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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AI 시각예술가 사샤 스타일스 신작 공개. 사진=현대카드·현대커머셜 뉴스룸.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시(詩)는 기록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존재다.”
거대한 붉은 화면 위에 언어가 흐르고 사라지며 다시 태어난다. 인간과 기계가 함께 써 내려가는 시가 공간을 물들인다. 인간과 기계의 협업으로 언어가 새롭게 태어나는 실험이 서울 여의도 한복판에서 펼쳐졌다.
현대카드 본사 로비에 설치된 ‘현대카드 MoMA 디지털 월’에서 미국 AI 시각예술가 사샤 스타일스(Sasha Stiles)의 신작 ‘살아있는 시(A Living Poem)’가 공개됐다.
이 작품은 뉴욕현대미술관(MoMA) 1층 로비와 서울에서 동시에 상영돼, 두 도시가 같은 시간에 '다르게 다시 쓰이는 시'의 순간을 공유한다.
‘살아있는 시’는 스타일스가 개발한 AI 프로그램 ‘테크넬리지(Technelegy)’가 MoMA 소장작의 텍스트를 학습해 60분마다 새롭게 써내려가는 디지털 시다. 이 작품은 60분마다 인간의 감성과 컴퓨터 알고리즘에 의해 스스로 다시 쓰인다.
문장과 추상의 경계, 작가의 손글씨와 그가 고안한 ‘커시브 바이너리(Cursive Binary·필기체 이진법)’가 겹겹이 얽혀 읽히기보다는 경험되는 시로 확장된다.
관람자는 스크린 앞에서 시각적 언어의 변주와 함께, 시의 흐름에 맞춰 울리는 ‘사운드스케이프’를 체험한다. 이 사운드 작업은 작가의 파트너 크리즈 본즈(Kris Bones)와 공동 제작됐다. QR코드를 스캔하면 개인의 기기에서도 이 감각적 풍경을 이어갈 수 있다.
1980년생인 스타일스는 칼미크족 출신 미국인 1세대다. 언어 예술가이자 인공지능 연구자인 그는 “언어가 어떻게 살아 움직이며 새로운 의미를 낳는가”라는 질문 아래, 인간과 기계의 공동 창작을 꾸준히 탐구해 왔다.
이번 전시는 현대카드와 뉴욕현대미술관의 ‘큐레이터 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기획됐다. MoMA 미디어·퍼포먼스 부문 큐레이터 마사 조지프(Martha Joseph)와 송주연 큐레이터가 공동 참여했다. 개막에 맞춰 취임 후 첫 해외 방문지로 한국을 택한 MoMA 신임 관장 크리스토프 셰릭스(Christophe Cherix)는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과 함께 전시장을 찾았다.
‘살아있는 시’는 내년 봄까지 서울과 뉴욕에서 동시에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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