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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 12차례 끝에 마주한 빛…정미연, ‘성과 속’ 개인전

등록 2025-09-15 11:00:00  |  수정 2025-09-15 11:30:23

삼청동 오매갤러리에서 16일 개막

성화 작가…수묵화 거장 박대성 화백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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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비통하고 절망적이었던 나의 시선을 죽음 너머의 연옥 영혼에게 돌렸을 때 찾아온 평화가 삶을 바꾸어 놓았다.”

정미연은 항암 치료를 12차례 견뎌낸 경험을 통해 죽음과 삶의 경계, 빛과 어둠의 의미를 새롭게 성찰했다. 그의 작품에는 그 체험과 감사의 마음이 투영돼 있으며, 성과 속이라는 오래된 물음을 오늘의 현실 속으로 끌어와 인간 존재를 비추는 ‘존재의 빛’이 무엇인지를 묻는다.

정미연은 가톨릭 성화 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서울대교구 주보 성화를 3년간 연재했고, 전주 권상연 성당의 성미술을 맡기도 했다. 수묵화 거장 박대성 화백의 부인이기도 한 그는 성화를 “가슴을 두드리는 그림”이라 정의하며, 종교적 체험을 토대로 한 회화를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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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연 작가 *재판매 및 DB 금지


정미연 초대전 ‘성과 속, 그 빛나는 환희’가 오는 16일부터 10월 2일까지 서울 삼청동 오매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종교와 예술이 오랫동안 탐구해온 주제인 성(聖)과 속(俗)의 관계를 현대적 시각에서 풀어낸다. 정미연은 불교와 가톨릭, 전통과 현대를 넘나들며 성과 속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을 선보인다.

작품에는 석굴암의 십대 제자상이 등장한다. 작가는 이를 예수의 제자상으로 전치(轉置)하며 각 상에 바오로, 베드로 등의 이름을 새겼다. 청색의 현실적인 제자상과 금색의 누드 크로키를 병치해 서로 다른 전통과 감각을 연결하는 방식이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정병모 전 경주대 교수는 “정미연은 단순히 성과 속의 대립에 머물지 않고 불교와 가톨릭, 전통과 현대의 교차 속에서 성과 속의 문제를 확장하는 작업을 했다”고 평가했다. 정병모 기획자와 함께하는 아티스트 토크가 17일 오후 3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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