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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에 깃든 시간의 풍경”…류가헌, 이동춘 사진전 '정방도'

등록 2025-07-28 18:4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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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춘, 청계종택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한옥의 방은 단지 사각형의 구조가 아니다. 그 안에는 오랜 가문이 정좌했던 사유의 틀이 있고, 사람을 위한 배려가 있으며, 자연과 공명하는 질서가 흐른다.

‘한옥 사진작가’ 이동춘은 사진전 '정방도(正方圖)'를 통해, 사각이라는 도식 안에 인간과 공간, 시간의 결을 빛으로 포착한다.

이번 전시는 29일부터 서울 종로구 청운동 류가헌1관(2층)에서 열린다. 종택과 정사, 서원 등 유교 건축의 상징적 장소를 촬영한 사진 20점을 선보인다.

이동춘은 ‘정방도’라는 도식 개념을 바탕으로, 전통 건축의 구조적 완결성과 철학적 깊이를 시각화한다. 봉화 충재종택, 안동 주촌종택과 간재종택, 삼구정과 묵계서원 등 안동과 경북 일대의 유서 깊은 종가와 서원을 주요 촬영지로 삼았다. 이 공간들은 단순한 고택의 풍경이 아니라, 유교적 삶의 방식과 건축 사유가 깃든 장소다.

특히 문지방을 낮춘 월문(月門)의 구조, 입춘방이 자리한 마루, 방과 방 사이의 거리감은 전통 건축의 미학을 넘어 인간 중심의 설계 철학을 보여준다. 이는 ‘정방형’이라는 질서가 단순한 평면 구성이 아닌, 사람과 사유를 위한 공간 문법임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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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춘, 안동 예안이씨충효당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은 단지 눈에 보이는 장면을 담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에 흐르는 시간과 머무는 기운, 그리고 살아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함께 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동춘에게 ‘정방도’란 단지 네모난 방의 구도가 아니라, 수백 년을 살아낸 가문의 정신이자, 자연과 함께 숨 쉬는 공간의 철학이다.

마루의 결, 창호의 그림자, 채광의 각도, 방과 방의 간격, 그 모든 ‘미세한 틈과 결’은 렌즈를 통해 시간의 지층으로 재현된다. 전통건축이 품은 무게와 비움, 단정함과 여백의 미는 빛과 프레임 안에서 조용한 힘으로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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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춘, 봉화 충재종택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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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춘, 하회 충효당 *재판매 및 DB 금지


“정방도의 틀 안에는 단지 네모난 방이 아니라, 수백 년을 살아낸 가문의 정신과 사람을 위한 배려, 그리고 자연과 함께 숨 쉬는 공간의 철학이 들어 있습니다.”(사진작가 이동춘)

이동춘 작가는 지난 2005년부터 전국의 종가와 고택을 다니며 한옥의 구조와 숨결을 기록해왔고, 그 시선은 미국 LA한국문화원을 비롯해 독일, 헝가리, 불가리아, 그리고 지난해 파리 오&송 갤러리까지 이어졌다. 안동 '후조당' 등 고택과 서원을 한지에 인화해 소개한 프랑스 전시에서는 유럽 관람객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이번 전시는 단순한 건축 사진전이 아니다. 건축과 인간이 맺는 관계, 시간과 기억이 스며든 장소, 눈에 보이지 않는 감응의 층위를 포착한 시적 다큐멘트에 가깝다.

사진 속 네모난 방 하나에도 기억이 눕고, 정신이 앉으며, 사유가 서 있다. 정방이라는 구조, 균형이라는 질서, 그리고 그 안에 숨 쉬는 인간의 흔적들. 이동춘은 그 모든 것을 사진으로 말하고 있다.전시는 8월 1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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