지움의 시간, 풍경의 시선까지 사유를 확장하는 전시 다섯 편이 기다린다.
예술은 감상자가 완성한다. 부담 없이 들러도 좋은 무료 전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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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갤러리현대, '장엄과 창의 한국 민화의 변주' 전시 전경. 사진= 갤러리현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갤러리현대 '장엄과 창의'민화전(28일까지)
조선 민화와 궁중화의 미적 가치를 조명하는 전시가 열린다. 갤러리현대는 본관에서 ‘장엄과 창의: 한국 민화의 변주’를, 신관·두가헌 갤러리에서 ‘화이도(畫以道)’를 동시에 개최한다.
민화는 오늘날에도 대중문화 속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캐릭터 디자인에서 주목받은 ‘까치호랑이’ 모티프 역시 조선 민화에서 비롯된 도상으로, 민화가 지닌 독창성과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언급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털 한 올 한 올을 세밀하게 묘사한 ‘호피도’, 두 마리 용이 여의주를 사이에 두고 노니는 ‘쌍룡희주도(雙龍戱珠圖)’ 등, 사악한 기운과 재앙을 물리치는 벽사(辟邪)의 의미를 담은 궁중 회화의 장엄함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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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용 달팽이 걸음. 페이스갤러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페이스 갤러리 이건용 ‘사유하는 몸’(3월 28일까지)
한국 실험미술의 선구자 이건용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아방가르드 그룹 ST(Space and Time)의 창립 멤버로 활동한 그는 1970년대 단색화 중심의 미술계에서 신체를 매개로 한 전위적 실험을 전개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50주년을 맞은 '바디스케이프(Body Scape)'와 '달팽이 걸음' 연작을 비롯해 초기 퍼포먼스 영상과 사진, 작업 노트 등 아카이브 자료가 함께 소개된다. 반세기 동안 이어진 작가의 실천을 통해 ‘몸’이 사유의 도구이자 매체가 되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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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i Byung-so Untitled 0221101, 2022 Ballpoint pen and pencil on magazine, 23.5 x 18.5 x 1 cm, Framed : 38.5 x 33 x 3.5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재판매 및 DB 금지 |
◆페로탕 서울 최병소 ‘Untitled’(3월 7일까지)
지난해 9월 별세한 최병소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신문지와 잡지에 인쇄된 텍스트와 이미지를 볼펜과 연필로 반복해 지워나가는 수행적 행위로, 그는 ‘검은 볼펜 그림’이라 불리는 독자적인 작업 세계를 구축해왔다.
이번 전시는 작가 생애 마지막 10여 년간의 작업을 집중 조망한다. 종이 위에 축적된 시간과 노동의 흔적은 ‘지움’이 단순한 소거가 아니라, 또 다른 생성의 방식임을 보여준다. 비워낸 자리에 남는 것은 공백이 아니라, 응축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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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stallation view of Bek Hyunjin_ Seoul Syntax *재판매 및 DB 금지 |
◆ PKM+갤러리 백현진 ‘Seoul Syntax’ (3월 21일까지)
음악가이자 배우, 화가로 활동해온 아티스트 백현진이 서울을 주제로 한 신작을 선보인다. 장지 페인팅과 드로잉, 비디오 작업을 통해 그가 나고 자란 서울, 도시의 흔적과 감각을 풀어낸다.
이번 전시에서 화면은 이전보다 한결 헐렁해졌다. 빼곡히 채우기보다 여백을 두고, 밀어붙이기보다 스며들었다. 서울 토박이로서 ‘서울을 그리는 화가’가 아니라, ‘서울을 살아낸 화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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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ologna, Studio of Giorgio Morandi series, 1989-1990, C-print, 19.5×24.2cm, © Heirs of Luigi Ghirri *재판매 및 DB 금지 |
◆뮤지엄한미 삼청 루이지 기리 개인전(3월 15일까지)
이탈리아 컬러 사진의 선구자 루이지 기리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도쿄도사진미술관 기획전을 바탕으로 재구성된 이번 전시는 한국–이탈리아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마련됐다.
은은한 파스텔 톤의 색채와 고요한 거리 풍경, 여백이 강조된 구성은 일상의 장면을 낯설게 환기한다. 기리는 현실과 이미지 사이의 경계를 탐색하며, 우리가 풍경을 바라보는 방식을 되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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