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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시, 성탄 앞두고 런던에 새 벽화 공개…노숙 아동 현실 환기

등록 2025-12-23 16:23:57  |  수정 2025-12-23 16:3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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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AP/뉴시스] 22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코트 로드 역 인근 센터포인트 빌딩 주변에서 행인들이 두 아이가 누워 하늘을 가리키는 모습을 그린 그라피티를 촬영하고 있다. ‘얼굴 없는 작가’로 알려진 뱅크시는 런던 서부 베이워터의 한 건물 외벽에 등장한 이와 동일한 이미지의 그라피티가 자신의 최신 작품이라고 확인했으나, 센터포인트 빌딩 인근의 이 벽화가 본인의 작품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2025.12.23.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성탄을 앞둔 런던의 거리에서, 땅에 누운 아이의 모습이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있다.

‘얼굴 없는 거리 예술가’로 유명한 뱅크시는 런던 도심에 새 벽화를 공개하며, 노숙 아동의 현실을 다시 한 번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22일 외신에 따르면 뱅크시는 최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서부 런던 베이즈워터(Bayswater) 지역 퀸스 뮤스(Queen’s Mews)의 조용한 골목에 그려진 작품을 공개하며 본인 작업임을 확인했다.

주택가 차고 위 벽면에 등장한 이 벽화에는 장화를 신고 두꺼운 겨울옷을 입은 두 아이가 땅에 누운 채 밤하늘을 바라보는 모습이 담겼다. 화려한 장식이나 직접적인 문구 없이 아이들이 누운 자세와 시선만으로, 거리에서 밤을 보내는 아이들의 현실을 은유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영국 현지에서는 런던에서 임시 거처에 머무는 노숙 아동이 약 10만2000명에 이른다는 점에서, 이번 이미지가 현재의 주거 위기를 직접적으로 환기한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같은 모티프의 벽화는 런던 중심부 센터포인트 타워 인근 콘크리트 구조물에서도 발견됐다. 뱅크시는 해당 작품에 대해서는 자신의 작업임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두 이미지의 구성이 거의 동일해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연작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작품이 등장한 장소가 갖는 역사적 맥락이 주목된다.

센터포인트 타워는 1963년부터 1966년 사이 사무용 건물로 지어졌으나, 완공 이후 약 10년 가까이 비어 있던 브루탈리즘 양식의 건물이다. 1969년에는 노숙 청소년과 중독 문제를 돕던 성공회 사회운동가 켄 리치(Ken Leech) 목사가 인근 세인트 앤 교회 지하 공간을 임시 보호소로 개방하며, 이 시설에 ‘센터포인트’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는 당시 공실 상태였던 타워를 “노숙자에 대한 모욕”으로 여겼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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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AP/뉴시스] 22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의 베이워터에서 두 아이가 누워 하늘을 가리키는 모습을 그린 그라피티를 배경으로 한 여성이 셀카를 찍고 있다. '얼굴 없는 작가'로 알려진 뱅크시는 인스타그램에 이 그림을 공개하며 이 벽화가 자신의 최신 작품이라고 확인했다. 최근 센터포인트 빌딩 바깥쪽 벽면에도 유사한 그라피티가 발견됐으나 뱅크시는 이것이 본인의 작품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25.12.23.


이 보호소는 이후 영국을 대표하는 노숙 청소년 지원 단체로 성장했다. 1974년에는 경기 침체와 주택난이 겹치던 시기, 런던 시민 약 100명이 방치된 센터포인트 타워를 점거하며 도시 전반의 홈리스 문제에 항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주거 불안과 식량 접근성 문제는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최근 발표된 조사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잉글랜드에서만 약 30만 가구가 심각한 홈리스 위기에 직면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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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AP/뉴시스] 8일(현지 시간) 공개된 촬영 날짜 미상의 사진에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의 로열코트 오브 저스티스 건물에 뱅크시의 새 벽화가 그려져 있다. 작품에는 판사가 판결봉으로 시위자를 내리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이 건물은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고등법원과 항소법원이 들어선 주요 법원 건물로 알려져 있다. 2025.09.09.


반전과 빈곤, 사회적 불평등을 지속적으로 다뤄온 뱅크시는 동시대의 정치·사회적 사건을 거리 예술로 즉각 반영해 왔다. 올해 9월에는 런던 왕립 사법재판소 인근에 판사가 망치로 시위자를 내리치는 장면을 그린 벽화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는 팔레스타인 연대 단체를 테러 조직으로 지정한 정부 조치에 항의하는 시위 과정에서 900명 이상이 체포된 직후 공개된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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