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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도위도 I> 2025, Oil on linen, 180x220cm ⓒ 정수진, 이미지 S2A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정수진의 회화는 감정이 폭발하지 않는다. 초록빛 병들이 병렬되어 있지만, 그것은 단순한 반복이 아니다. 선이 교차하고 색이 번지는 그 미세한 틈에서, 감정은 폭발하지 않고 잔향처럼 흔들린다.
서울 강남 영동대로 글로벌세아 그룹이 운영하는 문화예술공간 S2A는 11일부터 정수진 개인전 ‘부도위도(不圖為圖)’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신작 유화 18점을 통해 ‘그리지 않는 것을 그린다’는 명제를 회화적으로 구현한다. 말 그대로, 보이지 않는 감정과 의식의 구조를 시각화한 작업들이다.
정수진은 현실의 형상을 재현하기보다 감정·무의식·리듬·균형 같은 내적 구조를 회화 안에서 탐구한다. 그의 선 긋기와 색의 교차는 감정을 지워나가는 수행처럼 보이며, 불교의 공(空) 사상에 닿는다.
S2A 강희경 디렉터는 “그의 ‘그리지 않는 그림’은 비워두는 미학이 아니라, 그릴 수 없기에 더욱 존재하는 세계에 대한 선언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홍익대 정연심 교수는 “정수진의 회화는 현실계와 형상계, 즉 사물이 존재하는 세계와 그것을 바라보는 관점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탄생한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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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미와 극대 사이의 붓질이 만든 정물화> 2025, Oil on linen, 180x220cm ⓒ 정수진, 이미지 S2A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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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균일한 단절> 2025, Oil on linen, 100x100cm ⓒ 정수진, 이미지 S2A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정수진은 홍익대 회화과와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를 졸업하고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파리 에스파스 루이 비통, 국립타이베이현대미술관 등에서 전시했다. 지난해 프리즈 서울 솔로 부스로 국제적 주목을 받았다. 이번 전시는 색과 형태 중심의 이전 작업에서 ‘회화의 구조와 관계’로 나아가는 전환점이다.
전시는 2026년 1월 10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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