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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stallation view of ''Befriending the Mountains'', 2025, Photo by Sangtae Kim ⓒ Fondation d'entreprise Herms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서울 도산공원 한복판에 또 하나의 숲이 생겼다. 나무도 없고 흙도 없지만, 분명 숲의 호흡이 있다.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바르셀로나 출신 작가 다니엘 스티그만 만그라네(Daniel Steegmann Mangrané)의 한국 첫 개인전 ‘산과 친구되기(Befriending the Mountains)’가 28일부터 열린다. 자연을 관찰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자연과의 관계를 다시 작성하는’ 작가의 세계관을 실내 전시장 전체로 확장한 자리다.
만그라네는 지난 20여 년간 브라질의 대서양 우림 마타 아틀란티카와 아마존 숲을 탐사해 왔다. 토양, 빛, 물이 극도로 부족한 열악한 환경에서도 숲이 세계 최고 수준의 생물다양성을 유지하는 비밀을 작가는 ‘종들 간의 끝없는 상호 의존성’에서 발견했다.
만그라네는 숲을 더 이상 배경이나 장소로 보지 않는다. 그에게 숲은 정치적이고, 문화적이며, 관계적인 세계 그 자체다. 우리가 발 딛고 있는 환경의 ‘미세한 조정 장치들’을 이해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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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stallation view of ''Befriending the Mountains'' 2025, Photo by Sangtae Kim ⓒ Fondation d'entreprise Herms *재판매 및 DB 금지 |
이번 전시는 이러한 작가의 세계관을 서울 도산공원 인근의 전시 공간 전체로 확장한다.
금속 체인 커튼을 잘라 만든 윤곽선, 실내와 중정을 가르는 빛의 기둥, 잎사귀에 새겨진 작은 원형의 구멍들까지, 전시장에 놓인 모든 요소는 자연의 리듬, 생명의 흔적, 그리고 ‘인간-비인간’의 관계에 대한 감각적 제안으로 작동한다.
전시의 핵심은 조용하지만 강력하다. “당신이 숲을 본다고 믿는 순간, 숲도 당신을 보고 있다.”
만그라네가 말하는 ‘친구 되기’는 자연을 미화하거나 로맨틱하게 가까워지는 일을 뜻하지 않는다.
그의 작업은 훨씬 더 철저하다. 어떻게 함께 존재할 것인가. 어떻게 서로의 일정한 긴장과 의존을 인정할 것인가. 어떻게 세계를 공동으로 구성할 것인가.
이 전시는 바로 그 질문을 감각적 구조로 치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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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stallation view of ''Lightning Garden'' 2025, Photo by Sangtae Kim ⓒ Fondation d'entreprise Herms *재판매 및 DB 금지 |
아뜰리에 에르메스는 “기후위기 시대에 인간과 비인간의 새로운 관계성을 탐색하는 전시”라며 “단순한 자연주의가 아니라 세계를 다시 사유하게 만드는 동시대적 제안”이라고 전했다.
전시 관람은 무료. 2026년 3월 8일까지 열린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