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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환, 우주뼈 시리즈, Enoptima-Cosmic bone-02, 2024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우주뼈'라는 이름의 세라믹이 서울에 도착했다.
프랑스를 기반으로 활동해온 작가 남궁환(50)이 13년 만에 서울에서 여는 개인전 'Entoptima: 별의 기억'은, 존재와 감각의 가장 오래된 기억을 조형으로 불러낸다.
서울 삼청동 아트파크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남궁환이 2020년부터 본격화한 세라믹 신작 ‘우주뼈(Cosmic Bone)’ 시리즈를 처음으로 공개하는 자리다. 여기에 먹 작업, 신작 설치, 그리고 몬트리올 국제예술영화제에서 상영된 단편영화 'Mémoire des Étoiles(별의 기억)'까지 총체적으로 선보인다.
‘Entoptima’는 작가가 직접 고안한 조어다. ‘Entoptic’은 눈 안에서 발생하는 내시상 현상, 즉 외부가 아닌 내부의 시야를 뜻하고, ‘Optima’는 그 감각의 최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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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환, Entoptima, 76x56cm, 2019, ink on paper *재판매 및 DB 금지 |
작가에게 ‘그림’이란, 내면에 각인된 빛의 기억을 바깥으로 전사하는 행위다. 그 빛은 시각의 대상이기 이전에 존재의 흔적이고, 언어 이전의 기억이며, 시간과 생명의 첫 진동에 가깝다.
이러한 감각은 먹 작업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 종이 위에 농담을 이루며 퍼져나가는 검은 선들은 마치 어딘가에 존재했으나 눈앞에서 사라지는 듯한 궤적을 품는다. 중심에서 바깥으로 확산되는 나선 구조, 혹은 우주적 방사형 이미지는 기억의 지도를 연상케 한다. 남궁환은 이 감각의 흔적을 ‘마음빛’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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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환 ENTOPTIMA _ 별의 기억 _ Souffle _ 아트파크 설치 작품 2025 *재판매 및 DB 금지 |
설치 작업 'Souffle'은 이러한 감각을 공간적으로 확장한다. 빛과 어둠, 촉각과 시각 사이를 유영하는 푸른 조형물은 무생물처럼 정지해 있으나, 호흡하듯 미묘한 리듬을 띤다. 이 조형물 앞에서 관객은 ‘우주란 무엇인가’보다, ‘우리는 왜 그것을 기억하는가’를 떠올리게 된다.
작가는 1998년 빗살무늬토기에서 ‘가장 오래된 봄’을 보았다고 말한다. 그것은 그에게 모든 존재의 시작이자, 예술의 출발점이었다. 이후 그의 작업은 항상 그 봄을 찾아가는 여정이었다. 흙이 도자가 되고, 먹이 우주가 되며, 몸이 기억의 지층을 걷는다.
"Entoptic은 내부섬광 또는 내부시상이다. 그것은 우리가 아주 오래 전 빅뱅의 빛을 기억하는, 아니 우리 모두에게 각인되어 있는 근원의 빛이다. 어쩌면 현대 과학에서 말하는 양자세계의 대부분의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와 전자의 불확정적인 운동을 우리가 어떤 내부의 빛처럼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빛을 찾는 과정, 각인된 것을 외부로 전사하는 행위, 그것이 그림이다."(작가 남궁환)
남궁환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프랑스 파리국립고등미술학교 석사(D.N.S.A.P)를 졸업했다. 그동안 금호미술관, 인사아트센터, 성남아트센터, 남송미술관, 주벨기에 한국문화원, 리 보웬 갤러리(벨기에), 갤러리 포럼(독일), 라비뉴 바띠유 갤러리(프랑스), 장 브롤리 갤러리(프랑스), FIAC(프랑스), 해럴드 윌못(프랑스), 프레베르 공간(사비니 르 템플, 프랑스), 파리국립고등미술학교 본관(프랑스)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금호문화재단, 우덕문화재단, 남송미술관, 가나아트센터, 미노오미술관, 선힐 G.C, 페라가모(한국), 윌못 & 아소시에(프랑스)에 소장되어 있다. 전시는 9월 1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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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환, Entoptima, 76x56cm, 2018,, ink on paper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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