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아드리안 비야르 로하스, 쥐라 산맥에 대규모 신작 공개

등록 2025-11-28 15:17:50

스위스 오데마 피게·애스펀 미술관 프로젝트

아트선재센터서 개인전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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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리안 비야르 로하스(Adrián Villar Rojas)가 스위스 쥐라(Jura) 산맥에 공개한 신작 ‘무제(Untitled, From the Series The Language of the Enemy)’.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최근 아트선재센터 전시로 한국 관객의 주목을 받은 아드리안 비야르 로하스(Adrián Villar Rojas)가 스위스 쥐라(Jura) 산맥에서 대규모 신작 ‘무제(Untitled, From the Series The Language of the Enemy)’를 최초 공개했다.

스위스 고급 시계 브랜드 오데마 피게(Audemars Piguet)가 애스펀 미술관(Aspen Art Museum)과 함께 진행하는 현대미술 프로그램 ‘Audemars Piguet Contemporary’의 공동 위촉 프로젝트로 제작됐다.

이번 신작은 언어·예술·의식 같은 상징적 행위의 기원을 ‘특정 종(種)의 승리’가 아닌 인류 전체의 공유 유산으로 다시 바라보게 하는 거대한 조각 설치다. 2026년 여름 애스펀 미술관에서 열릴 그의 개인전의 핵심 작품으로 자리하며, 장소 특정적 신작들과 함께 전시된다.

◆트리케라톱스 두개골 속에서 피어난 ‘레스퓌그의 비너스’
신작 ‘무제’는 실물 크기의 트리케라톱스 두개골을 형상화한 조각으로, 내부에는 선사시대 조형물인 레스퓌그의 비너스(Venus of Lespugue)가 마치 화석 내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된 듯한 모습으로 드러난다.

자연과 문화, 종과 상징의 경계를 함께 흔들며, 예술·언어·기억의 기원을 묻는 상징적 혼종체로 기능한다.

작품은 디지털 모델링과 물질 조각의 정교한 결합으로 제작됐다. 청동 표면의 균열과 광물 질감, 지질층 같은 표면은 모두 컴퓨터 기반 설계를 통해 구성되었으며 “기술 역시 스스로 진화하는 물질의 또 다른 상상력”이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쥐라(Jura)’ 지층과 공명하는 조각…발레 드 주에 울리는 시간의 공명
작품이 설치된 발레 드 주(Vallée de Joux)는 쥐라기의 기원이 된 화석이 발견되는 지질지대로, 오데마 피게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조각의 디지털-지질적 표면은 이 지역의 석회암 지층, 퇴적물, 화석이 만들어낸 수억 년의 시간성과 겹격을 이루며, 인간의 창조행위가 자연의 진화와 어떤 리듬을 공유해왔는지 반추하게 한다.

애스펀에서는 빙하의 시간과 중첩된 산악지대 속에서 작품이 새로운 의미를 획득하며, “우리가 어떻게 사라질 것인가, 그리고 어떤 흔적이 남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관객에게 던질 예정이다.

비야르 로하스는 이번 프로젝트에 대해 “‘적군’은 우리가 언어 안에서 만들고 재생산하는 존재이다. 우리가 이름 붙이고 구분하며, 갈등의 기억을 지속하게 하는 체계가 바로 언어다. 내가 사용하는 스페인어 역시, 한때 내가 태어난 땅을 정복했던 ‘적군의 언어’"라고 전했다.

애스펀 미술관 총괄 큐레이터 클로드 아질(Claude Adjil)은 “비야르 로하스는 우리가 세계를 이해하는 상징체계를 교란하고, 기생체처럼 침투하는 새로운 논리를 제시한다”며 “그의 작업은 우리가 공유하는 세계의 엔트로피와 소멸 가능성을 탐구하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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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선재센터사 선보인 '아드리안 비야르 로하스: 적군의 언어'. *재판매 및 DB 금지


1980년 아르헨티나 출생의 비야르 로하스는 베니스 비엔날레 베네세상, 샤르자 비엔날레 상 등 주요 상을 수상한 작가다.그의 작업은 고인류학, 유전학, 가설적 역사 등 학제 간 연구를 기반으로, 상상력과 과학, 예술의 경계를 확장해왔다. 지난 9월 아트선재센터 개관 30주년 프로젝트로 열려 화제의 전시가 된 비야르 로하스 개인전은 2026년 2월 1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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