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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연례 Palm Tree.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일흔여섯 살 화가 승연례에게 야자수는 곧 삶과 예술의 자화상이다.
'이건용 화백'의 부인으로, 목사 집안의 맏며느리로 가족을 돌보며 세월을 묵묵히 견뎌온 그는, 이제 붓 대신 오일파스텔로 ‘생명’을 노래한다.
흔들리면서도 꺾이지 않는 나무처럼, 그의 그림은 존재의 강인함과 유연함을 동시에 품는다.
“유난히 식물을 좋아한다. 강한 생명력이 느껴져 오래 들여다보곤 한다.”
승연례는 오는 31일까지 청담 보자르갤러리에서 개인전 ‘나무, 바람, 그리고 여백’을 연다.
화면 가득 메운 야자수는 바람을 안고 춤추듯 피어나고, 그 안에는 고요한 강인함과 무심한 시간의 흔적이 함께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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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연례 Palm Tree. *재판매 및 DB 금지 |
서라벌예대(현 중앙대)를 졸업했지만 결혼과 함께 화가의 꿈을 접어야 했던 그는, ‘뒤로 그리는 하트’로 알려진 이건용 화백의 아내로 내조하며 긴 세월을 보냈다. 그러다 2017년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창밖으로 일렁이는 야자수를 바라보다 다시 붓을 들었다.
오랜 침묵 속에 머물렀던 시간들은 오일파스텔의 선으로 되살아났다. 붓 대신 손끝으로, 규범 대신 직감으로 그는 생명을 그린다. 화면 위에서 나무는 흔들리며 피어나고, 그 흔들림 속에 한 여성의 내면과 세월의 결이 함께 새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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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연례 Palm Tree. *재판매 및 DB 금지 |
오일파스텔로 눕혀 그은 선들은 여백과 만나 수묵화처럼 번지고, 때로는 아크릴의 덧칠이 얹히며 추상의 리듬을 만든다. 청명한 푸른빛에서 황혼의 붉은 기운까지, 색채는 계절처럼 감정의 층위를 옮긴다. 그의 나무들은 바람 속에서도 꽃을 피우며, 관람자에게 ‘삶의 본질을 묻는 기도’처럼 다가온다.
“나무는 미풍에 살랑이고, 때로는 거센 바람에도 굽히지 않은 채 살아남으며, 우리 삶이 마주하는 환희와 시련을 함께 노래한다.”
화가로서 노익장을 과시하는 그는 여전히 흔들리되, 꺾이지 않는다.
그림을 통해 세상을 견디고, 동시에 다시 맑게 피어난 예술혼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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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 이건용 화백과 부인 승연례 화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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