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구=뉴시스] 정재익 기자 = 대구 북구 청문당에서 열린 청년예술가지원사업 'Z to A, 2025'에 참여한 김보미 작곡가가 인터뷰에 답하고 있다. 2025.07.3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
"대구의 문화시설 수는 전국 최하위 수준." 문화체육관광부 인프라 통계자료를 통해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던 말이다. 대한민국은 서울과 제주 등 특정 지역에만 문화시설 인프라가 밀집한 구조를 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구에서는 전시회가 열려도 전국 또는 세계적으로 저명한 작가의 대형 작품전을 제외하면 시민들의 관심도는 적은 편이다.
한 예로 북구 경북대학교 북문 골목 일대에 조성된 복합문화공간인 '청문당(청년문화키움당)'을 들 수 있다. 침체한 대학가에 문화적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건립된 이 시설에서는 일정 기간별 꾸준히 전시회를 열고 있지만 어려운 접근성 등 문제로 관람객 수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문화 관심도는 단순한 여가생활의 문제를 넘어 개인과 사회 발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뉴시스는 청문당이라는 작은 문화공간 소개를 시작점으로, 이곳에서 활동하는 청년 예술가와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알림으로써 지역문화 발전에 보탬이 되고자 한다. [편집자 주]
[대구=뉴시스]정재익 기자 = "음악은 저를 항상 위로해 주는 존재였어요. 힘든 청년들이 제 작품을 보고 사랑을 느꼈으면 해요."
대구 청문당에서 열린 청년예술가지원사업 'Z to A, 2025'에 참여한 김보미(30·여) 작곡가가 지난 29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예술 활동을 시작한 계기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Z to A는 지역 청년 예술가들에게 창작·예술 활동 공간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올해는 전시 4팀과 공연 2팀이 참여해 작품을 선보인다.
◆외로움·사랑을 표현하는 '난분분' 김보미 작곡가
김 작곡가는 전시 분야 '난분분' 팀의 대표다. 팀명은 꽃잎이 떨어지듯 분분한 찰나의 아름다운 순간을 시각과 청각으로 표현하기 위해 이렇게 정했다.
그는 자신의 음악을 '외로움'과 '사랑'으로 정의했다.
경북대학교에서 작곡을 전공한 김 씨는 어린 시절 학교 폭력을 당하는 등 다사다난한 일들을 경험했지만 아무도 자신을 믿어주지 않는 것 같은 외로움을 느꼈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김 씨는 음악을 위안으로 삼았고 불행한 일들을 겪었음에도 사랑을 포기하지 않았다. 사람을 워낙 좋아하는 성격 탓에 긍정의 끈을 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보미 작곡가는 "주변에서 너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에게 왜자꾸 퍼주기만 하냐고 지적할 만큼 사람을 좋아하는 편이다. 일을 할때도 같아서 작품이 이기적이지 못한 경우도 있다"며 "본인은 많은 외로움을 겪었지만 사람들은 작품을 보고 그만큼 많은 사랑과 행복을 느꼈으면 한다"고 말했다.
 |
[대구=뉴시스] 지난 29일 대구 북구 청문당에서 열린 청년예술가지원사업 'Z to A, 2025'에서 김보미 작곡가가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행복북구문화재단 제공) 2025.07.3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
◆청문당, 전시 문턱 낮춰 청년 예술가 편히 접근
이번 전시의 주제는 '나의 사랑하는 zip'으로 정했다. 난분분 팀 작가 4명이 자신을 각각 버티게 해준 것들을 모은 전시다.
김 작곡가는 자신의 작품 가운데 '돌고래 춤추는 나의 숲에서'를 추천했다. 대구 북구 연암서원과 침산네거리, 제주도 등 일상에서 찍은 영상에 돌고래와 전자음향을 입힌 미디어아트다. 힘들 때 위로를 준 돌고래가 항상 곁에 있는 것을 표현해 일상의 행복을 그려냈다.
청문당에 대해 김 씨는 "전시 문턱을 낮춰 청년 예술가들이 편히 접근할 수 있는 곳"으로 평가했다.
김 작곡가는 "대학 시절 원룸들 사이에 예술 공간이 생겨 너무 반가웠고 함께하고 싶었다. 특히 기존 전시장은 뭔가 결심하고 가는 느낌인데, 청문당은 대학가 근처에 있어 학생들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며 "원룸을 리모델링한 까닭에 전시장이라는 형식적인 틀에서 벗어나 친근함을 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청년 예술가로서 가장 힘든 점은 "동료들이 대부분 떠난 슬픈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청년 유출의 주된 이유로는 예술 활동은 정기적인 수입이 없어 배고프다는 점과 지역에는 문화 인프라가 부족해 작품 활동을 펼칠 기회가 적다는 점을 꼽았다.
 |
[대구=뉴시스] 정재익 기자 = 대구 북구 청문당에서 열린 청년예술가지원사업 'Z to A, 2025'에 참여한 김보미 작곡가가 인터뷰에 답하고 있다. 2025.07.3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
이런 까닭에 김 씨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청년 예술가로서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이 많다고 한다.
김보미 작곡가는 "쇼츠처럼 도파민 터지는 것들이 넘치는 요즘, 이를 대체할 강점이 있는 전시를 선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동네를 걷다 소소하게 본 작품에서 행복함을 느끼는 그런 전시를 이어가고 싶다. 정부도 지역 예술가들이 아이디어를 마음껏 실현할 수 있도록 청문당과 같은 기회와 공간의 장을 늘려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MZ세대 작가들의 성공 사례인 'MBTI' 전시처럼 대구의 특색을 담은 전시를 제작해 브랜딩화하고 싶다"며 "지역만의 강점이 있는 전시가 입소문을 타면, 다른 곳에서 활동하는 청년 예술인들에게도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