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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대로 글로벌 화랑 새해 첫 전시…화이트큐브 이성자· 페로탕 최병소

등록 2026-01-20 15: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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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큐브 서울, Etel Adnan, Seundja Rhee 'To meet the sun', White Cube Seoul 21 January – 7 March 2026 © ADAGP, Paris and DACS, London 2025, © the artist. Photo © White Cube (Jeon Byung Cheol).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영국과 프랑스를 대표하는 세계적 화랑 화이트 큐브 서울과 페로탕 서울이 나란히 새해 첫 전시로 한국 작가를 전면에 내세웠다.

화이트 큐브 서울은 재불 1세대 추상화가 이성자(1918~2009)를 축으로 한 2인전을, 페로탕 서울은 지난해 작고한 작가 최병소(1943∼2025)의 개인전을 동시에 선보인다. 한쪽은 우주를 향한 추상의 언어이고, 다른 한쪽은 언어를 지워 침묵으로 들어가는 저항이다. 강남 도산대로에 위치한 이웃 화랑인 두 공간은 국내에서는 드문 밀도의 전시와 세련된 기획으로 전시를 ‘보는 맛’을 제대로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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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l Adnan, Seundja Rhee - 'To meet the sun', White Cube Seoul . *재판매 및 DB 금지


◆ 화이트 큐브 서울, 에텔 아드난–이성자 2인전
화이트 큐브 서울은 2026년 첫 전시로 레바논 출신 작가 에텔 아드난과 이성자의 2인전 ‘태양을 만나다(To meet the sun)’를 개최한다. 에텔 아드난의 작품이 한국에서 처음 소개되는 자리이기도 하다. 전시는 1월 21일부터 3월 7일까지 열린다.

전시 제목은 아드난이 1968년 발표한 동명의 시에서 가져왔다. 인류 최초의 우주비행사를 기리는 이 시는, 오랜 시간 우주적 세계관을 회화로 확장해온 이성자의 작업과 긴밀하게 공명한다. 이번 전시는 회화, 태피스트리, 판화를 중심으로 이주와 망명, 단절의 경험 속에서 형성된 두 작가의 예술 언어를 하나의 대화로 엮는다.

아드난은 태양과 달, 타말파이스 산의 실루엣을 반복적으로 호출하며 빛과 풍경을 색면으로 응축해왔다. 이성자는 지구와 행성계를 연상시키는 기하학적 구조를 통해 대지에서 우주로 확장되는 질서를 구축했다.

화이트 큐브의 글로벌 아트 디렉터 수잔 메이는 “에텔 아드난은 10년 넘게 화이트 큐브와 함께해 온 작가로, 서울에서 작품을 소개하는 시점에 한국 작가와 함께 선보이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 과정에서 양진희 디렉터의 제안으로 이성자 작가를 알게 됐고, 두 작가의 작업과 삶이 놀라울 만큼 잘 어울린다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이어 “두 작가는 작품뿐 아니라 이주와 단절, 사유의 방식 등 삶의 궤적에서도 많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면서도 “단순히 닮았다는 이유로 2인전을 기획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성자라는 중요한 한국 작가와 에텔 아드난이라는 글로벌 작가를 함께 놓고, 두 작업이 만들어내는 대화를 서울에서 시도해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2023년 강남 도산대로 호림아트센터 1층에 개관한 화이트 큐브 서울은 영국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갤러리 화이트 큐브의 아시아 두 번째 전시 공간이다. 런던, 홍콩, 파리, 뉴욕, 웨스트 팜비치 등을 잇는 국제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해외 작가와 한국 작가의 작업을 하나의 장으로 병치하는 전시 전략을 지속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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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로탕 최병소 개인전. Untitled 0221206, 2022, Ballpoint pen and pencil on newspaper, 55 × 40 × 1 cm, Framed: 75.5 × 61 ×3.5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Untitled 0221101, 2022, Ballpoint pen and pencil on magazine, 23.5 × 18.5 × 1 cm, Framed: 38.5 × 33 × 3.5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재판매 및 DB 금지


◆ 페로탕 서울, 최병소 개인전 ‘Untitled’
페로탕 서울은 2026년 첫 전시로 '검은 연필그림' 작가 최병소의 개인전 ‘Untitled’를 연다. 지난해 9월 작가가 별세한 이후 처음 열리는 개인전으로, 20일부터 3월 7일까지 이어진다.

페로탕 서울은 작가 생애 마지막 10여 년간의 작업을 집중적으로 조망하는 이번 전시가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최병소의 작업이 지닌 의미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병소의 이른바 ‘검은 신문’ 연작은 방탄소년단의 RM과 배우 유아인 등의 수집 목록에 포함되며 대중적 주목을 받기도 했다. 매스미디어와 언어의 구조를 해체하는 그의 작업은 동시대적 문제의식과 맞물리며 국제 무대에서 의미 있는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최병소의 작업은 신문지와 잡지에 인쇄된 텍스트와 이미지를 볼펜과 연필로 반복적으로 덮고 지우는 수행적 행위를 통해 언어와 이미지가 지닌 정보성과 권력을 해체해왔다. 이 과정에서 종이는 단순한 지지체를 넘어 시간과 노동이 축적된 물질로 변모한다.

‘TIME’, ‘LIFE’와 같은 잡지의 제목을 의도적으로 남겨두는 선택은 미디어 언어에 대한 그의 특유의 유머이자 비판이다. 모든 것이 과잉으로 치닫는 현재, 그의 작업은 무절제의 지배에 대한 단호한 거부로 다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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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i Byung-so, Untitled 0231211, 2023, Ballpoint pen and pencil on newspaper, 120 × 80 × 1 cm, Framed: 136 × 98.5 × 4.5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오른쪽)Choi Byung-so, Untitled 0241029, 2024, Ballpoint pen on paper, 120 × 80 × 1 cm, Framed: 136.3 × 98 × 4.5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재판매 및 DB 금지


프랑스계 화랑 페로탕은 2016년 서울에 진출한 ‘외국 화랑 1호’이자 ‘친한파 갤러리’로 불린다. 파리, 홍콩, 뉴욕, 서울, 도쿄, 상하이, 두바이 등 7개 도시에 분점을 둔 페로탕은 프리즈 아트페어가 상륙한 이후 서울 시장에 전략적으로 공을 들여왔다. 강북 삼청동에 이어 2022년 강남 도산공원과 호림박물관 사이에 ‘페로탕 도산파크’를 개관하며 주목을 받았으며, 이후 삼청동 공간은 폐관했다. 한국 작가로는 박서보, 정창섭, 이배 등을 전속 작가로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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