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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이토갤러리 박형진 개인전 전시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이른 오후, 햇살이 기울며 세상이 잠시 숨을 고른다.
박형진의 화면은 그 고요한 틈에 깃든 생명들의 속삭임으로 가득하다.
아이와 개, 식물과 바람이 서로의 온도를 나누며 만들어내는 정원, 그곳은 돌봄이 예술이 되는 시간이다.
박형진 작가가 개인전 ‘오후 3시(Three in the afternoon)’를 통해 일상의 루틴과 관계, 그리고 생명과의 교감을 회화로 풀어냈다. 전시는 23일부터 11월 22일까지 서울 중구 동호로 페이토 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대표 연작 ‘마음의 정원(Garden of Mind)’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아이와 개가 등장하는 신작을 비롯해, 삶의 반복과 관계의 감정을 일기처럼 기록한 회화가 소개된다. 제목 ‘오후 3시’는 하루의 정점이자, 작가에게는 ‘다시 시작하는 시간’이다. 작은 캔버스에 차곡차곡 그린 삶의 퍼즐 조각과도 같은 드로잉 'Small Pieces Painting' 시리즈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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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형진 작가 *재판매 및 DB 금지 |
박 작가는 작가노트에서 “오전 루틴을 제대로 지켜야 나의 하루도 평안하다”고 적었다. 캔버스 앞에 서기 전 고양이와 강아지의 밥을 챙기고, 부모님의 안부를 묻고, 농막 앞 길고양이 가족에게 사료를 나누는 그의 하루는 이미 ‘돌봄의 예술’로 구성돼 있다. 작가는 그 루틴의 온도를 물감과 붓질로 번역하며, 사적 경험을 타인과 공유할 수 있는 감각적 언어로 변환한다.
‘마음의 정원’은 개인의 서사를 넘어 ‘함께 자라는 정원’으로 나아간다. 옥상에서 시작된 분할의 회화는 과수원과 정원으로 옮겨 심어지며 상실과 돌봄을 품은 유기적 풍경으로 확장됐다. 절제된 색과 질감, 반복된 붓질 속에서 손끝의 미세한 떨림이 남아 있고, 그 안엔 삶을 지탱하는 작은 기도의 결이 흐른다.
박형진은 “그림을 그린다는 건 결국 내가 돌보는 생명들과 함께 하루를 살아낸다는 뜻이에요. 그 시간이 쌓여 제 안의 정원이 자라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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