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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주리, 서울대병원에 밝은 빛을 심었다…대한외래갤러리

등록 2025-11-03 18:20:03  |  수정 2025-11-03 20:24:34

'밝음에 관하여' 개인전 12월 1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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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주리 ‘식물학’ 시리즈.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병원 복도에 노란 해바라기가 피었다.

희고 반듯한 벽을 따라 수많은 환자들이 오가지만, 그 앞에서 만큼은 발걸음이 잠시 멈춘다.

“삭막한 병원이지만, 밝은 그림을 통해 잠시라도 ‘밝음’이 머물렀다 가기를 기원합니다.”

화가 황주리(동국대 예술학부 석좌교수)가 병원이라는 생의 현장에서, 그림으로 사람들에게 ‘살아내는 빛’을 건넨다.

서울대병원 대한외래 갤러리에서 개인전 ‘밝음에 관하여(On Brightness)’를 열었다. 병원 B3층 제1전시실에서 대표 연작 ‘식물학’과 ‘삶은 어딘가 다른 곳에’ 시리즈 등 10여 점을 선보인다.

“단순히 그림을 거는 게 아니라, 공간과 의미가 맞닿은 전시였어요. 앞으로도 병원이나 공공장소에서 환우와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전시를 이어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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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대한외래갤러리 제22회 밝음에 관하여(On the bright side) 황주리 개인전 *재판매 및 DB 금지

◆삶의 잔상으로 피어난 ‘식물학’
대표 작품인 ‘식물학(Botany)’ 시리즈는 황주리 예술의 중심이자, 그의 삶을 꿰맨 연작이다.

해바라기, 백합, 선인장이 얽히고설켜 끝없이 뻗어 나가는 화면은 삶의 기쁨과 슬픔, 죽음과 재생이 직조된 인간의 서사를 상징한다.

그의 ‘식물학’은 단지 화려한 꽃이 아니다. 화려한 꽃송이 속에는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의 모습이 화석처럼 새겨져 있다.

그것은 시간의 흔적이자, 상처와 회복이 공존하는 ‘마음의 풍경화’다.

“병원에는 마음이 아픈 분들도 많이 오잖아요. 죽고 싶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제 그림을 보고 ‘이렇게 살고 싶은 세상도 있구나’라고 느낄 수 있다면 좋겠어요.”

그림이 사람을 어둠 속에서 걸어 나오게 하는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는 말처럼, 그의 노란 해바라기는 단지 색의 문제나 미학의 문제가 아니다. 그건 생의 태도이자, 끝까지 살아내려는 이들을 위한 한 줄기 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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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대한외래갤러리 제22회 밝음에 관하여(On the bright side) 황주리 개인전 *재판매 및 DB 금지


◆화가이자 작가, 삶을 기록하는 사람
황주리는 화가이자 소설가, 수필가로서 삶의 단면을 글과 그림 모두로 기록해온 예술가다.

유려한 문체의 산문집 ‘산책주의자의 사생활’, 장편소설 ‘바그다드 카페에서 우리가 만난다면’, ‘마이 러브 프루스트' 등 소설을 통해 그림 못지않게 깊은 문학적 감성을 보여줬다. 스타 화가로 제 5회 석남미술상, 제 14회 선미술상을 수상했으며 그동안 개인전 35회, 단체 및 기획전 500여 회에 참여했다.

이번 전시는 2018년 세브란스병원 전시에 이어 두 번째 병원 전시다. 그에게 병원은 단지 전시 공간이 아니라,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생의 현장이다.

“매일 사는 게 버겁지만, 그래도 힘내서 살아보자는 마음을 전하고 싶었어요.”

전시는 12월 15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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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외래갤러리 제22회 밝음에 관하여(On the bright side) 황주리 개인전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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