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새해 미술 서비스업 ‘신고제’ 시행…투명성 기대·시장 위축 우려

등록 2025-12-31 17:07:03  |  수정 2025-12-31 17:22:43

[2026년 달라지는 것] 미술시장, 본격 제도권 편입

7월부터 신고제 시행…위반 시 영업정지·과태료

2027년 7월 도입 앞둔 미술품 추급권, 논쟁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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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뉴시스] 김종택 기자 = 26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5 화랑미술제 in 수원'을 찾은 관람객들이 전시된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가나아트, 학고재 등 협회 소속 국내 104개 갤러리가 참여한 이번 전시회는 약 600여 명의 작가들이 작품을 출품했다. 2025.06.2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2026년부터 국내 미술시장이 본격적으로 제도권 안으로 편입된다.

그간 별도의 자격 요건 없이 자유업으로 운영되던 미술 유통 분야가 ‘미술진흥법’ 시행에 따라 신고제와 권리 제도를 도입하며 관리 체계로 들어가는 것이다. 다만 미술계에서는 제도의 실효성과 시장 위축 가능성을 두고 엇갈린 반응이 나온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26년 7월 26일부터 화랑업, 미술품 경매업, 미술품 자문업, 미술품 대여·판매업, 미술품 감정업, 미술 전시업 등 미술 서비스업 6개 업종을 대상으로 신고제를 시행한다. 해당 업종을 운영하거나 새로 시작하려는 사업자는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관련 사항을 신고해야 하며, 위반 시 영업정지나 과태료 부과 등 행정 처분이 가능해진다.

정부는 이번 제도 도입의 취지로 미술시장 투명성 제고와 체계적인 산업 지원 기반 구축을 내세운다. 그동안 미술 유통업은 자유업종으로 분류돼 정확한 시장 규모 파악과 정책 설계에 한계가 있었던 만큼, 신고제를 통해 거래 구조와 산업 현황을 정밀하게 파악하겠다는 계획이다. 위작 논란이나 불투명한 거래 관행을 개선하고 소비자 보호를 강화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그러나 현장의 반응은 신중하다. 제도 시행까지 예령(유예) 기간이 있어 당장의 충격은 크지 않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특히 화랑업 신고제가 영업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작품의 작가, 제작연도, 거래 가격 등 주요 정보가 행정 신고 대상이 될 경우, 영업 정보 노출과 컬렉터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다. 프라이빗 세일 비중이 높은 국내 미술 거래 관행과 맞지 않는 제도라는 주장도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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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화랑미술제 전시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논쟁의 중심에는 2027년 7월 도입 예정인 미술품 재판매보상청구권(추급권) 이 있다.

추급권은 미술품이 최초 판매 이후 재판매될 경우, 작가가 재판매 금액의 일부를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작가 권익 보호를 목적으로 유럽연합(EU)과 영국 등에서 이미 도입돼 있다.

다만 해외에서도 추급권은 강제성이 낮고, 일정 금액 이하 거래나 단기 재판매에 대해서는 예외를 두는 등 유연하게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시장 성숙도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의무화할 경우 거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국내 미술계 역시 같은 우려를 제기한다. 개인 컬렉터 비중이 높은 한국 미술시장 구조상, 로열티 부담이 신진 작가 작품 거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거래 내역 신고 과정에서 컬렉터의 익명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화랑협회는 “미술품 거래는 프라이빗 세일 비중이 높은데, 거래 세부 내용을 지자체에 신고하는 구조는 영업 정보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며 “추급권과 신고제가 충분한 보완 없이 시행될 경우 미술 거래가 위축되거나 음성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규제 중심 접근 대신 시장 구조 자체를 키우는 방향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개인 컬렉터 중심의 수요 구조에서 벗어나 기업의 미술품 구매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기업은 거래 공개에 대한 부담이 적고, 미술품을 브랜드 이미지 제고나 공간 전략의 일부로 활용할 수 있어 안정적인 수요층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세제 개편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따른다. 현재 국내 기업이 미술품을 구매할 경우 손금(비용)으로 인정되는 한도는 1000만원으로, 시장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미술진흥법 시행을 앞두고 시장은 아직 관망 국면에 있다. 규제가 투명성을 높이는 출발점이 될지, 아니면 시장의 활력을 제약하는 장벽이 될지는 제도 설계의 세부 내용과 단계적 적용 여부에 달려 있다는 평가다.

법령의 구체적인 내용은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의 '미술진흥법' 항목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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