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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갤러리바톤 리너스 반 데 벨데 개인전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욕조에서 망고를 먹던 남자가, 이번엔 갤러리 안에서 메아리처럼 증식한다. 벨기에 작가 리너스 반 데 벨데는 스스로를 모델로 삼아 수많은 ‘또 다른 나’를 호출하며, 현실보다 더 사실적인 평행우주의 서사를 쌓아 올려왔다.
갤러리바톤은 벨기에 작가 리너스 반 데 벨데(Rinus Van de Velde·b.42)의 개인전 ‘큰 메아리(Loud Echoes)’를 오는 12월 24일까지 개최한다. 2024년 아트선재센터와 전남도립미술관에서의 개인전을 연이어 성료한 뒤 1년 만에 선보이는 갤러리 개인전이다.
이번 전시는 작가 본인을 비롯해 외광파 화가들로 분한 자아를 모델로 한 목탄화, 오일 파스텔 작업, 새로운 조각 매체 등 30여 점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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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inus Van de Velde_2025_He breathes with borrowed voices._charcoal on canvas_120x85cm_Courtesy of Gallery Baton *재판매 및 DB 금지 |
반 데 벨데가 수많은 미술 사조 가운데서도 외광파를 유독 집요하게 호출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빛과 자연을 찾아 끝없이 작업실 밖으로 나갔던 외광파 화가들은, 스튜디오 안의 안락의자에서 상상의 여행을 떠나는 자신과 가장 ‘닮지 않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외광파가 실제 풍경 속에서 빛의 변화와 자연의 감각을 체험하며 회화를 발전시켰다면, 반 데 벨데는 한 발도 움직이지 않은 채 상상의 풍경을 구축한다. 그는 “공상은 강력한 도구”라며, “상상의 세계야말로 우리가 현실을 성찰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리너스 반 데 벨 데는 회화·설치·조각·영상 등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며, 가상과 실제, 그리고 평행우주적 개연성에 대한 탐구로 주목받아온 벨기에의 동시대 작가다. 직접 촬영한 사진 자료와 이미지 아카이브, 역사적 기록 등을 기반으로 고유한 내러티브 구조를 구축해왔다.
작가와 매우 닮은 인물이 반복 등장하는 이번 전시는 도플갱어·평행우주 개념을 끌어들이며 회화의 확장성과 자아의 다중성을 실험한다. 이러한 내러티브는 현실보다 더 사실적이고, 허구보다 더 개연성 있는 ‘평행적 실재’의 감각을 형성한다.
2023년 유럽 개인전 제목이기도 한 ‘안락의자 탐험가(Armchair voyager)’는 스튜디오 중심으로 작업하는 작가의 성향을 대변한다. 그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인상파 화가들과의 ‘가상 대화’를 즐겼다"면서 “나 역시 상상 속의 평원에서 대상을 포착해 왔기에 플랜에어 화가라 불려도 무방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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