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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_메이드 인 코리아 - 가발_2015_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가발, 10분 15초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전통은 유물이 아니라, 아직 끝나지 않은 노동이다.”
자본주의와 세계화, 그리고 인공지능의 시대 속에서 작가 이완은 여전히 손으로, 흙으로, 머리카락으로 사유한다.
코리아나미술관(관장 유승희)은 23일부터 이완(46)작가의 개인전 ‘Made in Korea: 가발과 짚신’을 개최한다.
이 전시는 작가가 2015년부터 이어온 ‘Made in Korea’ 시리즈의 결정판으로, 한국의 근대화 과정에서 단절된 ‘기술’과 ‘전통’의 본질을 되묻는다.
이완의 ‘메이드 인’ 시리즈는 2013년부터 이어온 세계화된 생산 시스템에 대한 역추적이다.
그는 대만, 태국, 미얀마 등 아시아 10개국을 찾아 각국의 금, 실크, 쌀, 고무를 직접 만들어보며 “노동이 지닌 시간의 온도”를 체험했다.
그 과정은 다큐멘터리와 설치로 기록되며 자본이 만든 효율의 시스템에 맞서는, 인간적 비효율의 찬가였다.
이번 ‘Made in Korea’는 그 실험이 ‘한국’이라는 자기 뿌리로 되돌아온 버전이다.
그는 짚신을 삼고, 가발을 엮으며, 한지와 먹을 빚는다. 그 모든 행위는 기술 이전의 감각, 즉 몸의 기억으로부터 역사를 복원하는 과정이다.
이완이 주목한 것은 ‘한국의 전통기술이 서구적 시선 속에서 어떻게 해체·재구성되었는가’이다. 그는 장인의 손끝에서 이어지던 도제식 전승이 기록되지 못하고 이미지로만 남은 현실을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가발과 짚신’에서 작가는 사라진 기술을 직접 배우며 ‘원본 없는 원본’을 만든다. 짚신은 더 이상 신발이 아니라 한 시대의 노동이 응축된 조각이며, 가발은 인공적 미와 전통 기술이 충돌하는 ‘몸의 메타포’로 변한다.
이완은 조각, 설치, 영상,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세계화와 자본주의, 기술이 인간의 감각과 전통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탐구해온 작가다.
최근에는 트랜스휴머니즘과 포스트휴머니즘의 시선으로 AI 시대의 감각과 기억, 노동의 의미를 확장하고 있다.
2017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대표 작가로 초청된 이후 국내외 주요 미술관에서 꾸준히 활동하며, ‘손의 철학’을 현대적 언어로 확장해왔다. 전시는 11월 29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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