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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민. 접히고 당겨져 1, 2025. 청동, 323 x 94 x 145 cm.
Courtesy Thaddaeus Ropac gallery, London • Paris • Salzburg • Milan • Seoul © 정희민 사진: 전병철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서울 한남동 타데우스 로팍 서울이 21일부터 정희민(387)의 개인전 ‘번민의 정원’과 호안 미로(Joan Miró)의 ‘조각의 언어’ 전시를 1·2층에서 동시에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젊은 한국 작가와 현대미술사 거장이 하나의 공간에서 나란히 놓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거장의 역사적 조형 언어가 오늘의 감각적 실험과 접점을 이루며, 두 전시가 서로 다른 시대감·매체감·감각 구조를 비평의 장처럼 드러낸다. 국제 갤러리인 타데우스 로팍이 한국 작가의 신작을 거장 전시와 동등한 무대에 올렸다는 점도, 국내 작가의 글로벌 맥락 확장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1층에서 열리는 정희민 개인전 '번민의 정원(Garden of Turmoil)’은 디지털 이미지와 물질적 표면이 중첩되는 동시대적 경험을 탐구한다.
정희민은 가상세계에서 수집한 이미지에 3D 프로세스와 자신만의 겔 미디움(gel medium) 기법을 결합해 다층적인 표면을 구축한다. 전시 제목인 ‘번민의 정원’은 스크린과 시뮬라크라 속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는 현대적 불안을 은유하며, 작가는 그 불안이 만들어낸 디지털 풍경을 회화적·조각적 언어로 재구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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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안 미로, 전시 전경, Courtesy Thaddaeus Ropac gallery, London • Paris •Salzburg •Milan•
Seoul© Successió Miró / ADAGP, Paris - SACK, Seoul, 2025 사진: 전병철 *재판매 및 DB 금지 |
2층에서는 스페인 카탈루냐 출신 거장 호안 미로(1893~1983)의 후기 조각을 소개하는 ‘조각의 언어(Sculptures)’ 전이 열린다. 1976년부터 1982년 사이 제작된 일련의 청동 조각들은 미로가 초현실주의적 아상블라주에서 출발한 실험적 조형 언어를 어떻게 발전시켰는지를 보여준다.
마요르카에서 머무르던 시기, 지역의 수공예 전통과 해안의 생태적 풍경, 다양한 광물의 형태로부터 받은 영감이 그의 조형 실험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평범한 오브제들은 미로 특유의 상상력과 시적 결을 입고 재조합되며, 하나의 조각적 ‘별자리’처럼 자리 잡는다. 전시장에는 어빙 펜(Irving Penn)이 1948년 촬영한 미로의 초상 사진도 함께 소개돼, 거장의 존재와 조각 세계가 맺는 관계를 섬세하게 드러낸다.
전시는 2026년 2월 7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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