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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답이 아닌 질문의 힘…'쫌 이상한 미술 시간'

등록 2026-01-05 16: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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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책 속에서 특히 인상적인 대목은 ‘예술’이라는 한자를 풀이하는 장면이다. ‘풀과 둥근 언덕, 그리고 기운. 지구에 생명을 움트게 하는 힘이 곧 예술’이라는 해석은, 예술을 기술이나 재능 이전에 에너지와 생기로 이해하게 만든다. 예술을 대하는 태도가 평가나 성취가 아니라, 살아 있는 감각의 문제임을 환기하는 대목이다.

이어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걸어가는 사람'을 직접 본 경험을 풀어낸 장면에서는, 작품 감상이 사진이나 교과서 속 지식이 아니라 몸으로 만나는 경험임을 설득력 있게 전한다. 거대하지만 연약한 조각 앞에서 느낀 압도감과 존재의 감각은, 미술이 관념이 아니라 감각의 사건임을 또렷하게 보여준다.

이 책 '쫌 이상한 미술 시간'(창비)이 펼쳐 보이는 풍경은 그래서 조용한 감상이 아니라, 교실 한가운데서 튀어나온 질문들과 그 질문을 둘러싼 대화다.

“작가가 직접 만들지 않아도 미술 작품일 수 있나요?”,
“미술 기법도 특허를 낼 수 있나요?”
엉뚱해 보이지만 본질을 찌르는 질문들은 미술을 ‘정답 맞히기 과목’이 아니라 사유의 연습장으로 끌어당긴다.

책은 Q&A 형식을 취한 청소년 교양서이지만, 질문에 답하는 방식은 단순한 설명에 머물지 않는다. 실제 작품 사례와 비하인드 스토리, 미술 제도와 시장, 미술관의 역할까지 자연스럽게 연결하며 미술을 삶의 언어로 확장한다. 미술을 좋아하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막막했던 독자라면, ‘궁금했지만 묻기 애매했던 질문들’을 따라가며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특히 미술 관련 진로를 고민하는 청소년에게 이 책은 유용한 길잡이다. 미술은 타고난 재능이 있어야 한다는 통념, 학원 중심 교육에 대한 불안, 미술과 연결된 직업 세계에 대한 막연함을 하나씩 풀어내며 ‘미술로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은 하나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건넨다.

결국 이 책이 말하고 싶은 것은 단순하다. 미술은 잘 그리는 사람의 것이 아니라, 잘 질문하는 사람의 것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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