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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 마스크를 쓴 달항아리…이수미 ‘비어있는 온전함’

등록 2025-09-17 16:2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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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손갤러리, 이수미 개인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익숙한 ‘달 항아리’의 매끈한 곡선은 흉터처럼 찢기고, 그 틈새를 차갑게 빛나는 금속이 점령한다. 금속과 도자가 뒤엉켜 만든 균열은 마치 미래에서 떨어져 나온 파편 같고, 얼굴을 가린 마스크처럼 낯설다.

조각가이자 금속공예가 이수미가 두손갤러리에서 개인전 ‘비어있는 온전함(Hollow and Whole)’을 열고 있다. 뉴욕 FIT에서 주얼리 디자인을, 홍익대 대학원에서 조각을 전공한 작가는 주얼리와 조각의 경계를 탐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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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미 The moon from Shilla  25 x 24 x 29cm  Ceramic, Silver, Aluminium  2025  Courtesy of the artist and Duson Gallery 사진=두손갤러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전시는 거울, 금속, 도자라는 서로 다른 재료가 충돌하면서 만들어내는 긴장과 조화를 탐구한다. 매끈한 표면에 드리운 금속의 날카로운 선, 반사된 이미지가 만들어내는 왜곡된 풍경은 단순한 오브제를 넘어 ‘균열’이라는 상태 자체를 작품화한다.

이수미는 “균열은 결핍이 아니라 또 다른 온전함을 만들어내는 틈”이라고 말한다. 작품 속 금속과 도자는 서로 침투하고 감싸며, 상처와 회복, 허상과 실재가 동시에 존재하는 복합적인 감각을 드러낸다.

특히 ‘Half’ 시리즈는 현실의 오브제와 거울 속 허상이 반쪽씩 합쳐져야만 온전한 형체가 드러난다.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의 영향력이 커진 시대적 풍경을 은유하는 작품이다.

전시 제목 ‘비어있는 온전함(Hollow and Whole)’은 모순적이면서도 역설적인 상태를 가리킨다. 텅 빈 듯 보이지만 그 비어있음 속에서 또 다른 충만함이 피어나는 순간, 관객은 자신의 얼굴을 비춘 거울 속에서 질문을 마주한다. “무엇이 온전함인가?”

두산갤러리는 “금속공예와 조각을 넘나드는 이수미의 작업은 전통적 재료에 대한 낯선 시각을 제시한다”며 “동시대 조형언어의 확장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라고 전했다. 10월 21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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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미 Happy Tear 1  Stainless  70x83x18 cm  2025  Courtesy of the artist and Duson Gallery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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