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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수업 가장 큰 변화는 ‘웃음’”…AIF, 펨바에서 펼친 '아트드림'

등록 2025-07-09 02:40:56  |  수정 2025-07-10 14:57:26

맨바닥 위 붓을 든 아이들…펨바에서 피어난 첫 ‘표현 추상화’

CDP센터 개소 10년 만에 한국 화가들과 미술수업 첫 개최

아이프칠드런 "향후 아트비전스쿨 건립…차케차케시와 업무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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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 펨바 CDP에서 열린 한국의 화가들과 함께한 미술수업. 2025. 07.0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펨바=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붓을 들고 맨바닥에 앉은 아이들. 언어도, 기술도 필요 없었다. 필요한 건 단 하나, 색으로 말하는 용기였다.

8일 오후 2시, 탄자니아 펨바(Pemba) CDP 센터의 작은 강당. 오렌지색 비닐 매트 위로 아이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노란색, 분홍색, 하늘색 히잡과 원피스를 곱게 차려입은 아이들은 처음 열리는 미술 수업을 앞두고 조심스럽게 서로의 눈을 바라본다. 이들에게 그림은 익숙한 놀이가 아니다. 표현은 오히려 낯선 언어였고, 가끔은 허락되지 않았던 사치였다.

하지만 이날, 한국에서 온 AIF(아이프칠드런) 예술봉사단은 아이들에게 물감과 붓, 크레파스를 처음으로 쥐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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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현주미술전문기자] CDP에서 열린 한국화가들이 함께한 미술수업. 한국에서 가져온 물감과 붓 크레파스, 도화지, 캔버스에 색칠하며 마음껏 표현하는 시간을 가졌다. *재판매 및 DB 금지


“오늘부터 여기가 너의 작업실이야. 너만의 색깔을 써도 괜찮아.”

붓보다 먼저 깨어난 건 상상력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예술봉사단을 볼 때 마다 아이들은 어눌하지만 분명한 목소리로 외쳤다.

“안냐세요~!(안녕하세요)”

처음엔 단순한 흉내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제 그 말 속엔 기억이 있고, 경험이 있고, 감정이 있다.

예술은 단지 그림을 가르치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언어도, 마음도, 국경도 뛰어넘는 감응의 통로임을 이 강당 안에서 증명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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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현주미술전문기자] CDP에서 열린 한국화가들이 함께한 미술수업. 한국에서 가져온 물감과 붓 크레파스, 도화지, 캔버스에 색칠하며 마음껏 표현하는 시간을 가졌다.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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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 화가 아트놈이 CDP센터 아이들과 함께 그림을 그리고 있다. 2025.07.0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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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화가 박성수 작가가 CDP센터 아이들과 함께 그림을 그린 후 아이들 얼굴에 페이스 페인팅을 해주고 있다. 2025.07.0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AIF 예술 봉사단이 마련한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미술 수업이 아니었다.

화가 김남표 작가와 함께한 대형 공동 작업은 아이들에게 생애 첫 ‘창작의 자유’를 선물했다.

붉은색, 푸른색, 노란색이 서로 부딪히고 녹아들며 폭발하듯 발색됐다. 그 색채는 아이들의 감정이고, 이야기이며, ‘존재의 서명’이었다.

아이들은 붓을 들고 외쳤고, 맨발로 그림 위를 걸었다. 붓으로 문지르고, 물감을 짓이기며 색을 입혔다. ‘감상자’가 아니라 ‘행위자’가 된 순간, 아이들은 예술의 본질을 직관적으로 깨달았다.

 펨바에서 10년간 거주하며 구호활동을 펼쳐온 희망친구 기아대책 CDP센터 강옥심 센터장과 김금훈 목사는 말했다.
“미술 수업을 통해 아이들에게 생긴 가장 큰 변화는 ‘웃음’이에요. 표현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아이들은 더 많이 웃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감사하고 저희도 행복합니다."
(CDP센터는 한국인 목사 부부가 2016년 설립한 펨바 최초의 복합문화교육 공간이다. 태권도, 미술, 재봉, 컴퓨터 교육 등 실용성과 창의성을 아우르는 프로그램을 통해 배움의 기회를 넓혀왔다. 특히 이곳에서 성장한 학생들이 다시 교사로 돌아와 교육 현장을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지역 사회의 자립 모델로 주목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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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 김남표 작가가 아이들이 칠해 놓은 그림 위에 CDP센터 선생님과 함께 배틀하듯  덧입히며 거대한 추상화를 완성하고 있다. *재판매 및 DB 금지


화가 김남표는 이번 '펨바 아트드림' 프로젝트 경험에 대해 이렇게 전했다.

“무엇을 주려고 했는데, 내가 오히려 멘붕이 왔어요. 아이들이 칠해놓은 그림을 보면 내가 안되더라고요. 나는 어릴 적 붓질을 하며 느낀 그 희열을 기억해요. 그 안에 있는 묘한 에너지. 그런데 여기선 아이들의 순수한 에너지가 폭발하고 있어서, 그게 전율이었어요. 그래서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어요."

예술은 도구가 아니다. 공간을 만드는 일이다. 침묵의 시간을 통과해 표현이 깨어나는 그 공간에서, 펨바의 아이들은 처음으로 자신을 ‘말’했다. 붉은 선, 푸른 점, 다양한 색상의 물감이 겹쳐 만든 거대한 추상화는 결국 희망의 지도였다.

예술은 경계를 넘는다. 펨바의 아이들과 화가들이 함께 만든 이 추상화는, 단순한 색이 아니라, 감정의 파장이고, 연대의 에너지가 발화된 최초의 그림 풍경이었다.

AIF 예술봉사단도 계획보다 흐름이, 설명보다 진심이 앞섰다. 그 진심의 붓질은 결국, '예술이 미래라'는 ‘아트 인 퓨처(Art in Future)’아래, 세상을 감응하게 하는 새로운 언어로 번역되고 있음을 함께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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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 김남표 작가와 아트놈 작가가 아이들이 캔버스위에 자유롭게 그려 놓은 그림, 거대한 추상화를 바라보고 있다.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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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 예술나눔 공익재단 아이프칠드런이 결성한 제4차 국제예술나눔 프로젝트 ‘K-Emotion 아트드림 탄자니아’에 참여한 현대미술작가들과 배우 유준상이 탄자니아 펨바 CDP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25.07.0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한편, 예술나눔 공익재단 아이프칠드런(AIF)이 주관한 제4차 국제예술나눔 프로젝트 ‘K-Emotion 아트드림 탄자니아’는 7일부터 2주간 탄자니아 펨바 지역에서 진행된다. 현지 어린이 약 300여 명을 대상으로 회화, 조각, 자수, 음악, 영화 등 총 6개 장르의 예술 수업을 펼친다.

이번 프로그램에는 현대미술 작가 김남표, 아트놈, 박성수, 연누리를 비롯해 배우 유준상, 영화감독 민병훈, 뮤지션 소피, 전시기획사 이지수 대표 등 총 8명의 예술가가 참여해, 창작과 감정의 ‘표현 실습장’을 펼쳤다. 이들은 아크릴 물감과 붓, 색연필, 색종이, 스케치북 등 각종 미술 재료와 영양제, 공책 등 기증품을 더해 총 23kg 분량의 포장박스 14개를 손수 싣고 펨바로 날아왔다.
“예술적 체험이 지닌 잠재적 가치와 역할은 무궁하다. 예술가들과 동행하는 ‘예술나눔 프로젝트’는 단순한 정서적 위로를 넘어, 아이들이 스스로 자존감을 회복하는 데 결정적인 선한 자극이 될 것이다."
공익재단 AIF 김윤섭 이사장은 “올해는 지난해 펨바 CDP센터와의 사전 예술수업 경험을 바탕으로, 보다 본격적인 예술 체험이 이뤄졌다”며 “향후 한국 작가들과 펨바 아이들이 함께 작업하고 교류할 수 있는 레지던시, 전시장, 도서관을 아우르는 ‘아트비전스쿨’ 건립을 목표로, 차케차케시(시장 Mgeni Yahya Khatibu)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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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프칠드런(AIF )김윤섭 이사장(왼쪽)은 9일 펨바 차케차케시에서 ‘아트비전스쿨’ 건립을 위해 차케차케시 Mgeni Yahya Khatibu시장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화가 김남표, 영화감독 민병훈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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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F 예술나눔프로젝트에 참여한 예술가들과  CDP센터 아이들, 선생님들이 함께 즐거워하고 있다. *재판매 및 DB 금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